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세계 최고 '모바일 우등생' 비결은?

'이용자 증가→맞춤형 광고' 전략 꾸준히 추진

홈&모바일입력 :2015/11/05 15:14    수정: 2015/11/05 16:2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근 주요 기업들의 공통된 고민은 ‘모바일’이다. 모바일 트래픽은 이미 절반을 넘어섰지만 매출이 기대만큼 따라오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내로라하는 언론사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체 디지털 매출에서 모바일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트래픽 비중에 비해선 턱없이 기여도가 낮은 셈이다.

그런데 페이스북만은 예외다. 2012년 2분기 상장 당시 ‘모바일 광고 매출 제로’였던 페이스북은 이제 전체 광고 매출의 80% 가까이를 모바일 쪽에서 올리고 있다.

어떻게 이런 변신이 가능했을까? ‘모바일 지진아’ 페이스북이 우등생으로 변신한 비결은 뭘까?

불과 2년 전만 해도 모바일 지진아였던 페이스북이 이젠 명실상부한 모바일 우등생으로 탈바꿈했다. (사진=페이스북)

■ 2011년 피처폰 공략으로 첫 발…맞춤형 광고로 확대

열등생이 우등생으로 변신하기 위해선 피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며칠 벼락치기 공부를 했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우등생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페이스북은 2011년 상반기 상장할 때부터 ‘모바일 열등생’이란 주홍글씨를 달고 다녔다. 이용자는 계속 늘었지만, 투자자들은 ‘모바일 전략 부재’를 거론하면서 평가절하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페이스북이 내놓은 첫 작품은 ‘페이스북 포 에브리 폰(Facebook For Every Phone)’이었다. 지난 2011년 7월 선보인 이 앱은 스마트폰 뿐 아니라 피처폰에서도 자유롭게 접속하도록 해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 때까지만 꽤 많았던 피처폰 이용자를 집중 공략하는 전략이었던 셈이다.

이 전략은 주효했다. ‘에브리 폰을 선보인 지 불과 2년 만에 이용자 수가 1억 명을 돌파한 것. 덕분에 페이스북의 모바일 이용자 수는 급속하게 늘기 시작했다.

이후에 모바일 우대 정책을 계속 쓴 끝에 이젠 하루 모바일 접속자 숫자가 9억 명에 육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모바일 이용자를 늘린다고 곧바로 수익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모바일 화면엔 배너 광고 같은 것들을 붙이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해답은 ‘스폰서 광고’다.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타임라인에 광고가 너무 많이 뜨게 되면 이용자들의 불만이 고조된다. 이런 상황이 지나칠 경우엔 떠나가버린다. 결국 이용자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을 맞춤형 광고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페이스북은 뉴스피드를 대대적으로 바꿨다. 2년 전인 지난 2013년 4월 뉴스피드를 개편하면서 시각적인 부분을 대폭 보강한 것. 당연한 얘기지만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 "하루 집행되는 개인맞춤형 광고 6천 여 건"

이용자가 메인 화면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런처 전략’의 일환으로 나온 페이스북 홈도 모바일 강화 전략의 일환이다. 이전 구매 형태를 토대로 타깃 광고를 할 수 있는 '파트너 카테고리' 역시 모바일 광고 쪽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다.

한 때 트위터의 전유물이던 해시태그를 도입한 것도 모바일 광고를 겨냥한 조치였다. 해시태그 도입 덕분에 페이스북이 개별적으로 운영하던 모바일 앱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게 됐다.

페이스북은 2013년 그래프 서치란 검색 기능을 도입했다. 그래프 검색은 페이스북에서 공유한 콘텐츠를 토대로 개인 맞춤형 정보를 찾아주는 것이 골자.

당연한 얘기지만 페이스북이 그래프 서치를 도입한 건 단순히 현란한 기능을 추가하는 차원이 아니었다. 궁극적으로는 맞춤형 모바일 광고를 최적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개인들이 페이스북에서 누르는 좋아요나 댓글은 전부 타깃 광고를 위한 정보로 활용된다. (사진=씨넷)

이런 전략의 핵심은 뭘까?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눈에 띄는 광고 수는 늘리지 않으면서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그러자면 타깃 광고 쪽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CNBC에 따르면 페이스북에 하루 집행되는 광고 건수는 대략 1천200만개 수준이다. 이 중 특정 개인의 취향을 토대로 맞춤형으로 집행되는 광고는 6천 개 가량에 이른다.

타깃 광고는 어떻게 집행하는 걸까? 이용자들이 평소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단 내용, 혹은 입력한 프로필 정보를 토대로 관심 가질만한 광고를 노출해주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페이스북은 광고를 노출할 때 이용자 경험을 훼손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쓴다. 골드만삭스의 해서 벨리니 애널리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은 다른 어떤 것보다 품질과 이용자 경험에 초점을 맞춘다”고 주장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역시 지난 4월 “우리 전략은 광고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는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특히 맞춤형 콘테츠의 품질을 높이는 데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 "이용자 짜증 유발하지 않으면서 수익 극대화할 광고는?"

여기서 또 다른 질문을 제기해볼 수 있다. 왜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세계 유수 미디어들은 못하는 모바일 광고를 페이스북은 해내는 걸까?

뻔한 답변이긴 하지만, 크게 두 가지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하나는 페이스북은 기본적으로 로그인을 해야 이용할 수 있는 가입형 서비스란 점이다. 또 하나는 페이스북을 이용하기 위해선 취향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좋아요’를 누르는 행위 자체가 마케팅엔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페이스북이 최근 ‘좋아요’ 뿐 아니라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이모티콘을 도입하려는 것 역시 비슷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이용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측면도 있지만, 맞춤형 광고를 좀 더 정교하게 집행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광고는 페이스북 내부에서도 끊이지 않는 토론 거리 중 하나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사진=씨넷)

CNBC에 따르면 페이스북 내부에선 모바일 이용자들에게 어떤 광고를 보여줄 지를 놓고 끊임 없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용자들이 작은 화면을 스크롤 할 때 짜증을 내지 않고도 볼 수 있으면서도 광고주에게 충분한 노출 빈도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광고를 찾기 위해 정성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데스크톱PC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모바일 쪽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은 여러 서비스를 조금만 살펴보면 한 눈에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5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인스턴트 아티클’ 뉴스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시작 당시부터 ‘모바일 화면의 로딩 시간’을 줄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인스턴트 아티클을 PC로 접속할 경우엔 해당 언론사 페이지로 연결해준다. 대신 모바일 기기로 접속할 때는 자신들의 플랫폼 내에서 구동되도록 했다. 이런 방식을 통해 모바일 체류 시간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 행동유도 버튼도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

지난 9월 ‘행동 유도 버튼’을 개선한 부분도 모바일 쪽에만 적용했다. 페이지에서만 적용되는 행동 유도 버튼이란 고객이 바로 예약을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온라인 쇼핑 사이트로 연결하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버튼이다. 업체 성격에 따라 ‘지금 전화하기’, ‘메시지 보내기’, ‘문의하기’ 등의 버튼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했다.

페이스북은 행동 유도 버튼을 모바일에서 좀 더 잘 보이도록 바꿨다. 페이스북 플랫폼을 비즈니스 친화적인 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조치였다. 페이지의 레이아웃을 모바일에 최적화한 것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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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페이지에 있는 행동 유도 버튼도 모바일 기기에서 잘 보이도록 바꿨다.

이런 조치 덕분에 페이스북은 이제 모바일 플랫폼을 주된 돈벌이 장소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용자들이 몰려 있는 공간과 주 매출원이 같은 곳이 되도록 함으로써 ‘선택과 집중’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세계 유수 언론사들이 ‘독자들이 몰려 있는 곳’과 ‘돈을 버는 곳’이 서로 달라 장기 성장 전망이 불투명한 점과 비교하면 페이스북의 변신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한 눈에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