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티브 앱 개발툴 퓨즈, 크로스 플랫폼 대세 될까

안데스 라센 CEO "내년초 공식 버전 배포"

컴퓨팅입력 :2015/12/22 09:50    수정: 2015/12/23 16:01

안드로이드와 iOS 플랫폼을 아우르는 네이티브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툴 '퓨즈(Fuse)'가 한국 개발자 사이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애플과 구글의 공식 개발 툴에 의존하지 않고도 각 플랫폼에 맞는 최적 결과물을 얻게 해 준다는 개발툴의 메시지가 대세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퓨즈는 4년전 노르웨이 오슬로에 설립돼 미국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스타트업 퓨즈가 만든 동명의 크로스플랫폼 앱 개발툴이다. 안더스 라센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방한해 퓨즈의 존재를 알렸고, 약 7개월만에 후속 소식을 전하며 한국지사 설립 검토를 알렸다.

앞서 회사는 한화 80억원 이상 규모 투자를 유치했고, 이후 수익모델 확정 없이 기술 개발과 사용자 저변 확대에 쭉 매진해 왔다. 기업 경영 측면에선 미국에 이어 한국에 지사(office) 설립 의지를 내비친 점이 눈길을 끄는데, 그만큼 한국 사용자 반응이 뜨거웠다는 방증이다.

기술적으로는 툴 업데이트를 통해 디자이너와 개발자간의 협업이라는 종전 메시지를 강화하고 있다. 향후 다른 플랫폼 앱 개발 지원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지만, 당분간 모바일 시장을 양분한 안드로이드와 iOS 플랫폼의 네티이브 앱에 집중할 방침이다. 전략상 웹앱은 논외다.

안데스 라센 퓨즈 CEO

라센 CEO는 지난주 지디넷코리아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공식문서 번역 봉사 등 커뮤니티가 활발해진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강화와 적극적인 대응을 예고했다. 더불어 최근 공개 베타 업데이트 주요 변화로 저변 확대에 자신감을 내비치며 내년초 정식판 배포 계획을 밝혔다.

무료 다운로드 배포 중인 퓨즈의 오픈베타 개발툴은 자바스크립트와 XML 코드로 앱을 만들면 iOS와 안드로이드 각각의 네이티브 코드를 한꺼번에 만들어낸다. 정적인 사용자인터페이스뿐아니라 네이티브 앱용 제스처, 모션, 그래픽까지 처리한다. 언뜻 개발자위주의 툴처럼 보이지만 타임라인 기능과 끌어다놓기식 구성 등 디자이너를 위한 기능도 추가되고 있다.

앱 화면의 폰트 크기 조정, 시각효과 추가 등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매번 다시 컴파일하고 시뮬레이터에 불러들이는 번거로운 절차를 없애고 툴 안에서, 또는 실제 기기에서 곧바로 바뀐 결과를 확인 가능하다. 덕분에 개발자가 앱을 업데이트하거나 수정을 위해 디자이너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쏟아붓는 시간을 확 줄일 수 있다는 평가다.

다음은 라센 CEO와의 서면인터뷰를 문답형식으로 요약한 내용이다.

- 당신은 지난 5월 방한 당시에도 퓨즈를 소개하면서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협업 가능성을 강조했는데, 오픈베타 버전을 내놓은 이후 이런 측면에 얼마나 진전이 있었는지 설명해 주시죠.

퓨즈는 디자이너와 개발자의 연결(connection)을 위한 존재입니다. 퓨즈는 iOS용 개발 언어 오브젝티브C나 안드로이드용 개발 언어 자바가 아니라, UX마크업과 자바스크립트로 코딩을 할 수 있기에 개발이 훨씬 쉬워집니다. 우리는 아직 퓨즈 버전 1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 (버전 0.9 오픈베타) 단계에서도 이미 시장 판도를 바꿀만큼 앱 개발을 쉽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기능과 방법을 선보여 왔습니다. 여러 플랫폼에서 돌아가는 앱을 단일 코드셋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뿐아니라, 다음 주요 기능들이 디자이너와 개발자간 협업을 쉽게 도와 줍니다.

예를 들면 '스케치(Sketch) 임포터'를 만들었는데요. (UX 디자인툴) 스케치로 작성한 디자인 파일을 퓨즈에서 불러들여 코드를 생성해 주는 기능이에요. 이걸 쓰면 디자인에서 실제 움직이는 앱이 생성되는 거죠. 다른 예로 '퓨즈 인스펙터'같은 건,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코드를 전혀 쓰지 않고도 앱 제작에 필요한 값과 매개변수를 고칠 수 있는 기능이고요. 또 개발 중인 앱의 코드를 고치면서 재컴파일 과정 없이 시뮬레이터와 디바이스 자체에서 실제 구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주 중요한 기능 중 하나죠.

- 퓨즈의 앱개발툴 '퓨즈'는 지난 5월말 방한 당시 비공개 베타테스트 상태였는데, 테스트 진행 상황과 정식판 업데이트 시기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나요? 그리고 툴을 사용할 수 있는 '호스트플랫폼'과 결과물을 구동하는 '타깃 플랫폼'의 현황도 간단히 설명해 주시면 좋겠네요.

우선 10월초에 퓨즈 오픈베타를 시작했죠. 버전 0.8입니다. 지금(12월 중순)은 버전 0.9이고, 내년 상반기 버전 1(정식판)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현재 OS X과 윈도 PC에서 개발툴을 사용할 수 있어요. 최신 버전뿐아니라 그 몇 단계 이전까지요. 애플은 앱 개발자들에게 최신 OS X (10.11 버전, 엘 캐피탄)을 쓰도록 강조하고 있지만, 퓨즈는 출시 2년을 넘은 (OS X 버전 10.9) '매버릭스'까지, PC는 윈도7 이후까지 됩니다.

타깃플랫폼의 경우 iOS와 안드로이드, 두 플랫폼을 네이티브하게 지원합니다. 최신 버전만이 아니라 그 이전 버전도요. 앞으로 다른 플랫폼도 지원하게 되겠지만, 현재는 이 두 플랫폼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희는 네이티브 앱 개발에 집중합니다. 네이티브 앱은 개발자와 디자이너 양쪽을 도울 수 있는 분야이고, (각 플랫폼과 기기의 성능을) 최고로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웹앱 개발에 관한 질문을 받곤 하는데, 브라우저에서 구동되는 앱을 만드는 프레임워크와 솔루션은 이미 많아요.

퓨즈 공식사이트. (왼쪽부터) 퓨즈 개발툴 무료 다운로드 페이지, 툴의 핵심기능을 소개하는 부분, 툴로 간단히 구현할 수 있는 예제 모음.

- 상반기 방한 이후 한국 개발자들에게 퓨즈의 기술력과 툴을 소개하며 인상적이란 평가를 많이 받은 걸로 아는데, 사용자 저변 확대 측면에서 거둔 성과는 어떤지, 그리고 한국 시장에 대한 향후 계획에 대해 공유해줄 수 있는 사항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한국에서 퓨즈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아요. 한국 개발자들에게서 여러가지 요청도 많이 받았고요. 한국내 퓨즈 개발자 커뮤니티가 계속 성장 중입니다. 네이버 카페와 페이스북 그룹을 통한 자생적 활동들이 두드러지고 있죠. 한국 커뮤니티에는 퓨즈 문서 번역팀까지 생겨서, 회원간 정보 공유도 아주 효과적으로 이뤄지는 중이고요. 이점에 대해 저희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감사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계획을 지금 공유하는것은 아직 이른 감이 있는데요. 한국 오피스 설립을 검토 중입니다. 한국 사용자들이 현재까지 보여준 열정과 새로운 기술에 대한 개방적인 마음가짐에 저희는 정말 감동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한국에서 트레이닝과 세미나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적절한 시기가 오면 현지 인력도 채용할 계획이고요.

- 경영 측면에선 별다른 걱정이 없는 건지 의문입니다. 수익모델에 대한 구상이라든지, 앱개발 툴 시장성을 어떻게 보시나요?

아직까지 비즈니스모델에 관한 계획을 공식화하지 않았어요. 어떤 수익모델을 가져가든, 유저들이 제대로된 앱을 만들도록 가장 기본적인 기능들의 무료버전은 항상 제공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상업용이든 취미용이든 앱을 개발할 때 퓨즈를 사용할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저희 계획이에요.

개발자와 디자이너 대상 툴마켓은 건재하고, 앞으로도 지속 성장이 기대됩니다. 앱이 우리 일상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할 테고, 그걸 단시간에 고퀄리티로 만들어내야 하는 니즈가 더 커질 거예요.

- 2011년 설립 이후 얼라이언스벤처와 노스존으로부터 700만달러 이상의 투자를 받으셨는데, 추가 투자를 받으실 건가요?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유니콘으로 불리는 벤처들의 위기론이 돌면서 투자열기가 좀 위축됐다던데, 현지 진출 벤처 CEO가 느끼기엔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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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우린 앞서 충분한 자금을 받았었죠. 지금은 다시 차기 펀드를 준비 중입니다. 저희는 새로운 펀드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준비하려고 해요. 세계 각국 사용자들이 퓨즈를 사용함에 있어 아주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우려고 합니다. 신기능을 넣고 버그를 고치는 등 개발 관련 업무뿐아니라, 유저들이 (앱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필요한 지원 사항도 꾸준히 추진할 예정입니다.

실리콘밸리 쪽의 소문에 대해서는, 아주 심각하고 지속적인 위기가 있다고 보진 않아요. 기대만큼 성과를 못내는 업체는 항상 있기 마련이에요. 어떤 업체들은 비교적 성장 속도가 느릴 수도 있고요. 하지만 지금도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계속 나오고 있죠. 앞으로 그동안 못 봤던 업체들중 '떠오르는 별'들이 계속 등장할 거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