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최초 30대 삼성전자 女임원 "여자니까 못한다? NO"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힘든 일이 닥쳤을 때 '여자니까 빼 주겠지'라거나 '여자니까 안 해도 된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삼성전자 이공계 최초로 여성으로 30대에 임원이 된 장세영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실 선행요소기술그룹장 상무는 13일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삼성 ‘여기(女氣)모여라’에서 과학고와 공대, 전자제품 회사까지 남성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많은 환경 속에서 당당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을 전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장세영 상무는 갤럭시S4와 갤럭시노트3의 배터리 수명 향상 설계를 주도해 지난해 39세의 나이에 무선사업부 선행요소기술그룹 상무로 승진한 여성 개발자다. 그는 현재 갤럭시S와 노트, 기어 시리즈의 핵심 부품 소형화 및 저전력 개발을 담당하며 스마트폰 디자인의 '경박단소(輕薄短小)'를 구현하는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장 상무는 이날 "개발 업무가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크지만 스스로 돌파구를 찾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며 "힘든 일이 닥치면 여자라고 피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라"고 조언했다.

또 그는 리더의 위치에서는 여성 특유의 '공감 능력'과 '유연함'을 활용하면 이견을 가진 여러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며 "주변에서 '시작은 그렇지 않았는데 회의가 끝날 때는 어느새 장 상무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면서 "'조용하지만 치밀한 협상가'라는 평을 듣는 것도 여성 특유의 공감능력과 유연한 사고 덕분"이라고 말했다.

두 아이를 둔 워킹맘이기도 한 장세영 상무는 스스로가 일과 가정에서 모두 완벽한 슈퍼우먼은 아니지만 '더 오래가고 더 얇은 스마트폰'을 개발해온 노하우인 '파워업(Power up)-슬림다운(Slim down)' 전략을 가정에서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들의 일정 관리 등 내가 잘하는 것에 힘을 쏟고(Power Up), 남편이 잘하는 부분은 일임하여 스트레스는 줄이는(Slim Down) 방법으로 일과 가정의 균형을 찾는 식이다.

끝으로 장세영 상무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여대생과 여성 사회 초년생에게 "끊임없이 혁신을 거듭하는 삼성 스마트폰처럼, 여러분도 어려움을 회피하기보다는 주어진 일에 당당히 맞서는 여성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라고 조언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장 상무 외에도 '격투기 선수 출신'이란 독특한 이력을 가진 새내기 광고기획자 제일기획 현혜원 프로가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그만둔 후 2013년 제일기획에 입사하기까지의 과정과 함께 면접관을 사로잡는 PPT 작성 노하우를 전했다.

제주도 출신인 현 프로는 8살에 격투기를 시작해 태권도, 합기도, 국무도, 우슈까지 섭렵하고, 전국 대회 금메달까지 땄던 유망주였지만 고등학교 1학년 전국 대회를 준비하던 중 다리 근육을 다쳐 운동을 그만두게 됐다. 그 후 고3 담임 선생님의 조언으로 광고인을 꿈꾸게 된 그는 포토샵, 일러스트 등 프로그램을 독학하며 틈틈이 블로그에 그림일기를 올렸다. 그 경험은 삼성카메라 블루(Vluu)의 브랜드 웹툰을 그리는 기회로 이어졌고 실력도 점점 늘어 컨설팅 회사에 PPT를 납품하는 아르바이트를 할 수준이 됐다.

현 프로는 "내가 취미로 하고 있던 것들이 나한테 의미 있는 재능이 되고, 이걸 통해 인정받을 수 있는 게 좋았다"며 "청춘이라면 뭐 하나 시작해 끝을 보고자 하는 열정이 필요하고, 실천하지 않는 열정은 욕심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또 입사 전부터 PPT 작성과 프레젠테이션에 재능을 보였던 그는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 진행하는 프레젠테이션처럼, 면접도 면접관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어필해야 한다"며 취준생을 위한 PPT 작성 노하우를 함께 소개했다.

이날 '여기모여라'에서는 두 삼성 여성 임직원의 강연 외에도 프리랜서로 전향한 뒤 더욱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박지윤 아나운서와 26년 경력의 베테랑 여기자인 경향신문 유인경 기자가 멘토로 나서 여대생과 여성 사회초년생을 위한 고민상담 토크쇼가 함께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