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최강 삼성의 '저가폰 고민'

200불 이하가 38%…고가폰 비중 줄어

홈&모바일입력 :2015/11/03 11:32    수정: 2015/11/04 13:57

‘스마트폰 최강’ 삼성은 지금 양쪽의 적들과 싸우고 있다. 애플과 프리미엄 폰 경쟁을 하면서 동시에 중국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맞서야 한다. 선두업체의 숙명이라고 하기엔 쉽지 않은 싸움이다.

3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선 삼성의 이런 딜레마가 그대로 드러났다.

시장조사업체들은 삼성의 3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했다. IDC는 8천450만대로 전년대비 6.1% 성장한 것으로 추산했으며, 스트레티지애널리틱스(SA)는 6.3% 성장한 8천400만대로 집계했다.

삼성의 3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2위인 애플(4천800만대)과 3위 화웨이(2천650만대)를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수준이었다.

덕분에 삼성은 2013년 이후 2년 만에 모바일 사업 부문 수익이 증가했다.

■ 301달러 이상 프리미엄 폰 비중 줄어

하지만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테크놀로지 마켓 리서치가 3일 발표한 자료엔 ’양적 성장’ 이면에 있는 삼성의 고민이 그대로 배어 있다. 점유율 경쟁 여파로 200달러 이하 저가폰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해 이맘 때 판매된 삼성 스마트폰 중 300달러를 웃도는 하이엔드 제품 비중이 55%였다. 하지만 이번 분기엔 이 비중이 40%로 떨어졌다.

반면 저가폰 비중은 크게 증가했다. 1년 전 30%였던 200달러 이하 저가폰 비중이 지난 분기엔 38%까지 높아졌다.

이 같은 상황은 휴대폰 평균 판매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삼성은 지난 주 3분기 실적 발표 때 휴대폰 평균 판매가격이 180달러라고 발표했다. 전분기 평균판매가격 220달러에 비해 18%나 떨어진 수치다.

■ 애플-안드로이드 저가업체와 동시 경쟁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이 질문 속에 ‘스마트폰 세계 최강’ 삼성의 고민이 담겨 있다.

삼성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삼성은 수량, 애플은 수익 면에서 세계 최강이다. 실제로주요 스마트폰업체 중 수익을 내는 곳은 삼성과 애플 밖에 없다.

하지만 삼성의 적은 애플 뿐만이 아니다. 같은 안드로이드 진영에 있는 업체들과도 동시에 싸워야 한다. 제품 성능으로 애플과 경쟁하면서 동시에 이머징 마켓에선 중국 안드로이드업체들과 가격 경쟁을 하는 구도다.

그만큼 삼성의 제품 라인업이 풍부하다는 의미도 되지만, 뒤집어보면 그만큼 쉽지 않은 경쟁 상황에 놓여 있다는 의미도 된다.

특히 샤오미, 화웨이, 레노버 등 중국 저가폰 트리오의 공세를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IDC에 따르면 지난 분기에 화웨이는 2천650만대(7.5%), 레노버는 1천880만대(5.3%), 샤오미는 1천830만대(5.2%)를 판매했다.

지난 9월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애플과 저가 업체들 사이에 낀 삼성의 현 주소가 그대로 드러났다. 고가폰 시장에선 애플 아이폰6S가 약진하고 저가폰 시장에선 중국 업체들이 위세를 떨치면서 삼성의 점유율은 크게 떨어졌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3분기에 판매된 삼성 스마트폰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갤럭시J5였다. 인도, 중국 등에서 220달러 내외에 판매된 J5는 삼성의 대표적인 중저가 모델이다.

J5는 삼성이 지난 분기 인도 등 이머징 마켓에서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J5를 비롯한 중저가 모델은 삼성의 평균 판매가격과 수익을 끌어내린 주 요인이 됐다.

■ 삼성의 전방위 전략, 앞으론 어떻게 될까

삼성의 이런 전략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 질문에 대해 카운터포인트는 “당분간은 계속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 가지 단서를 달았다. 가격에 유난히 민감한 시장에서 이런 판매 규모를 앞으로 몇 개 분기 동안 계속 유지할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삼성이 중저가 제품을 앞세워 점유율을 높이긴 했지만 내실 있는 승리로 이어질 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삼성 역시 이런 부분을 잘 인식하고 있다.

관련기사

삼성은 9%에 머물고 있는 영업이익률을 두 자릿수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갤럭시S7 조기 출시설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과연 삼성은 현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까? ‘구원 투수’ 조기 등판이란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질까? 아니면 점유율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프리미엄 전략을 조금씩 강화해나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