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밴드 "스마트워치와 다르다구요"

특화기능, 저렴한 가격으로 독자 영역 구축

홈&모바일입력 :2015/11/13 17:09    수정: 2015/11/13 17:26

정현정 기자

“밴드 형태의 피트니스 트래커 제품군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면 스마트워치에 시장을 잠식당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올해 초 애플워치 출시를 앞두고 국내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같이 전망했다. 스마트밴드가 제공하는 기능이 애플이나 삼성전자 등 주요 제조사들이 출시하는 스마트워치에 모두 탑재되고 있고, 플랫폼 역시 구글 피트니스나 애플 헬스 같은 대규모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통합되면서 스마트밴드가 가진 특장점들은 빠른 속도로 사그라질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 예상은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 애플워치와 기어S2 등 글로벌 제조사들의 스마트워치 신제품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서도 스마트밴드는 특화된 기능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판매량도 전혀 타격을 입지 않았다. 샤오미 미밴드는 전세계적으로 1천만대 이상이 판매됐고 핏비트는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판매량을 경신했다.

"애플워치 영향無" 스마트밴드 더 잘 팔리는 이유는?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애플은 360만대의 애플워치를 판매해 19.9%의 점유율로 세계 웨어러블 시장 2위에 진입했다. 여전히 1위는 24.3%의 점유율을 기록한 핏비트다. 이 기간동안 핏비트의 판매량은 44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8.8%가 증가했다. 3위는 미밴드 열풍의 주역 중국 샤오미로 310만대를 판매하며 17.1%의 점유율로 뒤를 추격하고 있다.

최근 에릭 미기코브스키 페블 최고경영자(CEO)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애플워치가 소비자들의 웨어러블 인지도를 높였다”면서 “애플워치가 출시된 이후 오히려 페블 판매량이 전년 대비 2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제임스 박 핏비트 CEO도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애플워치는 스마트밴드와 다른 영역”이라면서 “애플워치가 핏비트 제품 판매량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마이크로소프트 'MS밴드', 핏비트 '차지HR', 샤오미 '미밴드 펄스', 화웨이 '화웨이워치', 삼성전자 '기어S2', 애플 '애플워치'

스마트밴드 제조사들의 시장 공략은 더 적극적이 됐다. 샤오미는 지난 11일 단돈 99위안 우리돈 1만8천원에 불과한 스마트밴드 ‘미밴드 펄스’를 공개하며 다시 한 번 화제를 몰고 왔다. 2세대 스마트밴드 제품인 미밴드 펄스는 이름처럼 지난해 출시된 미밴드에 심박박종 측정 센서를 추가한 제품이다. 그럼에도 가격은 전작 대비 약 1달러가 오르는데 그쳤다. 핏비트는 최신 제품인 ‘차지 HR’의 블루와 텐저린 색상을 지난달 국내 시장에 추가로 내놨다. 이달 말에는 GPS를 내장하고 터치스크린이 장착된 워치 형태의 제품인 ‘서지’도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처럼 스마트밴드가 스마트워치와 경쟁에서 선전하고 있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들이 웨어러블 기기에 원하는 주요 기능을 모두 제공하기 때문이다. 스마트밴드는 기본적으로 걸음수, 이동거리, 오른 층수, 칼로리 소모량 등 하루 활동량을 측정해 보여주고 심장박동수 측정과 수면분석 등을 통해 건강관리를 도와준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연동해 전화나 메시지 수신 알림 기능도 제공한다.

대부분의 스마트밴드의 가격은 10만원 내외다. 샤오미 미밴드의 가격은 2만원에도 못 미친다. 핏비트의 경우 국내에 출시된 가장 비싼 모델인 차지 HR의 가격이 19만9천원이다. 기본 30만원 이상인 스마트워치와 비교해 훨씬 저렴하다. 애플워치의 국내 판매 가격은 43만9천원부터고 2천만원이 넘는 모델도 있다. 삼성전자 기어S2의 가격은 33만원부터다. 중국 화웨이가 내놓은 화웨이워치의 가격도 최저 399유로(약 54만원)다.

국내 시장조사업체 애틀러스리서치는 “스마트폰 알림이나 피트니스 트래킹, 모바일 결제 등 몇몇 서비스들이 시도되고 있지만 고가 시장을 겨냥하는 애플조차 웨어러블 단말의 킬러앱이라고 부를 만한 서비스나 기능을 제공하지는 못하고 있다”면서 “웨어러블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거액을 들여 제품을 사려는 소비자들이 많지 않고 몇몇 기능에 특화된 보다 저가의 제품이 확산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마트워치 vs. 스마트밴드 직접 써보니…

지디넷코리아가 애플 애플워치, 핏비트 차지 HR, 샤오미 미밴드 등 대표적인 웨어러블 제품을 직접 사용하며 장단점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이같은 특징이 뚜렷이 나타났다.

차지HR은 이름처럼 실시간으로 심박수를 측정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가격은 19만9천원으로 스마트밴드 중에서는 고가에 속하지만 그만큼 전문적인 헬스케어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애플워치가 별도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일정한 간격으로 심박수를 측정해주는 것과 달리 차지 HR은 24시간 심박수 측정이 이뤄진다. ‘운동 모니터링’ 기능을 이용하면 운동시 휴대폰의 GPS를 통해 운동 경로, 이동 거리, 페이스 등을 지도에 기록해 보여준다.

기기에는 작은 디스플레이가 있어 시간, 걸음수, 칼로리소모량, 심박수를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 내에는 한국음식 8천600개를 포함 총 35만개 이상의 음식 데이터 베이스를 제공한다. 섭취한 음식을 검색하거나 바코드 스캐닝을 통해 식품 패키지만 촬영하면 바로 음식 정보를 기록해 하루 활동량 대비 앞으로 몇 칼로리를 더 섭취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또 일정 성과를 달성하며 뱃지를 수여해 재미를 높이고 친구들과 커뮤니티를 만들어 서로의 활동량을 공유하며 응원하거나 경쟁할 수 있게 하는 등 강력한 동기부여 기능도 있다.

샤오미(왼쪽)와 핏비트가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지난밤 수면 기록과 걸음수 등을 시각화해서 보여준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미밴드는 별도 디스플레이가 없기 때문에 시간은 확인할 수 없는 것만 빼면 대부분의 스마트밴드에서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을 제공한다. 신제품 미밴드 펄스에는 심박측정 기능도 추가되면서 금상첨화가 됐다. 특히 유용했던 것은 수면분석 기능이다. 차지HR과 미밴드 모두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수면 상태를 감지하고 수면 중 뒤척이거나 깨어난 시간 및 횟수를 기록한다. 특히 부피가 작은 미밴드는 수면 중에 착용해도 불편하지 않다는 것이 장점이다.

애플워치의 경우 한 번 충전으로 사용 가능한 시간이 만 하루 정도이기 때문에 다음날 사용하려면 수면 분석 기능은 물리적으로 제공하기가 어렵다. 핏비트는 한 번 충전하면 5~7일 가량 사용이 가능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중에는 따로 충전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미밴드는 한 번 충전으로 30일 정도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편리하다.

스마트밴드가 굳건한 지위를 지키면서 웨어러블 시장은 스마트워치와 스마트밴드 두 종류로 확실히 갈리게 됐다. 스마트워치는 원형의 전통적인 시계에 가까운 리얼워치 디자인으로 점점 진짜 시계와의 차별성을 없애면서 패션 아이템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맞서 스마트밴드는 헬스케어 기능에 보다 집중하면서 웰니스 분야와 협력을 강화하고 사용자 맞춤형 기능과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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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기코브스키 페블 CEO는 애플워치가 스마트워치 시장의 롤렉스나 태그호이어가 되려고 한다면 페블은 스와치와 같은 브랜드를 지향한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핏비트는 아예 웨어러블 브랜드가 아니라 '스마트 헬스케어 브랜드'라고 자신들을 소개한다. 다양한 가격대에 다양한 기능을 가진 제품을 종류별로 선보이면서 다양한 소비자 니즈에 맞춘 제품 라인업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스마트워치 진영은 ‘패션’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특히 명품 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디자인을 차별화하고 브랜딩 효과를 높이는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는 이탈리아 출신의 거장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멘디니와 협업한 바탕화면과 스트랩을 선보인다. 화웨이도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이너 바르바나 포르나세티와 협력해 첫 특별판 스마트워치를 선보였다. 애플은 에르메스와 손잡고 만든 애플워치 에르메스 에디션을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