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사 세운 中 인스퍼 서버 사업 관전포인트

화웨이-레노버와 '차별화' 시도할 듯

컴퓨팅입력 :2015/11/16 17:48

중국 최대 서버 제조사 인스퍼가 최근 한국지사를 설립하고 국내 시장에 진입했다. 한국지사는 아직 본사와 세부 전략 및 목표를 조율하는 단계지만, 먼저 국내 시장에서 뛰어 온 레노버, 화웨이와의 차별화를 고려 중이다.

인스퍼는 중국에 본사를 둔 IT기업집단으로 인스퍼인포메이션, 인스퍼소프트웨어, 인스퍼인터내셔널이라는 계열법인을 통해 서버 및 슈퍼컴퓨터, 소프트웨어, 반도체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중국내 전자정보부문 100대기업 명단에서 10위에 올랐고, 출하량 기준 현지 1위 서버업체로도 알려져 있다.

인스퍼는 16일 현재 x86 서버 장비를 국내 판매하기 위해 한국법인을 세우고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사무실에 간판을 걸었다. 이미 지역 총괄 담당자, 영업 및 기술지원 담당자 등 임직원 5명이 국내 영업과 서비스를 맡고 있다. 한국지사 인력은 지금도 추가 채용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설립 1년 미만의 외국계 기업 법인의 국내 사무실 직원 규모가 5명을 넘는 경우는 드문 사례다. 한 두 명으로 시작해 연간 성과에 따라 인력 규모를 확충하는 방식을 취하는 게 보통이다. 지사설립 초기부터 비교적 많은 규모의 인력을 동원한다는 건 그만큼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인스퍼 로고

인스퍼처럼 중국 공공 및 민간 내수시장 수요를 기반으로 급성장한 업체가 한국에서도 단기간에 성과를 얻어낼 수 있을 지는 지켜볼 일이다. 중국 IT기업들은 한국에서 '저가의', '보안에 취약한', '성능과 안정성이 부족한' 제품을 판다는 선입견에 맞서 싸워야 하는 입장이다.

인스퍼는 본사 설립 초기 성장의 발판이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보폭을 넓혀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섰고, 과거 민족주의적인 정부 정책과 내수에 의존해 운영하던 상태는 졸업했다는 게 인스퍼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실 이런 해명성 메시지를 인스퍼보다 먼저 한국 시장에 들어 온 여타 중국 기반의 IT회사들에게서도 들을 수 있다. 레노버와 화웨이 얘기다. 이들은 국내 법인을 통해 기업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서버를 비롯한 주요 IT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면서, 중국 IT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인스퍼보다 먼저 체감했다.

[☞관련기사: 시스코-HP, IBM x86서버 고객 잡아라]

[☞관련기사: 화웨이 "레노버·인스퍼, 한국 서버 시장 진입 환영"]

[☞관련기사: 화웨이, 저가 서버 업체 이미지를 거부하다]

한국에서 인스퍼가 레노버, 화웨이와 나란히 '중국 서버 업체'로 묶이는 게 그다지 불리한 일은 아니다. 단순 계산하면 중국 기업에 대한 선입관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사실 화웨이와 레노버의 노력을 감안한다면 인스퍼에게 요구되는 '인식개선' 노력은 전체의 3분의 1 미만이 된다.

인스퍼도 물론 여전히 한국에서 중국 IT업체에 대한 선입견에서 자유롭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땐 오히려 '차별화'에 집중할 듯하다. 다른 중국 기반의 IT업체와 달리 자신들은 서버 솔루션에 집중하고 있는만큼 전문화와 시장 친화적 대응에서 유리하다는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인스퍼 관계자는 "레노버는 외국업체(IBM) 사업을 인수해 영역을 확장했고, 화웨이는 통신장비 영역에서 시작한 반면 인스퍼는 초창기부터 서버 사업을 핵심 부문으로 삼아 성장해 왔다"며 "인스퍼는 레노버나 화웨이와 성격이 다른 회사"라고 언급했다.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한국에서 레노버는 올해 기업용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사업을 본격화하기 전부터 노트북, 스마트폰 등 소비자 제품 사업을 꾸려 왔다. 화웨이는 지난해 데이터센터 인프라 사업과 소비자용 모바일 기기 사업을 키우기 훨씬 전부터 통신장비 사업으로 기반을 다졌다.

다만 화웨이와 레노버는 여타 미국 IT업체들처럼 이미 주요 글로벌 파트너들과의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한국 기업 시장에서 움직이고 있다. 공공 및 민간 시장에 제품 공급 사례도 확보한 상태다. 인스퍼는 아직 시장 전략을 구체화하는 단계라, 당장 기존 서버 업체들과의 정면 대결을 예고할 입장은 아니다.

인스퍼가 한국서 초기 주력할 분야로는 네이버나 카카오(다음)같은 대형 인터넷포털 운영업체의 데이터센터 인프라 시장이 유력하다. 포털사는 서버 구매시 고급 기능이나 기술지원 서비스보다 저렴한 가격에 많은 물량을 주는 업체를 선호한다. 인스퍼가 대형 IT업체와의 경쟁시 어려움이 덜할 거란 얘기다.

인스퍼 관계자는 "중국 서버 시장에서도 민간 인터넷사업자들이 인스퍼의 최대 고객사였다"며 한국 시장에서 포털사를 겨냥한 영업에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내년 이후 인스퍼와 여타 국내 IT기업 파트너들과의 협력이 추진될 가능성을 점쳐볼 만하다.

일례로 인스퍼는 최근 중국 시장에서 'K-DB'라는 데이터베이스(DB) 제품을 출시, 자사 서버 'TS K1'과 함께 공급키로 했다. K-DB는 한국 소프트웨어 업체 티맥스소프트와 제휴해 내놓은 제품이다. 현지 고객사들에게 오라클DB와 유사한 대안 요구가 많아서 이런 협력이 이뤄졌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참조링크: Inspur Launches K-DB Database to Expand Hosting Ecosystem!]

다만 인스퍼 관계자는 티맥스같은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비슷한 협력 가능성을 열려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와 별개로 기존 글로벌 파트너와 체결된 협력 기반을 활용해 국내 사업에 속도를 내는 움직임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인스퍼는 지난해 9월 오픈소스 업체 레드햇과 전략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레드햇 OEM 파트너 자격으로 자사 서버와 레드햇엔터프라이즈리눅스(RHEL) 활용 인프라 구축을 밀어준다는 내용이었다. 양측은 향후 레드햇 오픈스택 기반의 클라우드, 빅데이터, 스토리지, 가상화 협력에도 심층 협력키로 예고했다.

[☞참조링크: Inspur and Redhat Signed Strategic Partnership Agreement]

이는 레노버와 레드햇의 파트너십을 벤치마킹하는 모양새다. 레노버는 2년전 레드햇의 '오픈스택 클라우드 인프라 파트너 네트워크'에 합류했고, 지난달말 클라우드부문 포트폴리오 협력을 확대해 기존 레노버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및 레드햇 오픈스택과 결합한 클라우드 솔루션 공급을 예고했다.

[☞참조링크: Lenovo and Red Hat Expand Trusted Portfolio of Cloud Offer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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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역시 지난해말 레드햇과 오픈스택 기반 클라우드 구축을 지원하는 글로벌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기존 협력 관계를 확대한 결과다. 화웨이의 주요 고객인 통신사업자를 겨냥, 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 요구에 부응하는 업무 플랫폼으로 경쟁력있는 클라우드 솔루션을 함께 제공한다는 메시지였다.

[☞관련기사: 레드햇-화웨이, 오픈스택 NFV 공동개발 협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