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자바 소송 최악의 시나리오 피했다

재판부, 오라클이 요청한 외부전문가 자격상실 신청 기각

컴퓨팅입력 :2015/12/01 16:02    수정: 2015/12/30 14:12

최대 2020년까지 미뤄질 듯 보였던 구글과 오라클의 자바 전쟁이 당초 일정대로 속행하게 됐다. 결과는 모르지만 일단 구글은 안드로이드 사업과 관련된 자바API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지연 일정만큼 오라클 측에 누적된 손해배상 규모 확대'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5년전 시작된 자바 전쟁은 구글에게 1심 승소 판결을, 오라클에게 항소심 승소 판결을 안기며 내년 파기환송심 일정을 앞두고 있다. 쟁점은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만들면서 오라클의 자바API 저작권을 침해한 게 면책 범주인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이를 판단할 미국 캘리포니아북부지방법원의 윌리엄 앨섭 판사는 지난달 중순께 재판 일정이 최대 5년 더 늦춰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저작권 피해 산정을 위한 외부전문가 자격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다.

오라클과 구글의 자바 전쟁은 안드로이드를 만든 구글이 자바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오라클의 소송으로 2010년 시작됐다.

앞서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제임스 컬 박사라는 인물을 외부전문가로 잠정 섭외했다. 지난 9월 10일까지 양측으로부터 섭외를 반대한다는 의미인 '자격상실(disqualify)' 신청을 받았다. 구글은 문제될 게 없다고 본 반면, 오라클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을 폈다.

오라클은 컬 박사가 최근 애플과 삼성전자간의 소송에서 안드로이드 진영에 유리한 증언을 했던 인물이란 점을 지적했다. 앨섭 판사는 원칙적으로 중립적인 외부전문가를 원하지만, 오라클의 논리를 수용해 다른 전문가를 섭외시 향후 일정을 늦출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참조링크: Oracle v. Google legal drama will continue well into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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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국 재판부는 오라클의 자격상실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초 예정대로 컬 박사에게 외부 전문가 자격을 맡기기로 했다. 컬 박사가 안드로이드 관련 소송을 맡았던 사실과 무관하게, 안드로이드에 침해된 자바 저작권의 가치를 중립적으로 산정할 수 있다고 봤다.

오라클의 주장을 기각한 앨섭 판사의 견해는 지난 23일 공개된 명령서(order)에 담겼다. 온라인으로 법조계 뉴스와 글로벌 자문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렉스비지오(LexVisio)와 미국 IT미디어 IDG는 웹상에 앨섭 판사의 명령서 전문을 게재했다.

[☞참조링크: ORDER DENYING ORACLE’S MOTION TO DISQUALIFY RULE 706 EXPERT(LexVisio)]

[☞참조링크: ORDER DENYING ORACLE’S MOTION TO DISQUALIFY RULE 706 EXPERT(IDG)]

앨섭 판사는 명령서를 통해 "오라클은 애플 사건(또는 여타 사건)에서 안드로이드 또는 구글에 관한 컬 박사의 (편향적) 발언이나, 그의 자격을 탄핵하는 데 쓰일만한 단서를 짚어내지 못했다"며 그의 외부전문가 자격상실을 요구한 오라클의 주장을 기각했다.

그는 또 "(오라클이 안드로이드 진영 편에 섰다고 주장한) 애플과 삼성전자간의 소송에서, 컬 박사의 역할은 애플이 주장한 삼성 디바이스의 특허 침해에 따른 로열티 손해를 합리적으로 산출하는 것에 한정돼 있었다"며 "그 분석은 구글이나 안드로이드와 관계가 없다"고 봤다.

해당 명령서를 인용한 렉스비지오의 해설에 따르면 오라클은 컬 박사의 자격상실을 요구할 때 "재판에서 더 이상 특허 이슈를 다루지 않기 때문에 피해규모 산정을 간소화할 수 있고, 따라서 그와 같은 전문가 섭외는 불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앨섭 판사는 이런 주장에 대해 "재판에서 특허 관련 주장이 기각됐다는 사실은, 배심원들에게 문제의 제품 전체 덩어리가 아니라 그걸 구성하는 개별 항목의 역할과 상대적 중요성을 이해시킬 필요성까지 없애주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참조링크: Oracle Challenges Court-Appointed Expert Witness for Bias]

섭외된 외부전문가를 안 바꾼다는 명령에 따라 소송 일정은 기존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지난달초 공개된 소송일정명령서에 따르면 오라클과 구글은 대략 내년 4월 27일 최종 협의(사전심리)를 진행하고, 빠르면 5월 9일부터 열릴 재판에 임하게 된다.

구글은 자바 소송의 장기화를 무마했다는 점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물론 구글이 파기환송심에서 패소하고 안드로이드가 베낀 자바API의 저작권료를 오라클에게 엄청나게 많이 배상하는 것을 뜻한다.

오라클은 지난 2010년 1월 자바를 개발한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74억달러에 인수하고, 그해 8월 구글을 고소했다. 당시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만들면서 자바 관련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최대 61억달러 피해 배상을 청구했다.

오라클은 2012년 5월 1심 판결에서 패소했다. 오라클의 자바 특허 관련 주장은 배심원 평결로 모두 기각됐다. 구글이 침해했다는 자바API 저작권 관련 주장은 배심원 평결에서 인정됐지만, 재판부는 자바API가 저작권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해 구글 손을 들어줬다.

오라클은 2013년 2월 항소 준비서면 제출을 통해 2차전에 돌입했다. 특허 대신 저작권 보호에 무게를 싣는 쪽으로 소송 전략을 바꾸고, 10억달러 배상을 요구했다. 2014년 5월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이 마침내 자바API를 저작권 보호대상으로 인정, 오라클이 승소했다.

패소한 구글은 순순히 배상금을 내는 대신 2014년 10월 대법원에 상고허가 신청을 제출했다. 미국 대법원은 오바마 행정부 의견을 참고해, 올해 6월 구글의 상고허가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오라클과 구글의 법정다툼은 1심이 열렸던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으로 파기환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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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오라클이 최종 승소할 경우 구글에 청구할 배상 규모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사업 관련 수익을 근거로 산정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사업의 누적 수익은 계속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재판 일정과 최종 판결 시점이 늦어지는 만큼 오라클의 배상 청구액도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구글이 이기면 안드로이드 수입이야 어찌 됐든 상관 없지만, 오라클이 승소하고 그에 따른 배상 규모에 길어진 재판 일정만큼 구글이 추가로 벌어들인 안드로이드 관련 수입을 소급 적용한다면, 구글의 배상 규모는 10억달러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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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8월 초 오라클이 파기환송심을 앞두고 제출한 추가 소장에서 이런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오라클은 소송을 처음 제기한 2010년 이후 출시된 모든 안드로이드 제품과 애플리케이션 장터 등을 재판에서 다뤄야 할 '안드로이드 플랫폼 수입원'으로 총망라했다.

당시 오라클은 구글이 2010년부터 작년까지 4년만에 안드로이드로 큰 돈을 벌었음을 암시했고, 주요 버전 6개와 이를 탑재한 스마트폰, 웨어러블, TV, 차량용 플랫폼, 가전, 그리고 구글플레이 앱 150만건, 음악 1천800만건, 도서 500만건, 출판물 2천건 모두 소송에 결부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