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소형차 '클리오' 내년 출시 안 한다...왜?

내후년 신형모델 도입 가닥...국내 적은 수요도 영향

카테크입력 :2015/12/31 09:19    수정: 2015/12/31 14:02

정기수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모기업 르노의 소형 해치백 '클리오(CLIO)'를 내년 국내에 들여오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내에서 클리오가 연비 인증을 완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내년 국내 출시를 기정사실로 여겨왔다.

31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최근 박동훈 르노삼성 부사장(국내영업본부장)은 소형차 클리오를 내년 국내에 출시하지 않기로 최종 방침을 정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내년 유럽에서 클리오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 출시가 예정돼 있다"며 "국내에 현재 모델을 가져오기에는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판단, 최종적으로 내년에는 도입하지 않기로 내부적으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르노 '클리오'(사진=르노삼성)

국내 도입될 경우 시장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내년 출시를 결정하지 못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클리오의 국내시장 경쟁 차종은 현대차 엑센트, 한국GM 쉐보레 아베오, 폭스바겐 골프 등이 꼽힌다.

국내 소형차 시장은 경차와 준중형차 사이에 낀 어중간한 위치로 해마다 판매가 감소하는 추세다. 해치백으로 범위를 좁히면 판매량은 더 줄어든다. 소형 스테디셀러인 엑센트 조차도 올 들어 지난해보다 25% 이상 판매가 감소하며 월평균 1천400여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소형차의 내년 판매 전망도 어둡다. 경차와 RV(레저용차량)의 인기에 밀려 감소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클리오를 들여올 경우 수입 구조상 연간 2만대 이상 판매해야 한다"면서 "시장 수요가 많지 않은 시점에서 무리하게 클리오를 도입할 이유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르노삼성은 내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신형 클리오를 국내 시장에 들여와 판매하는 방안은 적극 검토 중이다.

르노삼성의 국내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서도 부족한 소형차(B세그먼트) 라인업을 메울 수 있는 클리오의 도입은 필수적이다. 르노삼성의 현재 국내 판매 라인업 중 가장 작은 모델은 준중형(C세그먼트) 'SM3'다.

우선 내년에는 출시가 예정된 신차들의 판매에 집중하고 영업·판매·AS 네트워크 보강이 완료되는 시점인 2017년께 클리오를 들여와 도입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게 르노삼성 국내 영업을 총괄하는 박 부사장의 복안이다.

여기에 르노삼성은 이미 국내시장에서 수입 국산차로 한 차례 톡톡히 재미를 봤다. 르노삼성의 모기업 르노의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되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3'는 2013년 12월 국내 시장에 처음 선보인 이후 현재까지 총 4만1천651대가 팔려나갔다. 수입차 가운데 단일차종으로 4만대 넘게 팔린 차는 QM3가 유일하다.

클리오 역시 전 세계에서 누적판매 1천150만대 이상이 판매된 모델이다. 유럽에서는 연간 30만대가 팔려나간다. 클리오는 에너지관리공단으로부터 공인 복합연비 17.0km/L를 인증받았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9g/km으로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을 획득했다.

인증을 받은 모델은 2012년 출시한 4세대로 QM3와 같은 1.5리터 디젤 엔진을 탑재해 최대출력 90마력, 최대토크 22.4kg·m의 성능을 지녔다. 차체는 전장(4천62mm), 전고(1천448mm), 전폭(1천732mm)이며 국내에 'SM1'이라는 차명을 달고 출시될 가능성이 점쳐졌다.

앞서 르노삼성은 지난달 클리오의 배출가스와 소음 인증도 마쳤다. 이달 연비 인증까지 완료해 사실상 국내 판매를 위한 준비 절차는 모두 마무리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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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클리오의 국내 도입은 사실상 정해진 것으로 안다"며 "다만 국내 시장 수요와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출시가 예정돼 있는 점을 감안해 출시 시점을 내후년께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르노삼성은 내년 3월 중형세단 SM6(탈리스만)을 필두로 미니밴 에스파스,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2세대 QM5 등 다양한 신차를 선보이고 내수 3위를 탈환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