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투자, 이미 SW가 사람보다 낫다"

한국서도 '로보어드바이저' 확산 예고

컴퓨팅입력 :2015/10/15 16:11    수정: 2015/10/15 16:25

황치규 기자

사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금융 투자 상품을 추천해주는, 이른바 로보어드바이저는 상상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됐다.

해외의 경우 찰스스왑이나 웰스프론트 같은 회사들이 빅데이터 분석 기반 투자 자문 서비스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고 최근에는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로보어드바이저 회사인 퓨처어드바이저(FutureAdvisor)를 인수한다고 발표해 화제가 됐다. 소프트웨어 기반한 자동화된 투자 자문 서비스는 점점 확산되는 양상이다.

한국서도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출사표를 던지는 회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쿼터백테크놀로지스도 그중 하나다. 쿼터백테크놀로지스는 최근 펀드, 채권, 부동산 등 6개 자산을 대상으로 투자 상품을 추천해주는 '쿼터백'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쿼터백은 2천500개의 글로벌 상장지수 펀드(Exchange Traded Fund: ETF), 30만개에 달하는 기초 자산(Underlying asset) 등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와 펀드 매니저와 금융 애널리스트 출신인 쿼터백 멤버들의 아날로그 금융 노하우가 버무려진 알고리즘에 기반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쿼터백테크놀로지스는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데이터 수집에만 1년 반 정도의 시간을 투입했다. 분석 알고리즘 설계를 위해서도 6개월 가량을 쏟아부었다. 쿼터백 알고리즘에는 요인 분석과 최적화 자산 배분 기법에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됐다.

그런만큼 회사 측은 쿼터백이 지금도 사람보다 나은 투자 추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양신형 쿼터백 대표에 따르면 로보어드바이저라는 서비스 자체가 사람보다 컴퓨터가 투자를 잘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사람은 자주 망각하지만 컴퓨터는 그러지 않는다. 또 전문가라고 해도 살펴볼 수 있는 투자 상품의 수는 제한이 있을수 밖에 없지만 로보어드바이저는 무제한에 가까운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알고리즘만 잘 짜면 사람보다 소프트웨어가 투자 상품을 잘 고를 수 있는 이유다.

쿼터백에서 로보어드바이저가 하는 역할은 80%다.

매매를 포함해 실행과 관련된 나머지 20%는 사람의 몫이다. 한국의 경우 금융 투자를 위해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하거나 매매를 일임하는 것이 아직 규제로 묶여 있다. 현실적으로 로보어드바이저는 추천 결과까지만 보여주고 행동은 사람이 할 수 밖에 없다.

쿼터백은 변동성이 낮은 장기 투자 상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6~9% 수익률을 원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중금리가 핵심인 셈이다. 양신형 대표는 "은행 프라이빗 뱅킹의 70% 이상이 시장 수익률에 못미치는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수익률 달성 정확도 측면에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금융권 프라이빗 뱅킹(PB) 담당자들이나 자산 운용사 직원들 입장에서 로보어드바이저는 미묘한 존재일 수 밖에 없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사람보다 나는 투자 실력을 갖고 있다면, 금융 전문가들이 로보 어드바이저에게 밥그릇을 빼앗기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와 관련해 쿼터백테크놀로지스는 기존 PB 담당자들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사람을 일부 대체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PB 담당자들이 기존에 접근하지 못했던 고객 층을 새로 확보하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양신형 대표는 "고액 자산가들은 로보어드바이저가 확산되더라도 지금처럼 PB를 계속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PB 담당자들은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해 기존에 접근하지 못했던 고객층을 파고들수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미국과 달리 매매 일임 등과 관련해 규제가 있는 한국 상황에선 PB와 로보어드바이저는 보다 상호보완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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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백테크놀로지스는 쿼터백 사업과 관련 지금은 B2B 시장 공략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자체적으로도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기존 금융권에서 각사 환경에 맞게 도입해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데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설명이다. 몇몇 은행들과는 이미 접촉을 시작했다고 한다. 해외 시장도 노리고 있다.

양신형 대표는 "웰스프론트 등과 비교해 취급하는 자산 종류가 많고 위험 관리 노하우 측면에서도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서비스 영문화를 통해 연말부터는 해외 수출도 본격 추진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