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바보, ‘카카오택시 블랙’ 타고 외출하기

성산→코엑스 5만3300원..."아기와 이동 만족"

인터넷입력 :2015/12/07 11:18    수정: 2015/12/08 16:43

아직 분유를 떼지 못한 아기를 데리고 목적지까지 자가용 없이 가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대중교통 이용이 얼마나 불편하고 힘든지는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특히 영하권을 오르내리는 날씨에는 감기 걱정에 발을 더 동동 구르게 된다.

그렇다고 택시를 타면 편할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니다. 일단 트렁크에 유모차가 제대로 실리지 않는다. 가스통 때문에 일정 크기 이상의 유모차는 들어가질 않는다. 그렇다고 운전기사가 문을 박차고 나와 친절하게 실어주는 경우도 드물다. 결국 앞좌석을 뒤로 바싹 당겨 유모차를 구겨 넣고, 뒷좌석 한편에 비좁게 앉아야 한다.

택시를 타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면 엄마나 아빠가 아기를 데리고 혼자 외출 하기란 이렇게 어렵다. 지하철이나 버스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카카오가 지난 달 출시한 고급택시 ‘카카오택시 블랙’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직접 타보기로 했다.

호출은 카카오택시 앱으로 했다. 결제는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로만 할 수 있다. 그래서 카카오페이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신용카드를 등록했다. 그리고 출발지 위치(성산2동)와 목적지(코엑스)를 선택한 후 ‘T블랙’을 선택, 호출하기 버튼을 눌렀다. 호출과 동시에 바로 배차가 완료됐고 약 10분 뒤 집 앞에 하얀색 벤츠 'E클래스 300' 차량이 도착했다.

코엑스에 도착해 촬영한 '카카오택시 블랙'. 성산2동에서 약 1시간 40분이 걸렸다.

알려진 대로 기사가 직접 밖에 나와 손님 맞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여기서부터 일반 택시와 차별화된 서비스가 시작된다. 기사가 뒷좌석 문을 열어 승객을 태운 뒤 유모차도 직접 트렁크에 싣는다. 안전벨트 착용을 안내하고, 차내에 생수가 비치돼 있고 휴대폰 충전도 가능하다는 멘트도 건넨다.

그리고 목적지까지 이동 하는 내내 살짝 부담이 될만큼 몇 번이나 “불편한 점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실내 온도는 적당하십니까?” 등의 질문을 던진다. 기존 택시와는 너무 달랐다. 이것이 돈의 위력인가 싶을 만큼 새삼스럽다고 할까.

차량은 생각만큼 넓진 않았다. 기존 중형택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새 차량이라 자꾸 만져보고 싶을 만큼 깨끗하고, 승차감이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외제차’라는 프리미엄도 한 몫 한다.

연말 토요일 저녁 무렵 올림픽대로는 넘쳐나는 차량으로 꽉 막혔다. 카카오택시 앱에 안내되는 택시요금이 속절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분명 예상 요금은 4만원대 중반이면 된다 했는데, 남은 거리와 올라간 요금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더 나올 것 같은 불안감이 초조함을 더했다. 딸아이도 답답하고 졸렸던지 짜증과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올림픽대로에 갇혀 꼼짝도 못하는 상황. 안고 있던 팔은 저리고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다. 가까운 2호선 라인에 내릴까 했는데 올림픽대로를 빠져나가 길도 막혀 답답함을 더했다.

이동 중 몇 차례나 기사분이 불편한 점은 없는지, 실내 온도는 적당한지를 물었다.

이 때 고급택시에 카시트가 비치돼 있다면 이렇게 아기를 데리고 외출을 나가는 부모에게 더 최적의 서비스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트렁크에 보관해두고, 아기를 안고 타는 부모가 승객일 때만 뒷좌석에 카시트를 설치해주면 보다 많은 젊은 부모들이 고급택시를 더 찾게 되지 않을까. 아기를 계속 안고 있던 탓에 팔이 저렸다.

올림픽대로를 빠져 나와 테헤란로에 진입, 그래도 도로가 뚫리고 아이가 잠들어 무사히 코엑스 근처까지 와 택시에서 내렸다. 요금 5만3천300원은 할인권 적용을 받았다. 시간은 1시40분 정도 소요됐다.

운전기사도 장시간 운전으로 피곤했을 법한데 승객의 안부를 묻는다. 문도 열어주고, 유모차도 서둘러 꺼내준다. 고개를 숙여 따뜻한 인사도 건넨다.

아기를 안고 성산2동에서 코엑스까지 꽤 긴 드라이브를 즐겼다. 길이 막혀 답답하고 불편했지, 택시 자체에 대한 만족감은 꽤 높았다. 사실 택시라고 하기보다는 잠깐이나마 개인 기사를 둔 기분이다. 다만 리무진처럼 너무 큰 기대를 가졌던 탓일까 차량이 생각만큼 넓고 아늑하지는 않았다.

앞으로 카카오택시 블랙을 이용할 승객들에게 주고 싶은 팁은 두가지. 기본료 8천원, 일반택시 대비 2.5배 높은 가격 외에도 배차 완료 후 5분이 지나고 나면 취소를 해도 기본료가 지불된다는 점이다. 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차에 대한 너무 큰 기대보다는 깨끗한 실내와 친절한 서비스에 더 초점을 두길 바란다.

주로 의전 차량으로 많이 활용되고, 장애인이나 연인들의 이벤트용으로 카카오택시 블랙을 찾는다고 하는데, 특별한 날 아기를 둔 부모가 외출할 때 이용하기에도 적합해 보인다.

덧붙이자면 운전기사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카카오와 주식회사 하이엔이 새겨들어야할 부분도 발견됐다. 임금 계약에 있어 현재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300만원 고정급이 확실히 명문화 되지 않았다는 말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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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사는 “카카오나 하이엔과의 계약이 아닌, 이들이 소속된 16개 각 택시회사들로부터 지급받기로 돼 있어 월급날인 10일이 돼 봐야 실제 얼마를 받게 될지 알 것 같다”면서 “300만원 준다고는 들었는데 실제는 이보다 덜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트렁크 안에 가스통이 없어 유모차 등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넓다.

현재 100대의 차량과 200명의 기사로 시작한 카카오택시 블랙은 연내 200대로 규모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최종 서울에만 1천대를 운행할 예정이라 했는데, 시작부터 기사에 대한 임금 체계를 명확히 하지 않은 것이 의문스럽다. 조만간 카카오택시 블랙을 한 번 더 타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