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차별 일삼는 공정위는 공정한가

국내 기업만 규제 잣대 들이대

인터넷입력 :2015/09/25 10:47    수정: 2015/09/25 13:35

모바일 시대를 맞아 기업 간 경쟁이 국경의 문턱을 넘나드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해외 기업은 살리고 국내 기업 죽이기에 나서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또 한 번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의 역차별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 공정위의 공정성 문제가 대두될 전망이다.

최근 인터넷 업계에선 지난 17일 정무위 국감 때 나온 “네이버, 카카오는 점유율만 봐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된다”는 정재찬 공정위원장의 발언이 연일 화제다.

지난 2008년 공정위가 제기한 네이버와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관련 소송에서 대법원이 작년 말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또 다시 비슷한 문제를 들고 나왔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국내 포털사와 공정위의 악연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11년 네이버와 다음(현 카카오)은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 OS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구글의 검색엔진만을 탑재하고, 국내 회사 검색 프로그램을 배제하도록 강제한 의혹이 있다며 공정위에 구글을 제소했다.

이에 공정위는 2년 뒤인 2013년 별도의 공지 없이 ‘혐의 없음’ 판결을 내렸다. 계약서에 불공정 조항만으로 불공정 행위를 단정할 수 없고, 현재 시장에 미치는 점유율이 중요한 이유였다. 즉 계약서가 다소 불공정하더라도 시장점유율상 경쟁제한 효과가 없으니 문제될 것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구글은 한국의 사례를 EU 등과의 반독점 소송에서 반박 근거로 인용했다. 현재 EU뿐 아니라 일본, 러시아, 인도 등 여러 국가에서 구글 반독점 행위에 항의하는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공정위는 구글에 유리한 결론을 내렸다.

반면 최근 러시아 규제당국은 구글에 반독점 위반 판결을 내렸다. EU도 한국 사례를 참조했지만 러시아 반독점법 위반 판결 영향을 받아 최대 60억 달러의 벌금을 물리도록 구글을 제소했다. 이에 구글은 법적 근거가 빈약하다는 이유로 이의를 제기한 상태기도 하다.

이 같은 흐름에 우리 공정위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인터넷 포털에 어떤 잣대를 들이대고 있을까. 또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잘 마련하고 있을까.

구글 독점, 국내 역차별 한국 ICT 현실과 해법 모색 자료집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가장 공정해야할 공정위가 역차별을 일삼고, 자기 모순에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과거 여러 사례를 통해 공정한 계약서를 중요한 공정 경쟁의 기치로 삼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도 정재찬 위원장은 “가맹분야에서 공정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표준가맹계약서를 새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아파트 분양 시 피해자 구제를 위해 ‘아파트표준공급계약서’를 개정하겠다고 알렸다.

또 지난 달 건설업계와의 간담회에서는 대형 건설사들에게 공정한 하도급 거래질서 정착을 위해 표준계약서를 적극 사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전에는 소방시설업종 4개 업종의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제정하고, 자동차업종 등 7개 업종은 개정한다고 공표했다.

다시 말해 공정위는 어느 한쪽에 불리하지 않는 표준계약서를 공정거래 실현을 위한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구글 반독점 위반 무혐의 판단 기준과 사뭇 달라 보인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OS 내 불공정 계약은 문제될 것 없고, 국내 기업들에게만 기본적인 준거인 표준계약서가 불공정 계약을 차단하는 중요한 수단이란 뜻으로 읽힌다.

국정감사 시즌을 기점으로 정부 여당의 포털 길들이기가 한창이다.

새누리당이 뉴스 배열의 편향성, 불공정 행위 등의 문제를 공론화 시킨 가운데, 정 위원장의 발언은 여당의 뜻에 따라 어떤 식으로든 포털 규제에 동참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뉴스 편집을 문제 삼고자 검색 점유율을 언급했다면 전세계 어디서도 검색 점유율 하나만으로 시장 지배력을 판단한 선례가 없음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대법원 판결도 이를 뒷받침 한다.

포털 뉴스의 편집 편향성 문제를 지적하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작년 9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장병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구글 독점, 국내 역차별’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의 역차별 문제를 지적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 역시 공정한 규제의 필요성에 한 목소리를 냈다.

당시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서 구글이 차지하는 비중은 49.1%로 1조1천941억원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애플은 30.5%인 7천341억원의 매출을 올려, 두 회사가 3조원 규모의 국내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79.6%다.

국내 동영상 시장은 유튜브가 시장의 절반 이상을 가져갔고, 내년이면 글로벌 동영상 사이트인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 모바일 콘텐츠 유통 창구인 앱마켓을 보면 지난해 구글과 애플의 점율을 80%를 넘는다. 특정 시장에서 이미 국내 포털사들은 선두 자리를 내줬고, 앞으로의 경쟁에서도 생존을 걱정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관련기사

인터넷 업계 한 전문가는 “공정위는 과거부터 일관되게 인터넷이란 산업의 속성을 간과하고 있다. 인터넷은 새로운 기술이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시장을 창출하는 대표적인 혁신 시장”이라며 “사용자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양면 시장으로, 전환 비용이 0이기 때문에 사업자가 직접 창출한 시장에서 현재 특정 서비스의 사용량이 많다는 이유로 인위적인 규제를 가하는 건 무리수”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정 위원장의 발언이 인터넷 콘텐츠 유통에 대한 군기를 잡겠다는 심산이라면 오히려 앱마켓 선탑재 문제가 공정위의 검토 영역이 돼야 마땅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