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본 웹표준 생태계 '낙관할 수만은 없다'

'W3C HTML5 컨퍼런스 2015' 기조연설

컴퓨팅입력 :2015/12/09 13:58

네이버가 지난해 확정된 HTML5 표준에 대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HTML5가 차세대 웹 기술 발전의 구심점이란 긍정적 역할을 해나갈 것이란 관측이 실행 과정에 있지만, 현재 개발자, 사용자, 사업자들이 체감하는 실질적 환경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다.

박종목 네이버 이사 겸 HTML5융합기술포럼 의장은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W3C HTML5 컨퍼런스 2015' 행사 첫 기조연설자로 나서 '네이버가 바라보는 웹 기술 및 환경 전망'이라는 주제로 키노트를 진행하며 이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그의 메시지를 요약하면 이렇다. 최신 웹 표준 기술과 실제 환경엔 격차가 크다. 파편화가 난제다. 웹표준화기구에선 해결 노력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이 있는 한 웹 기술은 계속 발전한다. 그러나 웹애플리케이션 활성화 관점에선 갈 길이 멀다. 자바스크립트는 웹 애플리케이션 전용이 아닌 하이브리드 용도로 널리 쓰이고 앞으로도 그럴 전망이다. 언어의 최신 표준 지원이 불충분하고, 모바일에선 특히 열악하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렇다. 어떤 웹표준이 등장 이후 사용자들이 느낄 수 있는 실제 서비스로 제시되기까진 많은 시간이 걸린다. 표준이란 개념이 정립되고, 이를 실제로 받아들여 만들어진 브라우저에서 쓸 수 있는 기술이 되고, 그 기술을 구현한 브라우저가 사용자에게 제공돼 운영체제(OS)에 설치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에 큰 시차가 존재한다.

파편화문제도 심각하다. 개발자들은 각각의 OS와 그에 탑재된 브라우저 마다 버전이 다른 사용자들에게 의도한 결과물을 보여줘야 하는 고충을 안고 있다. 최근 액티브X 기술에 관련된 사항도 대표적인 문제다. 액티브X는 과거 HTML 규격으로 만들기 어려운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쓰였다. 전보다 훨씬 폭넓은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HTML5가 작년에 표준화됐지만, 아직 그게 완벽히 동작하는 현실은 오지 않았다.

액티브X처럼 웹용 플러그인으로 쓰이는 NPAPI 기능이 크롬에선 제거됐다. 엣지에선 아예 처음부터 지원하지 않는다. 이걸 없앴다고 HTML5가 바로 준비돼 있느냐 그건 아니다. 크롬 익스텐션은 액티브X 아니지만 브라우저 기술일뿐 표준은 아니다. 엣지는 익스텐션도 없다. 브라우저가 HTML5 규격 만족하는 형태로만 출시돼 실제 사용자들이 원하는 기능 다 충족시키지 못할 수 있다.

2015년 12월 9일 열린 W3C HTML5 컨퍼런스 2015에서 키노트를 맡은 박종목 네이버 이사 겸 HTML5융합기술포럼 의장. 브라우저 점유율 추이를 설명하고 있다.

박 이사는 "웹개발자 75%정도는 파편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한다"며 "웹표준을 브라우저마다 지원해야 하고 디바이스 성능이 나올 수 있게 보완돼야 하기 때문에, 그걸 위한 실제 개발 비용은 이전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현재 상용화한 웹 기술도 전체 기능 구성 관점에선 네이티브 애플리케이션 대비 취약하다고도 지적했다. 안드로이드 플랫폼용 애플리케이션 기능을 100%로 볼 때 순수 브라우저의 기능은 그 37% 정도, 웹 래퍼를 쓰면 49% 정도, 네이티브 변환 수단을 쓰면 63% 정도다.

파이어폭스OS같은 '네이티브웹OS'를 써야 97% 정도로 비슷해지는데, 사실 이 기능 영역의 표준화는 부족한 상태다. 이를 보완할 개발도구 역시 제한적이며, 네이티브 애플리케이션에 비해 웹애플리케이션을 올려 유통할 수 있는 장터도 한정돼 있다.

마냥 비관적인 건 아니다. 표준화 활동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웹표준화기구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에서 '오픈 웹 플랫폼'이라는 목표를 설정해 보안, 프라이버시, 사용성, 성능, 실시간 통신, 기기간 상호작용, 독립적 애플리케이션 영역 표준을 보완 중이다.

W3C는 웹의 파편화에도 대응하고 있다. '어드밴싱 웹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테스팅 커뮤니티그룹'이 만들어졌다. 웹애플리케이션이 여러 환경에서 잘 돌아갈 수 있게 활발하게 테스트 및 검증하기 위한 집단으로 결성됐다.

HTML5를 비롯한 웹 표준과 맞물리는 관련 기술들은 어떻게 발전하고 있을까. 최근 대두된 주요 웹 표준에는 네이티브 애플리케이션과 같은 사용성을 위한 푸시알림, 서비스워커, 생산성을 보완하는 웹컴포넌트, 자바스크립트의 기반 표준인 ECMA스크립트 제6판 등이 있다.

웹 코드를 구동하기 위한 브라우저 엔진의 현황도 몇년새 사뭇 달라졌다. 2012년까지는 애플 사파리에 쓰이는 오픈소스 렌더링 엔진 '웹킷'의 커뮤니티가 거대했다. 애플이 컨트롤했지만 구글은 크롬 브라우저를 만들면서 활발히 참여하고 있었다.

이후 구글은 '블링크'라는 그 나름대로의 오픈소스 렌더링 엔진을 파생시킨 뒤 크롬 브라우저에 탑재하고 있다. 오페라도 가세했다. 구글의 블링크를 파생시킨 이후 웹킷 커뮤니티의 활력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웹킷과 블링크, 2가지 엔진으로 생태계도 이원화, 파편화 양상을 띤다.

박 이사는 "웹킷 컨트리뷰션은 주로 작은 기업이나 대학 연구실 등의 참여가 많은 경향이 있고 블링크에는 이를 주도하는 구글뿐아니라 오페라, 삼성, 인텔 등의 컨트리뷰션 비중이 적지 않다"며 "최근 진행상황을 보면 웹킷은 자바스크립트코어 탑재를 통한 성능개선, 구글에서 실험했던 섀도DOM 구현이 시도됐고 블링크는 메모리와 그래픽렌더링 최적화, 신규 CSS와 HTML5규격 구현이 빠른 편"이라고 평했다.

2015년 12월 9일 열린 W3C HTML5 컨퍼런스 2015에서 키노트를 맡은 박종목 네이버 이사 겸 HTML5융합기술포럼 의장. 웹 표준 및 기술 현황과 발전 방향에 대한 발표 내용을 요약하고 있다.

웹이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비중이 커진 자바스크립트의 현황은 어떨까. 당연히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깃허브에서 언어별 저장소 비중을 보면 자바스크립트 기반 저장소가 상위권에 있다. 개발자들에게 접근이 쉬워 생산성 측면에서 채택이 활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바스크립트의 기반 표준인 ECMA스크립트의 규격도 개선되고 있는데, 올해 6월 작성돼 구현 과정에 있는 ECMA스크립트 제6판에선 클래스, 모듈 개념이 추가되는 등 기존 자바스크립트에서 취약했던 요소들이 대거 보강될 예정이라고 한다. 제7판도 극초기 단계로 표준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여기엔 프로미스, 동시성, 타입 어레이 지원 등이 포함됐다. 실용화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브라우저 현황은 어떨까? 2008년까지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로 독보적 1위였던 인터넷익스플로러(IE)의 위상은 많이 떨어진 상태다. 다만 국내에선 여전히 IE가 주류다. 세계 추세로는 크롬이 2010년부터 꾸준히 점유율을 늘려 왔고 IE는 지속 하락세였다. 파이어폭스는 등장 초기 상승세가 꺾여 하향선을 그리고 있다. 사파리는 비주류지만 점진적인 비중 증가 현상을 보인다.

각 브라우저의 웹표준 구현 현황은 데스크톱 기준으로 블링크 엔진을 쓰는 크롬과 오페라가 가장 많은 기능을 담고 있다. 파이어폭스가 그 뒤를 추격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엣지가 다음이다. IE는 그보다 뒤쳐져 있고, 애플의 사파리 브라우저는 HTML5 규격에 대한 지원이 가장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모바일 기준으로는 역시 구글 크롬과 오페라, 파이어폭스 순으로 앞서며 안드로이드 내장 브라우저와 블랙베리는 중간, iOS와 윈도폰 내장 브라우저는 후순위다.

박 이사는 "새로운 웹표준이 브라우저에 구현되기까지의 기간은 제각각 다르긴 하지만 대략적으로 2년 정도 걸리는 것 같다"며 "크롬과 안드로이드가 모바일에선 표준 구현에 앞서고 있으며, iOS 진영은 아직 부족하다"고 봤다.

브라우저의 자바스크립트 표준인 ECMA스크립트 구현 현황도 제각각이다. 최신 브라우저에서 제5판은 대부분 구현된 상태지만 갓 표준화한 제6판의 경우 격차가 있다. 데스크톱 영역에선 MS 엣지가 다른 브라우저에 비해 상당히 많이 지원하는 편이고, 파이어폭스나 크롬은 그보다 낮은 65%에 불과하다. 모바일에선 형편없는 수준이다. 안드로이드5.1 버전에서 29% 정도, iOS9 버전에서 54% 정도로 갈 길이 멀다.

네이버는 파편화 문제가 모바일 대세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때문에도 심각해져 있다고 지적했다. 안드로이드 기기는 제조사마다, 단말기마다, 탑재되는 OS 버전마다 지원 가능한 웹 기술이 제각각이라는 지적이다.

안드로이드4.4 '킷캣'이 50%가량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나마 웹GL같은 최신 기술이 더 많이 지원되는 안드로이드5.0의 확산은 굼뜬 편이다. 웹GL 구현 기기가 확산되고, 그 성능을 잘 활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나오기까지는 역시 2년 정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대세 OS 안드로이드와 모바일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iOS 기기의 경우 꾸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둘을 제외한 나머지, '크롬OS'와 '파이어폭스OS'와 '타이젠'과 LG전자의 '웹OS' 등은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로 이날 모질라는 파이어폭스OS와 단말기 개발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웹 커뮤니티에서 바라보는 웹표준 기술 활성화에는 이게 좀 비관적인 요소들이다.

박 이사는 "구글은 최근 크롬OS를 안드로이드에 통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는데, 비관적으로 해석하면 크롬OS같은 웹플랫폼을 더 이상 밀어주지 않겠다는 것일 수 있고, 반대로 긍정적으로 보면 안드로이드에 흡수한 상태에서 활성화 가능한 웹플랫폼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다"며 "구글의 행보에 따라 (웹기반 OS류의 확산 추세가)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웹기반 OS가 많이 확산돼야 네이티브 애플리케이션에 비견할만한 고수준 웹애플리케이션이 많이 나올 수 있다. HTML5 표준이 만들어졌지만 그 규격이나 지원 현황을 놓고 보면 웹애플리케이션이 네이티브 애플리케이션에 대등하게 맞서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웹기반 OS류의 플랫폼 확산이 받쳐줘야 경쟁 가능성이 생기고, 시장과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

박 이사는 "이를 위해 삼성이나 LG 등에서 사용자들이 많이 쓸 수 있는 웹OS류 플랫폼 기반 기기를 많이 만들어 보급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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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네이버 입장에서 이상적인 웹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요약하면 네이티브 환경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수준으로 웹표준 규격과 API가 강화돼야 한다는 점, 외국 기업에 주요 브라우저의 개발을 의존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제한되는 웹애플리케이션 개발과 구현 테스트를 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잘 갖춰야 한다는 점 등이었다.

네이버는 파편화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까? 자체 엔진을 개발 중이다. 내부적으로 진행해 온 웹킷과 오픈소스 브라우저 크로미엄 커뮤니티에 컨트리뷰션과 병행하고 있다. 웹킷 엔진과 크로미엄 브라우저의 장점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다. 그러나 네이버는 그 결과물을 공개할 시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