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 왜 오픈플랫폼 강조하나

경계 없는 금융-IT 융합 통해 고객 요구 대응

컴퓨팅입력 :2015/09/22 08:36

손경호 기자

"NH농협은행이 보는 핀테크는 '패션'이 아니라 '트렌드'입니다. 고객과 시장이 트렌드를 만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확실한 명분이 있는 셈이죠."

은행 중에서도 더욱 보수적일 것 같은 NH농협은행이 최근 들어 달라졌다. 국내 주요 은행들 중 처음으로 오픈플랫폼 구축에 나선 것이다. NH농협은 'NH핀테크 오픈플랫폼'을 통해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은행들로부터 가장 필요로 하는 고객정보를 직접 연동시켜 볼 수 있도록 API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런 행보는 다시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농협을 포함한 주요 은행 및 증권사 등이 참여하는 '금융권 공동 핀테크 오픈플랫폼'으로까지 확대됐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고객 자산에 대한 안전한 관리를 우선해야하는 탓에 새로운 변화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기 쉽다. 지난해 핀테크 열풍이 불기 시작할 무렵 여러 금융권 관계자들이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등이 다 핀테크 아니냐, 예전부터 해오던 것과 핀테크 간 별다른 차이점이 없어보인다"고 평가했었던 것도 이러한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NH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 핀테크사업팀 김봉규 팀장

그러나 최근 은행들은 핀테크 스타트업들과 직접 1:1 멘토링을 맺고, 협력방안 찾기에 나서는 중이다. 현재 핀테크 열풍은 반짝 인기에 그칠지, 하나의 새로운 금융IT 트렌드로 성공모델을 마련할 수 있을지 갈림길에 서 있는 셈이다.

최근 만난 NH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 핀테크사업팀 김봉규 팀장은 "핀테크 스타트업들과 제휴하기보다는 보다 본질적인 대응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고민에서 나온 것이 오픈플랫폼이라는 설명이다.

지난달 26일 김주하 NH농협은행장은 오픈플랫폼 추진계획을 밝히는 자리에서 "농협을 세계적인 금융플랫폼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선언한 만큼 NH농협의 행보가 반짝 유행을 따라가는데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 NH농협은 오픈플랫폼을 선택한 것일까. 김 팀장은 플랫폼 비즈니스와 고객의 수요 변화를 키워드로 꼽았다.

구글, 애플,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IT기업들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로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김 팀장에 따르면 특히 은행권들이 놀랐던 것은 알리바바다. B2B 기반 전자상거래 회사로 시작해 온라인 머니마켓펀드(MMF)인 위어바오, 알리페이라는 결제서비스까지 내놓으면서 IT기업이 금융권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금융과 IT기업 간 경계가 이미 무너져버린 시점에서 은행들이 살아남을 길은 결국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알아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김 팀장은 "은행이 곧 핀테크 스타트업이 되고, 결제대행사가 되고, 밴사가 돼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번째로는 고객이 변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IT기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기타 웹 기반 서비스에 익숙한 고객들이 이전보다 더 편리한 서비스를 원한다는 설명이다. 김 팀장은 "사용자 경험(UX)이 변해서 습관이 되고,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는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친구들에게 송금하기 위해 모바일뱅킹앱을 열어,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입력해 로그인 한 뒤 상대방 계좌번호와 금액을 입력, 다시 보안카드번호를 입력한 뒤에야 결제가 이뤄지는 것과 다른 경험을 하고 싶어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번 편리한 서비스를 맛 본 사용자들이 이전처럼 불편한 UX를 참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위가 은행연합회, 코스콤과 함께 추진 중인 금융권 공동 핀테크 오픈플랫폼과 NH핀테크 플랫폼이 다른 점은 뭘까.

김 팀장은 "공동 오픈플랫폼을 만든다고 해도 결국에는 은행들이 핀테크 분야에서도 저마다 차별점을 찾기 위해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NH농협에서는 소고기 이력조회, 농산물시세 등 고유정보에 대해서도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API 형태로 연동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웹이나 앱을 통해 자체 서비스로만 제공되던 것을 핀테크 스타트업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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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의 플랫폼 비즈니스가 제대로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가늠해보기 어렵다. 플랫폼 구축 자체보다도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은행들고 협력해서 새로운 서비스 아이디어를 내고, 구현해낼 수 있는가에 달렸다. 과정이 중요한 셈이다.

오픈플랫폼을 통해 어떤 서비스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김 팀장은 "오픈플랫폼을 구축한 뒤에 그동안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서비스가 나왔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