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더버드, 모질라재단 품 떠날 듯

미첼 베이커 회장 "썬더버드-파이어폭스 분리 방안 강구"

컴퓨팅입력 :2015/12/01 15:59

비영리 오픈소스 대표주자 모질라가 파이어폭스와 함께 만들어 온 메일 클라이언트 '썬더버드' 프로젝트를 독립시킬 뜻을 내비쳐 주목된다. 두 소프트웨어(SW) 담당 개발자들이 서로의 프로젝트를 추가 지원하느라 쏟는 시간 부담이 만만찮으며, 이는 지속 불가능하다는 내부의 판단 때문이다.

두 프로젝트는 게코 렌더링 엔진을 비롯한 핵심기술과 모질라 개발팀 자원을 공유하며 오랫동안 함께 개발돼 왔다. 그런데 파이어폭스는 최근 웹표준 수용과 비표준 부가기능 배제 등 빠른 변화를 맞고 있는 반면, 메일SW인 썬더버드는 그 추세에 발맞추지 못했다.

파이어폭스 브라우저처럼 변화가 빠른 쪽과 썬더버드 메일SW처럼 변화가 느린 쪽에서 사용자들이 만족할 수 있을만큼 안정적인 결과물을 얻기 위해, 각 프로젝트 엔지니어들은 상호 프로젝트에 대한 기술지원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 왔다. 이런 노력도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질라가 선택과 집중을 위해 썬더버드 프로젝트의 운영관리 주도권을 외부에 내어 놓을 듯하다. 파이어폭스와 관련 프로젝트는 종전 방식대로 가거나 더 빨리 발전하고, 모질라재단 밖에서 계속 오픈소스로 개발되는 그림이다.

1일 미첼 베이커 모질라재단 회장은 모질라 거버넌스 포럼에 게재한 장문의 글을 통해 파이어폭스와 관련 프로젝트 담당 엔지니어들의 추가적인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썬더버드 메일SW 프로젝트의 향후 운영방식을 바꿀 가능성을 시사했다. 웹기술 흐름에 초점을 맞춘 파이어폭스 브라우저의 개선점을 썬더버드 프로그램에서도 제때 수용하도록 만들면서, 개발 부담을 낮추고 빠른 변화를 추구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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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질라 오픈소스 메일클라이언트 썬더버드 로고. 파이어폭스 브라우저의 자매 프로젝트 성격이다.

베이커 회장은 글 서두에서 프로젝트 엔지니어들이 많은 부담을 안고 있음을 드러내기 위해 "파이어폭스와 썬더버드는 때때로 상충하는 요구에 맞추며 존재해 왔는데, 썬더버드 개발자들은 현재 코어 모질라 시스템과 기술의 변화에 맞춰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면서 "동시에 파이어폭스와 플랫폼 엔지니어들도 썬더버드를 지원하느라 끊임없이 세금을 내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는 이어 "이런 경쟁적 요구는 양쪽 프로젝트에 모두 좋지 않으며, 썬더버드 엔지니어들은 파이어폭스 웹 주도형 변화(web-driven changes)를 쫓아 수용하는 데 집중해야 하고 파이어폭스와 관련 프로젝트 엔지니어들은 썬더버드의 상충하는 요구에 대응한다든지, 그걸 할 수 있을지 의심한다든지, 썬더버드를 지원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썼다.

또 베이커 회장은 "압도적으로 많은 경영진을 비롯한 다수의 모질라 내부자들은 파이어폭스처럼 산업계에 영향력이 광범위한 대상의 활동에 아주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모두 썬더버드와 그 커뮤니티를 존중하지만, 우리가 썬더버드에 그런 잠재력이 있다고 보지는 않았음이 확실해졌다"고 지적했다.

썬더버드에 '세금'이라 표현되는 조직적 지원을 지속하는 건 모질라 정책상 합리적이지 못한 일이라는 판단이다. 베이커 회장은 "우리는 이미 모질라 내부의 다양한 그룹들이 정형화되지 않은 방식으로 썬더버드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있음을 봐 왔다"며 "파이어폭스와 인프라의 변화가 빨라질수록 이런 현상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커 회장은 "썬더버드는 모질라 개발 시스템과 모질라 기술에 대한 의존하는 상태에서 스스로를 분리시켜 번영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구조는 안정적이지 못하기에 우리는 썬더버드와 파이어폭스가 분리되는(un-coupled)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이게(썬더버드와 파이어폭스 개발 프로젝트의 온전한 분리가) 어떤 모습이며 어떻게 성사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파이어폭스와 썬더버드 양쪽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점은 안다"면서 "썬더버드 팀이 아직 확보하지 못한 전문 역량을 필요로할 수도 있는, 어려운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모질라재단의 역량을 통해 썬더버드 팀을 여러 방식으로 지원할 수도 있다고도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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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서먼 모질라재단 총괄이사(executive director)가 베이커 회장과 함께 썬더버드 프로젝트의 분리 작업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들은 썬더버드가 법률적, 재무적으로도 적합한 존립기반을 갖춰 커뮤니티의 번영을 촉진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썬더버드 프로젝트의 분리 계획과 관련된 정책 및 활동 계획의 세부 내용은 향후 서먼 총괄이사가 구체화할 예정이다.

오픈소스 생태계 차원에선 주목할만한 소식이지만, 일반 썬더버드 사용자들에게 느껴질 변화는 없다. 모질라재단에서는 초기 논의와 관련된 구상을 공개했을 뿐, 당장 기존 프로젝트의 개발 프로세스를 변경하거나 배포 주기를 바꾼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재단 측에는 일반 사용자를 포함한 커뮤니티 참여를 통해 개선 방향을 함께 논의하려는 의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