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車 전장사업은 어떻게 펼쳐질까?

태블릿PC 인포테인먼트에서 자율주행차 기술로 확대

카테크입력 :2015/12/11 11:22    수정: 2015/12/11 12:01

"지금이라도 시작한 게 다행이다."

지난 9일 삼성전자가 조직개편을 통해 자동차 전장사업팀을 신설하고 관련 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것에 대한 업계의 반응이다.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럼 앞으로 (자동차 말고)무엇을 할 수 있겠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PC, 인터넷, 스마트폰 이후 스마트카가 향후 IT 기업은 물론 전 산업을 아우르는 새로운 싸움의 판이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인 셈이다. 업계는 스마트카가 향후 무선통신-제조-SW-에너지-건설-보안 등 전 산업 영역에 엄청난 영향력과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자동차와 IT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 지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1위 전자기업인 삼성전자가 더 이상 관련 시장을 외면할 수 만은 없었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몇몇 완성차 브랜드와 협력관계를 구축하며 호시탐탐 시장 진출 기회를 노려왔다.

그럼 삼성전자의 자동차 전장사업팀은 앞으로 어떻게 사업을 전개해 나갈까. 업계는 삼성이 LG전자 등 이미 2~3년 전 시장에 선발로 뛰어든 경쟁자들을 따라 잡기 위해 자신이 가장 잘 하는 분야부터 시작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차량 내 태블릿 PC 중심의 사업을, 이어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전념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스마트폰, 태블릿 PC로 인포테인먼트 분야 우위 예상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이 가장 먼저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활용한 인포테인먼트 사업에 전념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 분야에서 가장 강한 면모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 한해동안 여러 자동차 업체들과 손을 잡고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사업 강화를 꾀해왔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현장에서 폭스바겐 그룹 계열 세아트와 함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구축을 위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만든 스마트폰 연동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미러링크’ 입지 강화를 위해서다.

삼성전자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미러링크' (사진=세아트)

바르셀로나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아트는 제조 차량 중 80% 이상을 75개국에 수출하는 수출 주도형 완성차 업체다. 삼성전자와 세아트는 미러링크 시스템이 75개국의 세아트 차량 운전자가 선호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득차 있다.

태블릿 PC를 활용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강화도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의 핵심 과제다. 이 분야도 역시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이 수익성을 확보하면서 조기에 사업을 본 궤도에 올려 놓을 수 있는 핵심 열쇠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출시된 BMW 신형 7시리즈에 ‘터치커맨드 시스템’을 제공했다. 삼성전자 태블릿으로 차량의 좌석 조절과 냉/난방 컴포트 기능, 라디오 및 동영상등을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삼성전자 태블릿이 활용된 BMW 뉴 7시리즈 터치커맨드 시스템 (사진=지디넷코리아)
터치커맨드 시스템이 적용된 BMW 뉴 7시리즈(750Li) 뒷좌석. 중앙 암레스트에 위치한 삼성전자 태블릿으로 차량 주행 기능을 제외한 모든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사진=BMW 코리아)

삼성전자 태블릿을 활용한 내비게이션 시스템도 등장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SK텔레콤과 손잡고 세계 최초 태블릿 내비게이션 ‘T2C(Tablet to Car)’을 선보였다.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액티브’ 태블릿으로 T맵 길안내, 멜론서비스 등의 외부 콘텐츠와 후방카메라 모니터, 스티어링 휠 리모트 기능 등의 차량 제어 관련 기능도 탑재됐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이번 T2C 관련 사업에 관여한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동차 업체들이 삼성전자 제품을 활용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채택하는 추세가 강하다.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의 전장사업팀의 시작은 인포테인먼트 사업 중심으로 무난하게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산업용 러기드(Rugged) 태블릿 ‘갤럭시탭 액티브’가 차량에 탈부착으로 공급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미 가시적인 거래처나 수주 물량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으로도 볼 수 있다"며 "방음·방진에 비즈니스 업무까지 가능한 이 제품이 차량내 모든 시스템을 제어하고 조정한다며 경쟁력은 충분하다. 삼성은 반도체 부품에서 스마트폰 완제품, 무선통신 기술까지 모든 것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QM3에 탑재되는 삼성전자 태블릿 활용 내비게이션 'T2C'(사진=르노삼성)

■삼성전자, 자율주행기술 개발 박차 가할 듯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은 지난 2013년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C사업부를 신설한 LG전자와 안방 시장에서 당장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이미 세계 유수 완성차 브랜드 업체와 AVN시스템에서 배터리까지 차세대 협력 관계는 구축한 LG의 B2B 역량과 노하우를 삼성전자가 얼마나 빨리 따라 잡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또한 일각에서는 두 회사가 다루고 있는 전장부품이 약간 상이해 초기 시장에서 그다지 부딪히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아직까지 전장부품 사업의 수익성은 그리 크지 않다. LG전자 VC 사업부 매출이 매분기 늘고 있지만 아직도 영업이익은 적자를 보는 이유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부가가치가 놓은 자율주행 기술 등 핵심 기술개발에 역점을 둘 공산이 크다.

해외에서 삼성전자의 경쟁자로 눈 여겨 볼 상대는 바로 중국 인터넷 서비스 업체 바이두다.

바이두는 지난 9일 BMW 3시리즈 그란투리스모 모델을 개조해 만든 자체 자율주행차량이 일반도로 상에서 완전 자동 주행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발표했다. 바이두의 이 같은 발표는 삼성전자의 전장사업팀 신설 발표와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 이에 씨넷, 더 버지, 기즈모도, CNBC, BBC 등 주요 외신들은 삼성전자와 바이두가 서로 치열한 자율주행차 기술 전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요 외신 중에는 자율주행차 테스트에 성공한 바이두가 삼성전자보다 좀더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바이두의 자율주행차량은 좌우회전과 유턴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으며, 전방에 차량이 감지되면 속도를 낮추거나 추월할 수 있다. 고속도로 진입시 최대 시속 10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차량 내 소프트웨어인 오토브레인의 자동화된 지도를 통해 3차원 도로 데이터를 몇 센티미터 수준의 정확도를 기록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아직 이렇다할 자율주행차 시범 운행 차량이나 기술 등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바이두 자율주행차량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는 최근 아우디 차량에 D램, 낸드플래시를 공급하는 등 자동차 업체들과의 협력 강화를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 협력안을 발표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5일 메르세데스-벤츠와 함께 자율주행차 핵심 부품을 만들기로 한 LG전자와도 비교되는 대목이다.

'중국의 구글' 바이두의 '카라이프' (사진=바이두)

하지만 삼성전자는 자율주행차 기술 입지 확보와 시장 동향 파악을 위해 각종 자동차 행사에 직원들을 보내고 있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미래성장동력 퍼레이드’ 자율주행차 시연 현장에는 한 삼성전자 연구원이 기술동향 파악을 위해 현장에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해당 연구원은 시연 현장에서 현대차 임원을 만나 자율주행차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같은 관심이 실질적인 협력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대차는 독자적인 자율 주행기술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기사

그러나 BMW의 전폭적인 지원은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에게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

이안 로버슨 BMW 세일즈 마케팅 총괄사장은 지난 10월 신형 7시리즈 발표 당시 삼성전자를 여러 번 언급하며 향후 두 회사간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다. 삼성전자와 BMW가 지난 CES 2014, CES 2015 등에서 첨단 융합 IT 기술을 선보인 만큼, 향후 자율주행기술도 두 회사간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