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통신3사 “’계륵’ 넷플릭스 잡을까, 말까”

"영향 미미"VS "VOD 확산" 평가 엇갈려

방송/통신입력 :2015/11/14 12:21    수정: 2015/11/14 12:31

내년 상반기 넷플릭스의 한국진출을 앞두고 국내 통신 3사가 고민에 휩싸였다.

13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공룡인 넷플릭스와 국내 통신3사간 협상이 진행중인데, 정작 국내 통신사들은 넷플릭스측의 높은 수수료 요구와 VOD(주문형비디오) 시장잠식을 우려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내년 상반기 한국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국내 통신사들을 주요 파트너로 삼을 예정이다. 이미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을 대상으로 협상이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한다는 계획이 알려졌을 때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국내 통신사들로서는 미국은 물론 유럽, 일본에까지 진출하며 세계 최대 미디어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을 경우, 국내 유료방송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할 것으로 평가해왔다.

그러나 넷플릭스와의 본격적인 협상이 전개되고 있는 현재는, 넷플릭스가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손을 잡아야 할지, 아니면 경쟁자로 판단해야 할 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기대보다 미비할 것이란 평가와 VOD 시장확산에 촉매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 엇갈리면서, 협상에 나서고 있는 통신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넷플릭스 화면

우선, 넷플릭스의 파괴력이 당초 우려했던 수준보다 미미할 것이란 평가는, 각종 보고서 형태로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12일 '방송영상 플랫폼 해외사례 보고서'를 통해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했을 때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국내 유료방송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디지털 유료방송 서비스 가격이 넷플릭스가 해외에서 제공하는 가격보다 저렴하고, 시청자들이 넷플릭스의 수익모델인 SVOD(월정액제 VOD 서비스)보다는 TVOD(건당 주문형 VOD 서비스)를 선호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특히 모바일 중심으로 VOD를 이용하는 국내 시청자들의 특성을 고려할때, 국내 유료방송사업자와 제휴하지 않는 한 TV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는 문제점도 꼽았다.

KT경제경영연구소도 최신 보고서 "넷플릭스가 아시아(일본) 시장에 진출한지 한달 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용자 반응은 미온적인 상황"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일본 이용자들은 넷플릭스 콘텐츠가 불충분하다는 반응이며, 오히려 월 500엔(약 4천700원)에 제공되는 일본 최대 유료VOD 서비스 'dTV'가 더 낫다는 의견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이미 케이블TV 및 IPTV, 위성TV 등이 실시간 방송 뿐 아니라 VOD 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비즈니스 모델이 국내에서도 성공할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국내 통신사들의 반응도 미온적이다. 국내 시청자들의 시청패턴이 아직까지 지상파 중심인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판을 흔들기에 무리가 있다는 견해가 다수다. 넷플릭스가 강력한 미국 드라마로 인기를 끌고는 있지만, '미드 매니아'를 제외한 일반 시청자들까지 흡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내에서도 VOD 시청패턴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통신사들도 VOD 시장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넷플릭스라도 잡아서 VOD 시장에서 우위를 점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특히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로, 위기감을 갖고 있는 KT,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라도 잡아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실제 KT 한 관계자는 "콘텐츠 차별화를 위해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고민중에 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와 파트너십을 맺으면 매출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현재 지상파 콘텐츠 위력이 점차 약해지고 있고, VOD로 콘텐츠를 접하는 사용자들이 증가하면서 넷플릭스가 VOD 시장확산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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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넷플릭스는 음지에 형성돼 있는 미국 드라마에 대한 수요를 양지로 끌어올려 VOD 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며 "VOD시청행태의 확산을 더욱 가속화 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에 대한 평가가 이처럼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넷플릭스와 국내 통신사간 제휴 여부는 빠르면 올 연말 가시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