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처' 잃은 아마존-구글, 유럽 사업 어쩌나?

아마존, 일단 모델 조항 활용…장기전망 불투명

인터넷입력 :2015/10/12 16:41    수정: 2015/10/12 16:4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새로운 안전 피난처를 찾아라.”

아마존을 비롯한 미국 IT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유럽최고재판소(CJEU)는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각)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고객 정보 공유의 근거가 됐던 안전피난처(Safe harbor) 조항을 무력화시킨 때문이다.

당시 CJEU는 “안전 피난처 협약을 허용할 경우 미국 정부가 EU의 온라인 정보에 수시로 접속할 수 있게 된다”면서 협약 자체에 흠결이 많다고 판결했다.

지난 2000년부터 적용된 ‘안전 피난처’ 협약 덕분에 구글, 페이스북 같은 미국 기업들은 EU 이용자들의 웹 검색 이력이나 소셜 미디어 업데이트 같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CJEU 판결로 그 동안 관행적으로 해 오던 정보 공유가 위협을 받게 됐다.

유럽연합 최고재판부가 미국과의 데이터 공유 조항을 사실상 무력화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아마존웹서비스서밋 행사 장면/

■ '안전피난처 무력화' 판결 진짜 의미는?

물론 이번 판결로 데이터 공유가 그대로 금지된 건 아니다. 또 CJEU의 이번 판결에 대한 해석을 놓고도 엇갈린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CJEU 판결 직후 전문가들은 두 가지 해석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한 쪽에선 “안전피난처 조항은 사망 선고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또 다른 쪽에선 EU의 행정부 격인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이번 판결의 의미를 정확하게 해석해줄 필요가 있다고 맞서고 있다.

유럽 최고 재판소인 유럽사법재판소. (사진=씨넷)

문제는 이 문제가 정리될 때까지 인터넷 기업들은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점이다. 구글, 아마존 등이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는 인터넷 인프라스트럭처 연맹의 데이비드 스니드 공동 설립자는 “이번 결정으로 미국과 EU 간 모든 데이터 공유를 중단해야만 한다는 건 현실설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EC가 어떤 형태로든 활로를 찾아낼 것이란 얘기다. 당장 아마존, 구글 등을 외면할 수 없는 미국 정부도 뭔가 해결책을 찾아나설 가능성이 많다.

문제는 ‘불확실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이냐는 점이다. 당장 사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유럽, 새 조항 만들지도 관심

아마존은 ‘모델 조항(Model Clause)' 을 활용하는 쪽을 택했다. 모델 조항은 EU가 승인한 표준 계약 조항으로, 역외 지역으로 개인 데이터를 전송하는 행위를 합법화하는 기본 방침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아마존 측은 “모델 조항 덕분에 아마존 웹 서비스(AWS) 고객들은 EU 법률을 위반하지 않고 전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른 미국 IT 기업들도 모델 조항을 활용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모델 조항을 사용할 경우 성가신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모든 EU 국가들이 모델 조항을 인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경우에 따라선 사용 범위 등을 놓고 재협상을 해야 할 때도 있어 생각보다는 활용하기가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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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미국과 유럽이 새로운 ‘안전 피난처’ 협약을 체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CJEU의 판결 역시 ‘안전 피난처’ 조항이 유럽인들의 개인 정보를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조약을 체결할 경우 유럽 쪽이 좀 더 엄정한 ’데이터 관리’를 요구할 전망이다. 스노든이 폭로한 미국 국가안보국(NSA) 사찰 사태 이후 미국에 대한 유럽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