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로보 애널리스트 '후즈굿', 미국 시장 노크

공공데이터 활용해 기업 비재무정보 분석

컴퓨팅입력 :2015/12/07 17:29

손경호 기자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 좋은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보를 봐야할까. 매출, 영업이익 등으로 대표되는 재무정보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기업들의 폐기물처리방법, 산업재해 건수, 임원 보수 대비 직원 평균 임금 격차 등 정보를 수집, 분석해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국내 스타트업이 등장해 미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중이다.

지난해 5월 창업한 지속가능발전소는 '카이론-알파(Chiron-α)'라는 분석 알고리즘을 활용해 기업의 비재무적인 정보들을 자동으로 분석해 제공하는 서비스인 '후즈굿'을 국내서 베타 테스트 한데 이어 미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후즈굿의 메인화면. 이곳에 기업명을 입력하면 각종 비재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회사 윤덕찬 대표는 "이전까지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특정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고려했었던 비재무정보들은 해당 분야 담당 애널리스트들끼리 혹은 증권사 내부에서만 공유됐었다"며 "후즈굿은 기업에 대해 공개된 공공데이터나 평판리스크, 제보 등을 통해 모은 정보를 자체개발한 분석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해 결과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2009년부터 블룸버그통신, 톰슨로이터 등은 기업들의 비재무적인 성과를 알려주는 정보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여기에 사용되는 것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에 대한 내용들이기 때문에 일명 'ESG'라고 불리는 정보다.

윤 대표에 따르면 블룸버그나 로이터 등의 경우 해당 기업에 설문지를 보내고, 연간 보고서, 지속가능보고서, 대표 웹사이트에 공개된 정보 등을 분석하기 때문에 왜곡되거나 가짜 정보들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

후즈굿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취했다. 국내를 예를들면 환경부의 기업환경데이터, 국립환경과학원의 화학물질배출 자료, 산업부의 온실가스 관련 자료,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 데이터,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규모기업집단 소유지분 관련 데이터 등을 카이론-알파를 통해 크롤링한 뒤에 분석, 수치화해 인포그래픽이나 데이터 시각화를 통해 자동해설과 함께 결과를 보여준다.

공공데이터, 빅데이터 등을 수집해 ESG와 관련된 정보만 추출한 뒤 이를 분석한 결과를 시각화하는 것이 기본 서비스 모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가에서는 투자에 필요한 재무정보를 알고리즘에 기반해 분석해 결과를 보여주는 '로보 애널리스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지옵(Yseop), 캐피털큐브, 켄쇼, 내러티브 사이언스 등이 그것이다.

이와 달리 후즈굿은 비재무 정보에 대한 분석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책임있는 좋은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비재무정보는 기업들이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다. 윤 대표는 "만약 애플이 아이폰 생산조립을 맡고 있는 폭스콘 공장 직원들의 자살율이 높아지고 있거나 사고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등 정보를 미리 파악하면 보다 주의깊게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후즈굿에서는 물, 전기 사용량, 폐기물 처리 여부, 환경활동, 사회공헌활동, 기부, 고용, 산업재해, 임원 보수 대비 직원 평균 임금 격차, 지배구조의 투명성, 남녀고용, 비정규직 및 장애인 고용 현황, 소셜평판 지수 등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기업 각각의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기업별 점수가 공개되며, 비재무적 요소에 대한 기업 간 데이터 비교도 가능하다. 분석 알고리즘을 활용한 광범위한 정보수집을 통해 특정 기업의 협력업체가 가지고 있는 리스크까지 파악할 수 있어 잠재적 활용도는 더욱 높다는 것이다.

후즈굿은 국내서 1천700여개 기업의 비재무 요약정보를 열람할 수 있으며, 400여개 주요 기업에 대해서는 더욱 상세한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요약정보와 기업점수는 무료로 제공되며, 상세 리포트의 경우 월 정액제로 서비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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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비스는 세계적으로도 가능성을 인정받아 지난 10월 세계은행 산하 '기후변화를 위한 연대(Connect4Climate)'가 운영하는 노리지플랫폼(Knowledge platform)' 내 기업 온실가스 배출 저감 및 신재생에너지 사용확대 등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윤 대표는 "우리 사회가 데이터를 통해 팩트를 확인할 수만 있다면 진짜 좋은 기업을 알아 볼 수 있다"며 "후즈굿은 소비자와 투자자들에게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을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해 투자와 소비가 좋은 기업으로 향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