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IT 자율차 협력...현대차·삼성은?

'잠재적 경쟁관계'...구글·포드 시나리오가 최상

카테크입력 :2015/12/27 09:31    수정: 2015/12/27 13:12

정기수 기자

구글·포드발(發) 자율주행자동차 공동개발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 완성차업계 맏형인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의 협업 가능성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양사간 협력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히려 경쟁 구도가 형성될 여지가 더 많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반도체 개발에 직접 나서면서 세계 1위 반도체회사인 삼성전자에 맞불을 놨다. 계열사인 현대오트론이 반도체를 설계하고 외부에 생산을 맡기는 식이다. 핵심 부품인 반도체 칩을 공급받는 것 만으로는 향후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최근 선보인 제네시스 EQ900에는 완전 자율주행 전 단계인 부분 자율주행 기술인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이 탑재됐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과 비슷한 수준이다. HDA에는 차량 및 차선을 인식하는 카메라, 충돌 위험을 감지하는 레이더, 종합적인 주행 상황을 데이터로 분석해 핸들과 가속·감속페달을 작동하는 전자제어장치(ECU) 등이 적용됐다. 지난달 22일 서울 도심의 실제 도로에서는 EQ900에 적용된 HDA보다 한 단계 진보한 '혼잡구간주행지원시스템(TJA)'을 선보이기도 했다.

(왼쪽부터)삼성전자 서초동 사옥, 현대차 양재동 사옥(사진=각사)

삼성으로부터 부품 공급을 받을 여지도 적다. 현대·기아차에 탑재되는 MCU(마이크로컨트롤유닛), 세이프티 반도체 등 특수 반도체는 이미 프리스케일, 인피니티, 콘티넨탈 등 차량용 반도체 전문업체로부터 납품받고 있다.

삼성이 스마트폰과 TV, 반도체 등에서 쌓아온 데이터 처리능력과 센서기술 등 탄탄한 기초체력을 감안해도 끈끈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공급처를 쉽사리 바꿀 가능성은 희박한 셈이다. 오히려 현대차의 핵심부품 내재화 전략으로 결별 수순을 밟은 세계 1위의 전장부품 업체 보쉬와의 재협력이 더 높게 점쳐진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설령 삼성의 전장 부품을 납품받는다 해도 삼성 역시 수 많은 파트너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삼성에 특별한 납품 인센티브를 줄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이 과거 완성차시장에 진출했던 점도 쉽사리 손을 잡아주지 못하는 이유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잠재적으로 경쟁사가 될 수도 있는 기업을 굳이 파트너로 선택할 이유가 없다.

업계 전문가는 "현대차 뿐 아니라 기존 완성차업체들은 삼성의 전장사업 진출을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다"며 "글로벌 자동차시장을 통제하고 있는 기존 업체들의 견제가 시작된 이상 부품 공급처를 찾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미 대부분 완성차업체가 독자개발과 협업을 통해 스마트카 관련 자체 공급망을 확보해 삼성의 구애(?)가 쉽게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물론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포드, GM(제너럴모터스), 토요타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한 순간에 몰락한 휴대폰 제조업체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자율주행기술 개발에 전사적으로 뛰어든 상황이다.

영동대로 일대를 주행하는 현대차 제네시스 자율주행차(사진=지디넷코리아)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용 운영체제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는 구글(안드로이드 오토)이나 애플(카플레이)에 비해 삼성의 소프트웨어 분야가 취약한 것도 선택을 받는 데 걸림돌이다. 자율주행차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처럼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서 차별성을 지니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삼성 역시 자체 운영체제 타이젠을 활용하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가능하지만 이제 걸음마 수준이다.

구글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완성차 업체보다 앞선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160만㎞ 무사고 시험 운행에 성공했다. 오는 2019년에는 면허 없이 운전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를 개발한다고 공언한 상태다. 벤츠·BMW와 공동 개발에 나서고 있는 애플은 오는 2020년 자율주행차 도입을 선언했다. '프로젝트 타이탄'으로 명명된 자율주행차 개발에 여념이 없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D)이 주최한 연례 간담회 자리에서 "소프트웨어가 미래자동차에서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자동차에서 아이폰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구글과 자율주행차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기로 한 포드는 지난 주 캘리포니아에서 무인차 실험 허가를 받았다(사진=씨넷)

선진 기술력을 갖춘 글로벌 무대에서 이종업체간 다양한 협업이 속속 가시화됨에 따라 국내 기업들간 협력 필요성은 시급히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이해득실을 떠나 수평적인 관계에서 협업을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홍성수 차세대융합기술원 스마트시스템연구소 소장은 "서로 돕지 않는 발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며 "자동차와 IT업계가 동등한 관계에서 서로의 영역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는 상생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도 "현대차와 삼성이 자율주행차 부문에서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형성할 수만 있다면 최고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며 "정부가 정책적 지원을 하는데도 제약이 적고 고용창출, 기술력 향상 등 시너지도 100%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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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장기적으로는 삼성이 완성차로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존하는 데다,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한 현대차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협업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김 교수는 "포드와 구글의 협력이 이뤄진다면 같은 미국 국적을 가진 업체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긍적적인 요소가 많은 것"이라면서 "현대차나 삼성이 외산업체와 손을 잡을 경우 잃을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