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잊혀질 권리’란 무엇인가?

‘정보삭제 권리의 올바른 인식’ 국제컨퍼런스 열려

인터넷입력 :2015/09/11 19:22    수정: 2015/09/12 12:33

유럽을 중심으로 소위 ‘잊혀질 권리’라고 불리는 정보 삭제권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국내 실정에 맞는 전문가들의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프라이버시 정책연구 포럼은 11일 오후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정보삭제 권리의 올바른 인식을 위한 국제컨펀런스’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후원으로 개최했다.

이 날 컨퍼런스는 중앙대학교 이인호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홍익대학교 황창근 교수, 유럽정보사회연구소 마틴 휴소벡 연구원, 루드비히 막시밀리안 대학교의 로레나 야우메 팔라시 박사가 발표를 진행했다.

먼저 이인호 교수는 잊혀질 권리가 필요한 권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이를 집중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보삭제 권리에 관한 국제컨퍼런스.

잊혀질 권리는 지난해 유럽사법재판소가 검색 서비스 기업인 구글에 대해 검색결과를 삭제하라는 판결을 내린 이후 글로벌 이슈화 됐다. 스페인 변호사 코스테야 곤잘레스가 자신에게 불리한 과거 정보를 삭제하라고 구글에 요청했고, 이를 유럽사법재판소가 받아들인 사건이다. 이후 사생활 보호권과 국민의 알권리가 충돌하면서 잊혀질 권리에 대한 찬반 논의가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 교수는 “권리의 실체, 권리로 보장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부터 할 필요가 있다”며 “불법 정보라면 지금의 제도 틀에서도 해결될 수 있지만 적법과 불법의 애매한 해석지대가 있고 적법하게 공표된 기사나 데이터들을 지우게 하는 것은 어려워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창근 교수는 인터넷 발달과 함께 원하지 않은 정보들까지 유통되면서 이런 것들이 검색되지 않았으면 하는 욕구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길 원하는 모순된 욕구가 공존하면서 잊혀질 권리 논란이 촉발됐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에는 이미 많은 법제도들이 있어 잊혀질 권리가 사실상 보장된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우리나라는 유럽과 비교해 개인정보보호법, 언론법, 인터넷상정보제한법 등이 촘촘하게 짜여 있어 망각을 원하는 정보를 이 심의대상으로 만들어 잊혀질 권리를 구현할 수 있다”며 “불편한 정보 삭제(검색 결과 배제) 요구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가, 또 이론적 근거가 무엇인지, 기존 법제와의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과제”라고 밝혔다.

루드비히 막시밀리안 대학교의 로레나 야우메 팔라시 박사

마틴 후소벡 연구원은 잊혀질 권리를 ‘삭제권’이라는 용어가 보다 정확하다면서 스페인 변호사인 코스테야 곤잘레스로부터 촉발된 유럽 잊혀질 권리 논란의 배경과 역사를 설명했다. 이어 정보 삭제의 필요성이 있다면 이는 개별 사업자가 아닌 국가가 책임질 수 있는 개인정보보호 기관이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관련기사

이어 로레나 야우메 팔라시 박사는 잊혀질 권리를 인정하고 구글에 검색 차단을 명령한 유럽연합이 대륙의 특성상 여러 정치적, 문화적, 제도적 차이가 있는 한계점을 문제 삼았다. 공공성과 사생활 관련 규제에 있어 여러 불일치가 존재한다는 것. 또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공공과 사생활을 명확히 둘로 나누기엔 모호한 영역들이 존재해 사생활 보호와 공공성 보장이란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이 발생하는 현실을 진단했다.

로레나 박사는 “법으로 재정해서 윤리적인 부분을 제재할 것이 아니라 이는 사회에 맡겨야 한다”면서 “민주주의가 잘 안 지켜지는 국가일수록 나라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데 정보를 은폐하기 위해 잊혀질 권리를 악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잊혀질 권리가 사용자 권한을 강화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자칫 사람들의 권한을 제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