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HP의 더머신 프로젝트 구할까

3D크로스포인트 상용화 가능성 관심

컴퓨팅입력 :2015/10/05 17:39    수정: 2015/10/05 22:27

HP가 포기한 '완전히 새로운 컴퓨터'의 꿈을 인텔이 이뤄 주는 모습을 보게 될까? HP가 '더 머신(The Machine)' 프로젝트 핵심이었던 자체 개발한 반도체 기술 '멤리스터(memristor)' 활용도를 대폭 축소하면서, 인텔과 마이크론의 신기술 '3D크로스포인트(3D Xpoint)'의 상용화 가능성이 관심을 모은다.

작년 6월 HP 디스커버 행사장에서 공개된 더 머신 프로젝트는 완전히 새로운 아키텍처 기반의 컴퓨터를 만드는 계획이었다. 중앙처리장치(CPU)와 운영체제(OS), 데이터 전송 기술과 저장장치 등 구성요소를 모두 자체 개발해 오는 2020년까지 완성된 컴퓨터 시스템으로 상용화한다는 구상이었다. 이 땐 D램과 하드디스크 또는 낸드플래시 기반인 스토리지를 모두 멤리스터로 대체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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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측 설명에 따르면, 멤리스터는 D램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전력 없이 데이터를 보존하고 고밀도 데이터를 낸드플래시보다 저전력으로 처리할 수 있는 특성을 갖췄다. 완성된 더 머신 설계구조를 응용하면 스마트폰만한 장치에 100테라바이트(TB) 용량을 저장하고 처리할 수 있다는 게 마틴 핑크 HP 최고기술책임자(CTO)의 주장이었다. 물론 HP가 멤리스터 양산을 통해 상용화에 나서야만 현실적인 얘기였다.

문제는 HP가 수율 낮은 멤리스터 상용화에 거듭 실패해 왔다는 점이다. HP는 지난 2008년 멤리스터를 시범 생산한 뒤 2010년 하이닉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양산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2011년엔 2년내 낸드플래시를 대체하겠다는 야심찬 목표까지 내걸었는데, 이듬해 그 구상을 2014년 이후로 잠정 연기했다. 여전히 HP는 멤리스터 생산 수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듯하다.

올여름 디스커버에서 예고된 더 머신 프로젝트가 더 보수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이를 짐작 가능하다. HP는 내년초 더 머신 시스템을 시제품으로 내놓을 예정인데, 시스템메모리 영역에 D램을 쓰는 종전 아키텍처를 채택했다. 메모리와 스토리지에 멤리스터를 전면 도입하겠다던 야심찬 계획을 무른 셈이다. 이에 'HP가 꿈을 파괴했다'느니 '더 머신을 죽였다'느니 하는 평가마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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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링크: HP Destroys a Dream Computer to Save It]

[☞참조링크: HP kills The Machine, repurposes design around conventional technologies]

[☞참조링크: HP abandons futuristic tech for its futuristic supercomputer]

HP가 멤리스터를 중용하려던 더 머신 프로젝트의 핵심 구상을 수정하면서, 차세대 기억소자로 D램과 저장장치를 모두 갈아치운 새로운 컴퓨터의 출현은 다소 늦춰진 분위기다. 가능성은 남았다. 올여름이 한창일 때 인텔과 마이크론이 함께 선보인 새로운 반도체 기술 '3D크로스포인트'를 이런 방향으로 상용화하겠다고 가정할 경우다.

인텔과 마이크론의 설명에 따르면 3D크로스포인트는 현존하는 낸드플래시 대비 더 나은 읽기 및 쓰기 속도, 저장밀도, 내마모성, 제조단가 등 여러모로 우월한, 새로운 유형의 비휘발성메모리 반도체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를 보면 고성능과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필요로하는 애플리케이션 구동에 꽤 요긴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부 외신을 통해 D램과 낸드플래시 기술을 대체할 가능성이 제기된 상태다.

[☞참조링크: Today's NAND flash has hit a development dead-end]

[☞참조링크: Intel’s New Memory Chips Are Faster, Store Way More Data]

[☞참조링크: Intel Details 3D XPoint Memory, Future Products]

3D크로스포인트 메모리는 낸드플래시처럼 전력 없이 데이터를 보존한다. 지우고 쓰는 작업을 100만번쯤 반복할 수 있다. 3천~1만번이 한계인 낸드플래시보다 1천배 이상 내마모성이 뛰어난 셈이다. 저장밀도는 D램의 10배 수준이다. 16기가바이트(GB)짜리 칩 기준 낸드플래시의 1천배 이상 속도를 내고, 3D낸드 방식으로 셀당 2비트, 3비트 저장구조를 채택하면 32GB, 48GB짜리 칩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인텔과 마이크론의 3D크로스포인트와 HP의 멤리스터가 전혀 다르지만, 그 산업적 존재의의는 상당히 닮은꼴이다. HP는 멤리스터의 수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더 머신 프로젝트의 야심찬 계획을 대폭 수정했지만, 인텔과 마이크론은 각자 3D크로스포인트 기술 상용화를 공식화했다. 특히 인텔은 내년중 기존 플래시 대비 7배 빠른 SSD 저장장치를 '옵테인(Optane)'이란 이름으로 출시한다.

[☞참조링크: Intel's radical Optane next-gen SSD]

인텔은 기존 시스템 설계구조를 넘어선 영역에 3D크로스포인트 기술을 안착시키려는 시도를 조용히 병행하고 있다. IT전문사이트 더플랫폼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8월 D램(DIMM) 형태의 옵테인 제품을 사용하는 서버CPU 출시를, 앞서 메인보드를 포함한 서버플랫폼 '펄리(Purley)' 개발계획을 예고했다. 이는 D램보다 저렴하고 고밀도인 메모리, 즉 3D크로스포인트를 도입키 위한 포석으로 풀이됐다.

[☞참조링크: Intel Reveals Plans For Optane 3D XPoint Memory]

또 더레지스터는 지난달 인텔이 서버OS와 애플리케이션에서 크로스포인트를 활용하기 위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도 배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인용된 시장조사업체 오브젝티브애널리시스의 반도체담당 연구원 짐 핸디의 보고서에 따르면, 3D크로스포인트 기술에 기반한 제품이 오는 2017년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가 2019년까지 21억2천만달러 규모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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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레지스터는 "더 머신 프로젝트에서 멤리스터 기술을 버린 HP가 3D크로스포인트 메모리를 채택할 것이라 본다"는 핸디 연구원의 전망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