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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칼럼]저널의 뿌리를 고민하며

인터넷입력 :2016/01/07 15:37    수정: 2016/01/07 17:41

국내 언론사와 포털의 뉴스 제휴를 위한 심사 기준이 진통 끝에 마련됐습니다. 새로 포털에 들어갈 기준과 퇴출시켜야 할 언론사 기준을 마련한 겁니다. ‘사회적 합의’라고 생각됩니다. 그만큼 이 이슈에 갈등이 컸던 것이죠. 심사 주체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라는 곳입니다. 언론 유관 기관 및 시민단체 등 다양한 주체들이 모였습니다. 일단, 첫 합의안 도출에 대해 축하의 말씀 드립니다.

언론 노동자의 한 명으로서, 그러나, 참담한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기자는, 세월이 아무리 수상해도, 지식 노동자로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어둠 속 등불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존재 이유가 있다 하겠지요. 언론사는 그런 이들의 집합쳅니다. 시대정신의 최후 보루여야 하지요. 그런데 이게 대체 웬 말인가요. 등불을 퇴출시켜야 하겠다고 하네요. 하나의 등불로, 나부터 뉘우칠게요.

사진=위키피디아

돌이켜보니 우리 회사 또한 100% 떳떳하지 못했습니다. 사람의 집단이 그 어디인들 100%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최선의 노력은 해야겠지요. 그러지 못했음에 대하여 다시 곰곰 씹어가며 더 고민하겠습니다. 그 잘못을 여기서 하나하나 고백하지는 않으렵니다. 알만한 분은 다 아시겠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반성하는 이에게 돌팔매를 날릴 이유는 없겠지요. 그 점은 이해하세요.

문제는 포털이 아니었습니다. 언론 집단, 이제 모두 인정하십시다. 진짜 우리 잘못이었습니다. 잘못한 근거들은 아주 많습니다. 어찌 일일이 열거할 수 있을까요. 다들 아시는 문제를. 과거에 대해 다 같이 부끄러워하시지요. 그리고 다시 출발하십니다. 21세기와 탈(脫)근대와 세계와 사람에 대하여 뿌리부터 다시 고민하시지요. 지성(知性)이 위태롭지 않은 적 언제 있었나요. 다시 출발하죠.

화이부동(和而不同) 동이불화(同而不和)라 했습니다. 여러 해석이 있지만, 내가 가장 높이 평가하는 논리에 기대자면, 군자(君子)는 지배하려 하지 않고 소인배(小人輩)는 지배하려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소인배였다 할 수 있습니다. 타인(他人)과 깊이 관계해서 더 행복하려 하기보다 타인을 짓밟아 더 즐겁고자 했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약육강식이 그거지요.

우리 사이에 좌(左)와 우(右)가 나뉘어 논쟁을 하는 걸 반대하자는 게 아닙니다. 그건 5천년 인류 역사의 극복할 수 없는 과제잖아요. 정반합(正反合)이든 여야(與野)든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든 그건 ‘오래된 미래’이자 현재고 ‘다가올 과거’지요. 그 싸움이라면 사실과 진실을 모두 꺼내 겨루십시다. 지는 쪽 있고 이기는 편 있겠지요. 어쩔 건가요. 그게 병가(兵家)에서 늘 일어난 일인데요.

잠 못 자는 건, 그런 게 아니라, 부끄러움입니다. 맹자 4단(四端)의 1단 수오지심(羞惡之心)이지요. 반칙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게 현실이고 그것에 질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가 인간임을 압니다. 그래도 우리만은 그러지 마십시다. 심판이 레드카드 뽑을 일은 하지 마십시다. 그러고서 우리가 어찌 세계와 인간과 그로 인한 모든 관계를 말할 수 있겠나요. 더 이상 후배에 죄 짓지 마시죠.

부끄러움으로서 반칙은 무엇일까요.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공부하지 않고 남이 공부할 기회를 앗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가 뭘까요. 인생살이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해도 완성할 수 없는 그 것. 미완(未完)의 꿈. 계속 공부하십시다. 그리고 후배 공부할 기회 뺏지 맙시다. 스스로 공부하지 않은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지 맙시다. 향학자(向學자)를 괴롭히지는 말자구요.

우리가 누구를 괴롭혔을까요. 후배 기자와 포털이겠지요. 우리가 먹고살기 바빠 후배를 험지로 몰아넣었으면서도 후배의 열정 없음을 탓하고, 우리가 공부하지 않고 쓴 기사를 포털에 전송해놓고 포털을 욕한다면, 그게 참 부끄러운 반칙 아닐까요. 내가 취재하지 않고 고민마저 없이 베껴 쓴 글을 내 기사처럼 내보내는 뻔뻔스러움, 매일 그런 글을 수백 개씩 쓰게 하고 출고한 언론들.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위원님들께 부탁하겠습니다. 다른 건 다 몰라도 그런 반칙 행위에 대해서는 과감히 레드카드를 빼주세요. 심판이 엄혹하지 않다면 반칙은 양산됩니다. 어뷰징(abusing)에 대해서는 그 어떤 관용도 베풀지 말기 바랍니다. 그래야 할 명백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지식 노동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깊고 넓게 살펴보시고 객관적으로 입증해 공개하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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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노동이 전부이거나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꽃의 입장에서는 모든 꽃이 아름답듯 인간의 노동 또한 모두 고귀합니다. 인정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놓여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게 지선(至善)입니다. 어뷰징이 포털에 있는 건 정위(正位)가 아니라 역위(逆位)이지요. 그 자리에 있는 본인이나 그걸 지켜봐야 할 모든 이나 괴로울 뿐입니다. 그걸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무위(無爲)로서 우리 모두 어둠 속 등불이 되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