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술확보 나선 中…美업체 사냥 나서

삼성-LG 거래선 부품 업체 인수 시도...파장 있을까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5/10/05 15:21    수정: 2015/10/05 16:20

송주영 기자

자본을 축적한 중국이 기술력 있는 반도체 업체를 인수해 부품 강국으로 부상하겠다는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시냅틱스, 옴니비젼 등 각 분야의 선도업체들이 인수 대상이다. 대상 분야도 터치, 지문인식, 메모리, 스토리지, 센서까지 폭넓다.

중국이 최대 시장인 자국에서 반도체 탑재를 늘리며 자본, 기술을 축적하면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완제품 업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업체는 삼성, LG전자에도 부품을 공급하는 각 분야별 선도업체들로 이들로부터 부품을 공급 받는 완제품 업체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이 거대 자본을 기반으로 반도체 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다. (사진=이미지비트)

■중국 투자사, 삼성전자 협력업체 시냅틱스 인수시도

최근 블룸버그는 중국 투자사가 삼성전자 부품 공급 터치, 지문인식 반도체 공급업체인 시냅틱스 인수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인수가는 주당 110달러, 총 40억달러(4조7천억원) 규모다. 인수 시도는 시냅틱스 거절로 일단 무산됐다.

시냅틱스는 삼성전자 거래선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업체다. 시냅틱스는 삼성전자 프리미엄폰인 갤럭시 시리즈에 지문인식, 터치 컨트롤러 등 핵심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시냅틱스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업체는 삼성전자다. 양사는 애플이 삼성전자 거래선이었던 오센텍을 지난 2012년 인수한 이후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시냅틱스 매출은 연간으로 전년대비 53% 성장할 전망이다. 3분기 연속 50% 이상 성장률이 예상됐다. 그러나 시냅틱스 주가는 최근 스마트폰, PC 시장 성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기되면서 최근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 6월 100달러선을 넘어섰지만 6월 이후 지난 3개월 동안은 6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중국 투자사는 시냅틱스 주가 하락의 틈을 노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종가에 70% 프리미엄을 얹어 주당 110달러를 제안했다. 시냅틱스는 주당 가치를 125달러 이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냅틱스가 일단 거절하기는 했지만 인수협상은 아직 진행중이다.

■칭화그룹, 웨스턴디지털 지분 인수

최근에는 중국 칭화그룹 자회사 유니스플렌더가 미국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업체 웨스턴디지털 지분 15%를 37억8천만달러(4조4천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유니스플렌더는 웨스턴디지털 지분가치에 33% 프리미엄을 더 얹어 인수가격을 제시했으며 웨스턴디지털 이사회 이사 한명을 선임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경영에도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유니스플렌더의 웨스턴디지털 지분인수는 미국 규제당국 심의가 남아 있다.

웨스턴디지털 지분을 인수하기로 한 유니스플렌더는 앞서 HP 중국 내 서버사업을 담당하던 자회사 H3C 지분 51%를 23억달러(2조7천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7월에는 칭화유니그룹이 230억달러(27조원)에 마이크론 인수를 시도한 바 있다.

웨스턴디지털은 HDD 시장 점유율 1위, SSD 시장 7위 업체다. 웨스턴디지털 HDD는 은행, 인터넷, 군대까지 전 산업분야에 걸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은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SSD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역량을 쌓고 있다. 지난 2013년 SSD 스토리지 업체인 버리덴트를 인수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스카이에라도 사들였다.

■'반도체 펀드' 만들고 국영기업 앞세워 기술축적

중국 칭화그룹은 앞서 미국 메모리 제조회사인 마이크론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IT 제조산업을 육성하며 미국업체 지분을 인수하고 이사회에 참여하며 협업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거대한 시장을 무기로 한 중국이 자국부품 탑재 비중을 높이고 이를 다시 자본축적의 기회로 삼게 되면 부품 생태계 자체가 변할 수 있다.

중국은 부품 제조 역량을 키워 거대한 자국 시장에서 자사 부품 비중 탑재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거대 시장을 통해 창출한 자본을 신기술에 투자해 영역을 확대하고 다시 거대한 자본을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중국은 디스플레이 자국 산업 육성에 힘을 기울여 오는 2017년에는 출하량 기준 세계 최대 생산업체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어 반도체 산업 지원에도 나서 4년 동안 23조원 규모의 펀드도 마련했다.

중국 팹리스 기업 현황

중국 내에는 이미 800개 이상 팹리스 기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팹리스 기업이 150여개 수준에 불과한 것과 비교된다. 반도체 기술확보에 가장 열을 올리고 있는 업체는 중국 정부 지원을 받는 중국 칭화그룹이다.

칭화그룹 지주사 칭화홀딩스는 지난 2년 동안 중국 반도체, 메모리 사업 역량 확보를 위해 투자해 왔다

지난 2013년 칭화그룹은 중국 스프레드트럼, 알디에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고 이어 미국으로 눈을 돌려 마이크론 인수를 제안하고 웨스턴디지털 지분 인수를 추진하는 등 꾸준히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칭화홀딩스는 중국 정부가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타임스는 전 중국 국가주석인 후진타오의 아들 후하이펑이 한때 칭화홀딩스 당서기 자리를 맡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후하이펑은 당서기로 칭화홀딩스와 중국 공산당의 협력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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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육성에 이미 국내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가격구조에서 유리하다”며 “인건비가 싸고 수요업체 규모가 커 단가를 낮추기도 쉬우며 정부 지원까지 받고 있어 균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중국 영향권에 들어갈 날도 올 것이라는 경고다.

다만 중국이 메모리 시장에 진출하지 않는 이상 단기간 국내 업체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한태희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자본을 축적한 중국이 기술력 있는 업체를 인수하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그러나 미국 업체를 인수해 시너지를 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