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브랜드 왜 만들었나?” 진땀 뺀 현대차

마음드림 행사서 날선 질문...곽진 부사장 "쓴소리 고객은 조언자"

카테크입력 :2015/12/14 22:35    수정: 2015/12/15 07:44

“제네시스 브랜드를 무슨 이유로 만들었는지 만족스러운 대답을 듣지 못했다.”

14일 오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현대자동차의 세 번째 마음드림 행사에 참가한 소비자의 지적이다.

현대차는 이날 곽진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 부사장 주관으로 마음드림 행사를 진행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이번 마음드림 행사 참가를 위해 1천500여명의 고객들이 참가 의사를 보였고, 이중 추첨을 통해 100여명을 참석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중 일부는 오전에 경기도 화성 남양연구소를 방문했다. 참석 대상자 중 일부는 '흉기차'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한 안티-현대의 대표 격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 회원들로 구성됐다.

이날 마음드림 행사에서는 지난달 출범한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출범 목적을 묻는 한 행사 참석자의 질문이 나왔다. 명쾌하게 답변해달라는 요구도 함께 제시됐다.

이 답변은 곽진 부사장 대신 김상대 현대차 국내마케팅실장(이사)이 직접 맡았다.

김 이사는 "현대차가 1975년 포니를 선보인 지 40년 만에 럭셔리 브랜드를 내놓은 것"이라고 운을 뗏다. 그는 이어 글로벌 고급차 시장의 빠른 성장세와 프리미엄 브랜드가 기술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점 등을 언급하면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제네시스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지난 9일 제네시스 브랜드의 초대형 럭셔리 세단 'EQ900'를 국내에 처음으로 출시했다.

곽진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 주관으로 열린 현대차 고객소통 행사 '마음드림' 세 번째 행사 풍경(사진=지디넷코리아)

이 대답은 질문을 던진 참석자에게 만족스러운 답변이 아니었다.

이 참석자는 “현대차가 어떤 이유 때문에 제네시스 브랜드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되지 못한다”며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지 못하면 단순히 독일과 일본 메이커 등을 카피하는 메이커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이사는 “현대차가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럭셔리 브랜드가 필요했다”며 “제네시스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차종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브랜드 명칭을 제네시스로 정했다”고 답했다. 이는 현대차가 지난달 4일 제네시스 브랜드 선포식 이후 한 달 넘게 반복해 온 설명이다.

이날 참석자의 질문 요지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지향점을 담은 고급차만의 철학과 향후 차별화 전략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풀이된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앞서 출범 당시 '인간 중심의 진보'를 브랜드 방향성으로 잡고 구체적으로 사람을 향한 혁신 기술, 편안하고 역동적인 주행성능, 동적인 우아함을 지닌 디자인, 간결하고 편리한 고객 경험 등 4대 핵심 속성으로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다만 이같은 브랜드 방향성이나 차별화 전략이 제네시스가 갖는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개념을 고객들이 받아들이는 데는 다소 애매하고 모호하다는 게 업계 일각의 지적이다.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방향으로 브랜드 소통 전략이 마련돼야 제네시스의 빠른 시장 안착과 인지도 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날 질문한 참석자가 김 이사의 답변에도 "(제네시스 브랜드를)왜 만들었는 지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은 것도 이런 맥락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된다. 향후 제네시스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데 있어 적지 않은 소통의 혼선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현재 전 세계 고급차 시장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계 3사가 주도하고 있고 그 뒤를 토요타(렉서스), 닛산(인피니티), 혼다(어큐라) 등 일본계 3사가 쫓고 있다.

글로벌 고급차 시장 규모는 2010년 579만대에서 지난해 833만대로 연평균 10.5%의 증가율을 보이고 급신장하는 추세다. 반면 같은 기간 대중차의 경우 6천472만대에서 7천612만대로 연평균 6.0% 증가에 불과했다.

고급차는 수익성도 높다. 11개 글로벌 주요 완성차그룹의 작년 실적을 살펴보면 고급차 중심인 BMW와 다임러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8.8%로 집계됐으나 토요타, GM(제너럴모터스), 포드 등 나머지 9개 그룹은 평균 3.9%에 그쳤다. 현대차 역시 가성비 좋은 대중차 브랜드에서 탈피, 고급차 브랜드로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매김 하는 것이 향후 도약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제네시스로 출사표를 던졌다.

서울 강남 도산대로 현대모터스튜디오에 전시된 제네시스 EQ900 (사진=지디넷코리아)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목적에 대한 김 이사의 답변에 대해 질문자를 비롯한 참석자들의 냉담한 반응이 이어지자 행사장 분위기는 잠시 머쓱해졌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행사를 진행한 여성 MC는 급히 다른 주제로 순서를 넘기기도 했다.

이날 마음드림 행사에서는 서비스 불만족, 향후 신차 출시 계획 등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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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진 부사장은 “내년부터 상품, 판매, 서비스 등 고객 불만 해소를 위해 고객들이 적접 참여하는 제도인 ‘H옴부즈맨’ 제도를 신설하겠다”며 “현대차에 쓴소리하는 고객들을 안티라고 생각하지 않고 바른 말 하는 소중한 조언자로 생각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차 출시 계획과 관련해서는 “토요타 프리우스를 능가하는 최고의 연비를 달성할 수 있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년 1월 출시할 예정”이라면서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EQ900을 시작으로 내년 2월 리무진 모델과 하반기 가솔린 모델보다 50% 이상 연비가 향상된 제네시스 디젤 모델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