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이어 구글"…야후, 기막힌 양다리 작전

구글과 3년 검색 계약…조건도 상당히 유리

인터넷입력 :2015/10/21 09:30    수정: 2015/12/03 15:2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마리사 메이어 야후 최고경영자(CEO)가 ‘양다리 작전’을 본격화했다. 지난 4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검색 계약 연장에 합의한 야후가 이번엔 구글과도 또 다른 검색 계약을 체결했다.

야후는 20일(현지 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구글과 새롭게 검색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구글은 야후에 웹 검색 결과를 비롯해 검색 광고, 이미지 검색 서비스 등을 제공하게 된다.

이번 계약은 10월1일부터 시작됐으며 2018년 10월 31일에 만료된다.

양측의 3년 검색 계약은 데스크톱과 모바일 플랫폼에 모두 적용된다. 하지만 구글이 어느 정도 야후 이용자 쿼리에 검색 정보를 제공하는 지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야후 CEO 마리사 메이어 (사진=씨넷)

■ 4월 MS와 계약 때 데스크톱도 '독점 조항' 없애

야후는 지난 4월 MS와 또 다른 검색 계약을 체결한 적 있다. 당시 계약은 2010년 체결했던 ‘10년 검색 제휴 협약’에 따른 것. 2010년 계약 체결 때 두 회사는 5년 째 되던 해 계약 계속 이행 여부를 놓고 재협상하기로 했다.

당시 협약에서 야후는 MS측으로부터 중요한 양보를 하나 얻어냈다. 데스크톱 플랫폼에 적용되던 MS의 검색 독점조항을 폐지한 것이다. 덕분에 야후는 데스크톱 검색 트래픽의 51%만 MS에 몰아주면 되는 상황이다. 모바일 쪽에선 원래 MS가 독점권을 갖고 있지 않았다.

지난 4월 MS와 계약 체결 직후 야후 관계자는 ‘빙 51% 조항’을 활용해 자체 플랫폼인 제미니의 광고 영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이미 야후가 구글을 또 다른 대안으로 적극 활용할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따라서 이번에 야후가 구글과 체결한 계약은 MS와 독점 관계가 해제된 직후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던 부분이라고 봐야 한다.

(사진=씨넷)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는 구글과 검색 계약 과정에서 ‘대안’이 있다는 점을 잘 활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검색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MS와 구글 상황을 잘 활용해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끌어낸 것이다.

이번 계약으로 구글은 애드센스를 통해 야후에 검색 광고를 제공하게 된다. 또 웹검색 서비스와 이미지 검색 서비스를 통해 웹 알고리즘 검색 서비스를 공급한다.

특히 야후는 데스크톱 플랫폼은 49%만 활용할 수 있지만 모바일 쪽에선 그런 제한이 없다. 야후 입장에선 MS와 구글 중 유리한 쪽을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 "야후, 구글에 어떤 것도 보장해줄 의무 없어"

실제로 이번 협약 중에는 “야후가 어떤 검색 쿼리를 구글에 보내줄 지 선택할 수 있는 결정권이 있다”는 조항이 있다. 또 일정 수준 이상의 검색 쿼리를 보장해야 할 의무도 없다. 게다가 독점 계약도 아니다.

검색 전문 사이트인 서치엔진랜드는 “야후는 구글에 어떤 것도 보장해주지 않았다”면서 “따라서 원할 경우엔 검색 쿼리를 전혀 보내주지 않아도 된다”고 지적했다.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가 손 안에 두 개의 패를 든 상황을 최대한 활용했다는 의미다.

야후와 구글의 이번 검색 계약은 미국, 캐나다를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와 중동지역 등에 적용된다. 또 홍콩, 대만, 싱가포르, 태국, 베트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하지만 유럽은 구글과 야후 검색 제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구글이 유럽연합(EU)으로부터 반독점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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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번 검색 계약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미국 법무부의 허가가 떨어져야만 한다. 실제로 야후는 지난 2008년 검색 계약을 체결하길 원했지만 법무부가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함에 따라 포기한 이력이 있다.

컴스코어 자료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 달 말 기준으로 미국 검색 시장의 64%를 점유하고 있다. MS가 20.7%로 그 뒤를 이었으며 야후의 미국 검색 시장 점유율은 12.6%였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