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IT에 길을 묻다④…삼성 vs LG

삼성, 차량인포테인먼트 강화...LG, 자율주행차 시대 준비

카테크입력 :2015/10/18 10:46    수정: 2015/10/18 12:13

"자동차와 IT 업계가 서로 수직적인 관계에 있지 말고 수평적 관계를 지속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마인드가 필요하다."

지난 4월 서울모터쇼 주최 ‘자동차, IT 기술을 만나다’ 세미나에서 기조강연을 맡은 홍성수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의 말이다. 그의 메시지는 앞으로 자동차 업계와 IT 업계가 서로 융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IT 업계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발 빠르게 자동차 업계와 융합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BMW와의 협력으로 태블릿PC를 차량 사양으로 적용시키는 한편, LG전자는 자동차 전장부품 부서인 VC사업본부를 통해 자율주행차 시대를 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탈디자인 쥬지아로가 2015 제네바 모터쇼에서 선보인 콘셉트카 '제아', '제아' 내부에는 LG전자 VC사업본부의 전장부품들이 탑재됐다 (사진=LG전자)

■BMW, 세아트와 협력 강화하는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최근 BMW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자동차 관련 사업을 단계적으로 넓혀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5에서 BMW 신형 차량에 삼성 태블릿이 탑재된다고 밝혔다. 이른바 ‘터치커맨드’라고 불리는 시스템은 태블릿 PC 한 대로 시트의 높낮이, 기울기, 에어컨 온도, 라디오 등을 원격으로 조정하고 실행시킬 수 있다.

터치커맨드 시스템의 빠른 실용화를 위해 당시 삼성전자 CES 연설에 엘마 프리켄슈타인 전기/전자 및 드라이빙 경험 담당 상임부사장이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그는 터치커맨드 시스템을 소개하면서 “안전하고 스마트한 운전을 위한 창의적인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삼성전자와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태블릿이 활용된 BMW 뉴 7시리즈 터치커맨드 시스템 (사진=지디넷코리아)

이같은 삼성전자와 BMW의 윈-윈 전략은 이달 중순 실현됐다. BMW 코리아는 삼성전자 태블릿 PC가 탑재된 뉴 7시리즈를 출시하며 IT에 특화된 플래그십 세단 시대를 열었다. 뉴 7시리즈 국내 출시 행사에 참석한 이안 로버슨 BMW 그룹 마케팅 총괄 사장은 “뉴 7시리즈 내 태블릿 PC뿐만 아니라 통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삼성전자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여러번 강조했다. 향후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자동차 산업을 육성시킬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외부 기업 도움 없이도 스스로 자동차 산업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5에서 폭스바겐 그룹 계열사 세아트와 함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미러링크’ 협력 체계를 갖췄다. 세아트는 제조 차량의 80% 이상을 전 세계 75개국에 수출하는 수출 주도형 업체로 알려졌다. 세아트 차량에 삼성전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확대 적용될 경우, 자동차 산업 내에서 삼성전자의 입지가 커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터치커맨드 시스템이 적용된 BMW 뉴 7시리즈(750Li) 뒷좌석. 중앙 암레스트에 위치한 삼성전자 태블릿으로 차량 주행 기능을 제외한 모든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사진=BMW 코리아)

■VC사업본부로 자율주행차 시대 맞이하는 LG전자

LG전자는 지난 2013년 7월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 진출을 위해 VC(Vehicle Components) 사업본부를 출범시켰다. LG전자는 당시 대우자동차를 거쳐 LG CNS 하이테크사업본부장 등을 지낸 이우종 사장을 선임하는 등 자동차 관련 사업 육성에 시동을 걸었다.

LG전자 VC사업본부는 출범 초기 이렇다할 성과를 보이지 못하다가 지난해 12월부터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중이다.

LG 이노텍이 2015 한국전자산업대전에 공개한 스마트카 전장부품 조형물 (사진=지디넷코리아)

LG전자는 지난해 12월 25일 메르세데스-벤츠와 함께 무인주행자동차에 들어갈 핵심 부품을 만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벤츠와 함께 ‘스테레오 카메라 시스템’ 개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스테레오 카메라 시스템은 차량 전방의 위험을 관찰하고 교통 정보를 수집하는 등 자동차의 눈 역할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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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LG전자는 자율주행차 전장부품 사업 강화를 위해 여러 업체와 협력을 강화했다. 지난 3월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 당시엔 폭스바겐 그룹 계열사 이탈디자인 쥬지아로와 손잡고 자율주행 콘셉트카 '제아'를 선보였고, 이달초에는 미국 반도체 회사 프리스케일사와 자율주행차용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핵심 부품 공급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지난 1월 CES 2015 현장에서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벤츠 회장과 함께 회동을 가져 자동차와 IT업계에서 동시에 주목을 받았다. 구 부회장은 회동 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LG전자의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이 이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LG전자에겐 2015년이 자율주행차 시대를 이끌어나갈 원년이자 향후 미래 성장동력인 자동차 사업의 전성시대를 예고하는 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