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서버·스토리지, 공공시장 3년간 배제

"공공기관, 국내산 제품만 살 수 있어"

컴퓨팅입력 :2015/12/04 11:52    수정: 2015/12/04 13:40

수입 서버와 스토리지 제품이 연 2천억원 규모의 공공시장에서 3년간 배제된다.

정부부처,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은 국내 기업이 직접 생산한 제품을 사서 써야 한다. 중소기업청이 2016년 1월 1일부터 2018년 12월 31일까지 유효한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이하 '경쟁제품') 지정 내역을 지난달말 확정해 최근 행정 예고했다. 이변이 없을 경우 이달말 고시된 후 내년부터 3년간 시행된다.

중기청 공식사이트를 통해 3일 오후 발표된 '공고 제2015-346호'에 따르면 전자·정보통신 산업군에서 '컴퓨터서버(서버)'와 '디스크어레이(스토리지)', 2가지 제품군이 신규 경쟁제품으로 지정됐다. [☞참조링크: 중소기업청 공고]

이에 따라 공공기관들은 국내산 서버와 스토리지 제품만 살 수 있다. 뒤집어 말하면 HP, 델, 레노버, EMC, IBM, 넷앱 등의 외국 업체 브랜드로 수입 유통되는 제품은 공공 시장에서 배제된다.

공공정보화 사업에서 국내 중소기업들이 만들어 파는 제품을 사서 쓰도록 강제해, 안정적인 매출을 통한 기술력을 축적을 유도함으로써 국내 업체들의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정부 측 논리다.

국내 제조업체 태진인포텍의 서버스토리지 하이브리드 제품 젯스피드. 본 기사와 무관함.

제도 담당 부서인 중기청 공공구매판로과 측은 "지정 여부는 중기청이 아니라 중소기업자간 경쟁제도 운영위원회에서 판단한 결과"라며 "위원회에 참석한 미래창조과학부 측이 ICT산업육성 취지로 지정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거칠게 표현하면 3년간 공공 서버, 스토리지 시장을 일부 국내 업체에 몰아 주기로 했다는 얘기다. 그 비중은 연간 공공부문 ICT장비 구매 예산의 30~40%로 추산되며 2014년도 정부 발표자료 기준으로 서버 1천343억원, 스토리지 632억원 가량이다.

서버 및 관련장비, 통신기기와 방송기기, 기반시설, PC 및 주변기기, 기타 하드웨어를 전부 포함하는 전체 공공부문 ICT장비 구매 예산은 지난 2013년부터 매년 증액돼 올해 8천452억원에 달했다. 최근 발표된 2016년 잠정 예산도 ICT장비 구매액 증가를 예고했다.

일련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경쟁제품에 서버와 스토리지 제품군이 신규 지정됨으로써 일부 조립생산 업체들에게 안정적인 매출원이 마련된 동시에, 외국 업체 IT장비를 단순 유통하거나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SW)와 함께 공급하던 여러 국내 협력업체들의 사업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16-2018년도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 품목에 서버와 스토리지가 포함됨에 따라 국내 제조사들에게 연간 2천억원 규모의 공공부문 서버 및 스토리지 시장이 주어지고, 외국 업체 협력사들에겐 공공시장 접근 기회가 거의 소멸됐다.

직접적인 수혜 대상은 십여 곳으로, 광범위하다고 표현할 수는 없다.

[☞관련기사: '국산 서버·스토리지 공공우대' 일보 전진]

자체 브랜드 서버와 스토리지를 파는 '한국컴퓨팅산업협회' 소속의 기업, 즉 이트론(회장사), 태진인포텍·이슬림코리아(부회장사), 테라텍·가야데이터·글루시스·넷클립스·명인이노·클루닉스·KTNF(이사사) 등을 예상할 수 있다.

반면 사업에 차질을 빚을 국내 협력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많다.

[☞관련기사: 외국IT기업 협력사, '국산서버 공공우대' 재차 반대]

앞서 언급한 글로벌 기업들의 장비를 수입해 국내 유통하는 총판, 각 지역별 재판매 업체, SW를 자체 개발해 글로벌 업체 장비와 함께 공급하는 수백개 중소기업들이 내년부터 공공정보화 관련 매출을 거의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시장 파급이 클 것을 의식한 듯, 중기청 공고에는 경쟁제품 지정 효과를 받는 품목의 범주를 초기에 제한했다가 단계별로 완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서버의 경우 2016년엔 x86 아키텍처 기반 E3 및 E5 프로세서 가운데 클럭 속도 2.1GHz 이하 장비, 2017년엔 2.3GHz 이하 장비, 2018년엔 2.5GHz 이하 제품에 한정했다. 스토리지의 경우는 연도별 차등 적용 없이 가용 용량 100테라바이트(TB) 및 캐시메모리 16기가바이트(GB)이하 조건을 동시 충족하는 제품에 한정했다.

다만 이 범주는 시장에서 대당 단가가 중시되는 중저가(로엔드) 제품부터 구성 선택지가 다양하고 경쟁이 치열한 '미드레인지'급 서버와 스토리지 제품을 대부분 포함하며, 국내 업체들이 원래 접근하기 어려웠던 고성능(하이엔드) 제품을 제외한 것이라 의미가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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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해 경쟁제품으로 지정된 품목이라 해도 외국 업체 제품이 공급될 기회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중기청 설명에 따르면 공공정보화 사업을 발주하는 기관의 재량으로 국내 제조사와 수입 장비 공급업체가 함께 참여 가능한 '일반 경쟁' 입찰로 공고를 낼 수 있다.

그러나 기관들이 '예외적인 발주의 필요성'을 설명해야 하는 부담을 얼마나 감수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공공정보화 사업에 상시 지원할 수 있는 국내 업체와, 언제 기회가 생길지 알 수 없는 수입 장비 관련 협력사의 사업 여건에는 넘어설 수 없는 간극이 자리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