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갤럭시 군단' SW 파워 키운다

스마트폰 사업 이후 처음 개발실 2개로 나눠

홈&모바일입력 :2015/12/09 18:07    수정: 2015/12/10 15:21

정현정 기자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위기 돌파를 위해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에 집중한다. 하드웨어 상향 평준화가 이뤄지면서 경쟁이 어려워진 만큼 녹스(KNOX)와 삼성페이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 향상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다.

연말 사장단 인사에서 ‘포스트 신종균’으로 급부상한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사장)에 뒤를 이어, 이인종 부사장(소프트웨어)과 노태문 부사장(하드웨어), 이영희 부사장(모바일 액세서리·웨어러블)의 역할이 커졌다.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사장)

삼성전자는 9일 단행한 정기 조직개편을 통해 이인종 무선사업부 B2B 개발팀장을 무선사업부 개발1실장으로, 노태문 무선사업부 상품전략팀장을 개발2실장으로 각각 선임했다. 앞서 지난 1일 사장단 인사에서 고동진 전 무선개발실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무선사업부장을 맡게 되면서 공석이 된 자리다.

노태문 부사장은 고동진 사장 취임과 함께 차기 무선 개발실장으로 일찌감치 물망에 올랐지만 삼성전자는 개발실을 둘로 쪼개 이인종 부사장을 1실장으로 노태문 2실장과 함께 개발실을 이끌게 하는 수를 택했다. 이인종 부사장이 이끄는 개발 1실은 소프트웨어(S/W)와 서비스 개발을 담당하게 되며, 노태문 부사장의 개발2실은 하드웨어(H/W)와 메탈 소재 등을 포함하는 기구 개발을 담당하는 구조다.

이번 조직개편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위상이 그만큼 강화됐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스마트폰 하드웨어 사양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스마트폰 시장 경쟁은 점차 소프트웨어, 서비스, 생태계 경쟁으로 옮아가고 있다. 하드웨어 경쟁력에 비해 약체로 평가받던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사업은 녹스와 삼성페이를 계기로 급성장하고 있다.

앞서 삼성은 지난 1일 단행한 사장단 인사에서 IM부문 무선사업부 새 수장으로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개발실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고 사장에 대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물론 녹스, 삼성페이 등 솔루션 및 서비스 개발에도 폭넓은 안목과 식견을 갖추고 있어 무선사업의 제 2 도약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하며 힘을 실어줬다. 이번 보직 인사에서 무선사업부 개발1실장을 맡게된 이인종 부사장은 녹스와 삼성페이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인종 부사장과 노태문 부사장은 새로운 직책을 받고서도 기존에 계속 담당 해왔던 영역을 맡게 되는 만큼 큰 변화는 아니다"라면서 "기존에는 고동진 사장이 원톱 체제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며 개발실을 이끌어왔다면 이인종 부사장과 노태문 부사장이 각자 잘하는 영역을 특화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올해 사장단 인사에서 고동진 사장이 무선사업부장으로 깜짝 발탁되면서 무선개발실장 자리는 차기 무선사업부장 승진을 위한 핵심 보직으로 부상했다. 현재 IM(IT·모바일) 부문장을 맡고 있는 신종균 사장 역시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무선사업부 개발 실장을 맡다 2009년 무선사업부장으로 발탁됐다. 이번 인사로 이인종 부사장과 노태문 부사장이 투톱 체제로 무선 개발실을 이끌게 되면서 두 인물의 경쟁체제에도 자연스레 업계의 눈이 쏠리게 됐다.

1965년생인 이인종 삼성전자 부사장은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교수로 강단에 서다 지난 2011년 무선사업부 B2B개발그룹장(전무)으로 삼성에 입사해 녹스와 삼성페이 개발을 주도하면서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이끌며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외부 수혈된 인물인 이인종 부사장과 달리 노태문 부사장은 정통 ‘삼성맨’ 출신이다. 1968년생인 노태문 부사장은 포항공대 석·박사 출신으로 삼성전자에 입사해 2007년 당시 39세 나이에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상무 시절 그래픽 성능 개선 소프트웨어와 저전력 기술로 갤럭시S 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수상하며 2011년 전무로 승진하고, 다시 전무 승진 2년 만인 2013년 최연소 부사장 타이틀을 달며 고속승진을 거듭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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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종 부사장은 녹스와 삼성페이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에 이어 애플 iOS에 대항하는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생태계 확립과 B2B 사업 강화에 임무를 맡게 됐다. 녹스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뿐만 아니라 헬스케어와 사물인터넷(IoT)을 위한 보안 플랫폼으로 확대를 꾀하고 있다. 노태문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압도적인 하드웨어 경쟁력을 강화해 경쟁사들과 초격차를 벌리는데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초 엣지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스마트폰 시리즈를 선보였던 삼성전자는 내년 한 번 접히는 형태의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를 준비 중이다.

두 명의 개발실장 외에도 무선사업부 마케팅팀장을 맡아 온 이영희 부사장의 역할도 더 커지게 됐다. 삼성전자는 정기 조직개편을 통해 무선사업부에 ‘모바일 인헨싱(Mobile Enhancing팀)’을 신설했다. 모바일 인헨싱 팀은 스마트폰 액세서리와 기어S2와 기어VR 같은 웨어러블 시장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담팀으로 만들어졌다. 모바일 인헨싱 팀장은 이영희 부사장이 겸직하게 됐다. 이 부사장은 기존 무선 마케팅팀에서 스마트폰 액세서리 사업을 총괄하면서 레베카밍코프, 케이트스페이드, 버튼, 로메르브리토 등 유명 브랜드들과 협업을 주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