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묻는다…폰을 왜 접으려하나

[데스크칼럼]용도 극대화 포인트 찾으라

홈&모바일입력 :2015/09/17 10:20    수정: 2015/09/21 07:15

새롭다는 게 혁신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혁신을 위해선 반드시 새로움이 필요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라는 뜻이다. 앞선 기술도 마찬가지다. 혁신을 위해 필요하지만 그게 있다고 꼭 성공하는 건 아니다. 제품 혁신은 이들 요소가 적절히 버무려져 소비자가 절로 고개를 끄덕일 만할 정도로 전혀 다른 쓰임새를 찾아낼 때 성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소비자를 감동시킬 설득 요소가 들어가야 한다.

아이폰 이전과 이후 폰의 쓰임새가 완전히 달라진 게 대표적이다. 아이폰은 이미 여러 사업자가 앞서 내놓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모아 대중적으로 구현한 첫 스마트폰이다. 아이폰 이전에도 폰을 스마트하게 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는 뜻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새로운 쓰임새를 총체적으로 구현하지 못하고 일부분만 시현함으로써 소비자 마음을 이동시키는 데 실패한 것이다.

삼성전자 차세대 스마트폰의 핵심적인 변화는 아무래도 접는(폴더블) 기능일 것 같다. 관련 정황을 포착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출시시기가 생각보다 이를 수도 있다. 믿을 만 한 것인지는 확인하기 힘들지만 내년 1월에 선보인다는 보도까지 나온 상태다. 관련 특허 출원도 다수 확인됐다. 특히 접히는 부분의 본체 옆구리에 경첩을 단 특허 출원이 확인되면서 출시시기가 가까워졌다는 해석을 낳았다.

심지어 두 번 접히는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태블릿 디자인 특허를 확보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접는 스마트폰을 향한 선행 제품들도 잇따라 출시됐다. 스마트폰 옆구리에 구부러진 형태의 띠 디스플레이를 덧붙인 ‘엣지’ 제품이 그것이다. 이 모든 사례들은 디스플레이에 강점을 가진 삼성의 기술적인 진보를 의미한다. 분명한 사실 하나는 그리 멀지 않는 시기에 접는 폰이 나올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니 이제 삼성에 묻는다. 대체 왜 스마트폰을 접으려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얼마나 풍부하면서도 간단명료하게 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향후 삼성 스마트폰 사업의 향배를 가를 가장 결정적인 키포인트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기술 진보를 오롯이 혁신으로 연결시켜 경쟁자의 추격을 불허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삼느냐 아니면 결과적으로 남 좋은 일 시키느냐를 가르는 문제일 수 있다.

엣지 제품은 삼성이 이 고민을 더 해야 한다는 점을 가르쳐주고 있다. 기자 기억으로 지금까지 삼성이 내놓은 스마트폰 중 외신으로부터 가장 열광적인 반응을 얻은 게 엣지였다. 하지만 반응만큼 판매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왜 그럴까. 위 질문에 대한 대답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좋은 반응의 대부분은 색다름과 디자인이었다. 문제는 새로운 활용가치에 대한 의문을 지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접히는 스마트폰 경첩 특허 개념도(자료=페이턴틀리모바일)

삼성도 아이폰이 오직 디자인만으로 시장을 흔들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디자인을 넘어서는 대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세계 첫째’라는 대답은 더 문제다. ‘빵점’에 가까울 만큼 아주 낮은 수준의 대답이다. 기술 선도는 테크 기업이 걸어가야 할 핵심적인 경영 이슈이기는 하지만 그 자체로 시장의 판도를 좌우하지는 않는다. 애플의 기술 선도력은 삼성에 비하면 한참 밑이라는 걸 누구나 안다.

기자 또한 이 질문에 대한 적확한 답을 알지 못한다. 다만 이 질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은 안다.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옛 일반폰의 폴더형 제품과 접히는 스마트폰은 기술적인 난이도로 보나 용도로 보나 비교가 안 된다. 불량 없이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기술적 성과임에 틀림없다. 거기에다 위 질문의 답까지 찾으면 경쟁자와의 ‘초격차’를 실현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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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가 아닌 ‘시장 선도자(first mover)’가 돼라.” 아이폰 출시 후 삼성은 귀가 따갑도록 이 주문을 들어야 했다. 지금은 상황이 더 나빠졌다. ‘대륙의 실수들’한테 빛의 속도로 추격당하고 있다. 접는 스마트폰 소식에 눈이 번쩍하고 떠진 것은 그래서다. 진입장벽이 높은 선도기술인 만큼 이를 철저하게 고객 관점에서 고민해 답을 찾는다면 ‘물건’이 될 것 같은 필이 온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왜 스마트폰을 접으려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