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직접 개발한 SW교육용 툴 관심

황병욱 상동고 교사, '플레이봇' 개발 수업 활용

컴퓨팅입력 :2016/01/04 16:53    수정: 2016/01/05 14:13

정부의 소프트웨어 교육 활성화 정책으로 코딩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사회적 관심이 초등교육에 집중되면서, 중고교 정보교과 현장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학생들의 흥미를 유지하면서 문제 해결 교육을 할만한 적절한 교재가 없다는 고민이다.

이에 한 고등학교 정보 교사가 직접 소프트웨어 교육용 도구를 개발해 주목을 끈다. 현장 교사가 실제 수요에 맞게 개발한 교육도구로 일선 교사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모으고 있다.

황병욱 상동고등학교 정보 교사는 코딩 교육도구 ‘플레이봇(Playbot)’을 개발해 2014년부터 2년간 수업에 활용했다.

황병욱 교사는 코딩교육 도구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스크래치, 엔트리 등의 블록형 도구들이 중학생,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문제 해결 교육에는 부족해 한계를 느꼈다.

그는 “스크래치 같은 블록형 도구들은 문제 해결 능력보다는 창의성 개발에 더 적합한 도구이고 초등학생 등 낮은 연령의 학생들에게 최적화되어 있는 반면, 플레이봇은 주어진 상황 속에서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고 초등학교 이후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며 “초등학교에서 블록형으로 배우고 중학교, 고등학교에 올라온 학생에게 스크래치 다음의 단계를 가르쳐야 하는데, 적절한 툴이 없어 직접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현행 중등 정보 교과에는 ‘문제해결’ 단원을 통해 논리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키우게 되는데 이때 주어진 제약조건을 극복하면서 문제를 풀도록 하는 플레이봇이 적합하다는 것이 황병욱 교사의 설명이다.

블록형 코딩 교육툴은 직접 코드를 입력하지 않으므로 잘못된 코드 입력에 의한 문법적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접하는 문제 요소도 많아져야 하고 오타 등에 의한 문법적 오류도 학생들이 풀어내야 할 또 하나의 과제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모든 학생에게 소프트웨어 개발도구와 개발언어를 가르치기도 어렵다. 코드를 전혀 모른다는 전제에서 복잡한 문법을 가르쳐야 하는데, 학생의 흥미만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흥미와 적절한 수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춘 맞춤형 도구가 필요하다.

플레이봇은 크게 코드 영역과 월드 영역으로 나뉜다. 화면 오른쪽 월드 영역에 미션을 제시하고, 화면 왼쪽 코드 영역에서 자바스크립트 언어를 입력하도록 구성됐다. 교사가 월드 영역에 낸 문제를, 학생이 코드 영역을 채워 해결하는 방식이다.

모든 자바스크립트 언어를 가르치진 않는다. 많이 쓰이는 주요 명령어는 코드 영역 한곳에 노출해 활용할 수 있게 했다.

황 교사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학습해서 문제 해결에 사용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데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했다”며 “교사의 활용 방법에 따라 다양한 문제를 쉽고 흥미롭게 풀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토마토 농장을 가꾸는 상황을 만들어 해결하게 할 수 있다. 플레이봇 토마토 농장의 중간 중간에 섞여 자라는 잡초를 로봇을 움직여 제거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라는 문제를 낸다. 학생은 로봇이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일을 찾아 규칙성을 발견한다. 문제를 풀기 위해 로봇이 이동해 자라고 있는 식물의 정체를 확인하고, 잡초면 제거한다. 잡초가 아니면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다음 칸으로 이동한다.

교사는 플레이봇의 관리자 모드를 통해 실습 문제와 학생 계정을 관리하고, 학습 성과를 평가할 수 있다. 채점을 도와주는 자동화 기능도 들어갔다.

그는 “정규수업 50분 안에 실습과 평가를 마칠 수 있도록 했다”며 “저같은 경우 한 시간에 세개 정도의 문제를 풀게 하는데, 이는 선생님의 생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플레이봇은 인터넷 회원제 서비스로 제공된다. 교사와 학생이 웹브라우저로 이용한다. 2015년 한해에만 400여명의 중고등학교 정보 교사와 2만3천여명의 학생이 접속해 학교 정규 수업에 활용했다.

전국의 일선 교사들이 플레이봇 활용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도 운영되고 있다. 현장의 요구사항과 새로운 수업자료가 공유되고, 플레이봇 서비스에 반영된다. 어떤 교사는 플레이봇으로 게임을 만들기도 했다.

플레이봇은 ‘러플(Rur-ple)’이란 코딩 교육 도구를 참고해 만들어졌다. 러플은 파이썬 학습을 위한 텍스트형 코딩 교육 도구다. 황 교사는 러플의 콘셉트에 흥미요소와 한국 교육현장에 맞는 기능을 더 집어넣었다.

그는 “러플을 수업에 쓰기엔 요소가 너무 단순해서 학생의 흥미가 급감한다”며 “학생들이 흥미를 유지할 수 있게 다양한 요소, 기능, 오브젝트를 집어넣었고, 교사의 정규수업을 위한 부가기능도 많이 넣어 더 좋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플레이봇이 더 널리 퍼지길 기대했다. 더 많은 학교 현장에 보급돼 더 좋은 수업자료가 많아졌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일단은 그 자신이 좀 더 뛰고 있다.

그는 “조만간 네이버 커넥트재단을 통해 플레이봇을 활용하는 교재가 나올 예정”이라며 “겨울방학동안 몇몇 선생님들과 함께 연수와 세미나를 운영하고 수업자료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사 신분으로 플레이봇을 개발하고 이를 소프트웨어 교육에 적용하는 수업 자료로 만들어 배포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교원대학교에 2년간 파견 근무를 하면서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처음엔 혼자 서버 한대를 놓고 운영하다가 정규 수업에 활용하는 학교가 늘어난 뒤 커넥트 재단의 서버 지원을 받아 운영중”이라며 “사용자는 더 늘어날 텐데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용자 요구사항 중에 설치형 SW로 쓰게 해달라는 요청도 많은데, 온라인을 기반으로 했을 때의 많은 장점들이 사라지기 때문에 아직은 설치형 소프트웨어로 배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정부는 2018년 초중학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의무화하고 고등학교에서의 교육도 확대한다. 현재 8%에 불과한 중학교 정보 교과를 전체 학교에서 가르치게 된다.

황 교사는 “저연령의 학생들과 그 학부모, 사회에서의 인식 개선 쪽으로 코딩 교육에 대한 관심이 몰려 있는데 이를 중고등학교 정규 수업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플레이봇이 교과서에도 많이 실려 여러 선생님과 학생들의 정규수업에 널리 쓰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들로부터 유용한 교육 도구로 인정받은 플레이봇이 더 많은 교사와 학생들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도움을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