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업들은 지금 ‘샤오미 따라하기’ 열공 중

MIUI 개발자가 말하는 샤오미 성공비결은? '참여감'

홈&모바일입력 :2015/09/11 17:56    수정: 2015/09/11 17:56

정현정 기자

창업 4년 만에 세계 스마트폰 시장 4위, ‘미밴드’로 스마트밴드 세계 시장 2위. 지난 2010년 창업한 신생기업 샤오미를 단숨에 세계 스마트 기기 시장을 장악한 다크호스로 만든 원동력은 무엇일까. 중국 기업들의 ‘샤오미 배우기’ 열풍이 한국에서도 시작될 조짐이다.

샤오미에서 MIUI 개발을 담당하는 리우 파이는 11일 서울 역삼동 네이버 D2 스타트업 팩토리에서 열린 ‘테헤란로 런치클럽’ 행사에서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만나 샤오미의 경영철학과 발전과정을 직접 소개했다.

샤오미가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이런 설명회는 가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로 마련된 이날 행사는 마침 중국에서 샤오미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리완창이 쓴 ‘참여감’의 한국어 번역본이 출간된 직후 이뤄진 것으로 관심을 모았다.

소비자들을 샤오미의 열성팬으로 만들어 정상의 위치까지 성장시킨 창업정신이자 핵심 전략인 참여감을 소개하는 이 책은 중국에서 15초마다 한 권씩 팔리는 진기록을 세우며 기업들의 집단 학습 교재가 되고 있다. 많은 중국 기업들이 샤오미를 벤치마킹하면서 전반적인 기업문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샤오미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3개의 전략과 3개의 전술로 이뤄진 ‘참여감 3·3 법칙’이라는 것을 만들어냈다. ‘폭발적 인기 상품’이라는 제품 전략 , ‘직원들이 먼저 팬이 되는’ 사용자 전략, ‘스스로 미디어가 되는’ 콘텐츠 전략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3개의 전술로 참여의 마디를 개방하고, 상호교류 방식을 디자인하고, 입소문 사건을 확산시키라고 독려하고 있다.

지난 5년 간 샤오미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지난 2011년 27만3천대였던 스마트폰 판매량은 지난해 6천112만대로 성장했다. 또 온라인을 통한 스마트폰과 액세서리 유통 모델로 지난해 전자상거래 매출액이 700억위안을 넘으면서 중국 3대 전자상거래 회사가 됐다. 큰 규모에 걸맞게 2천756명이 근무하는 중국 최대 규모의 휴대폰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20개의 직영점과 541개의 사후서비스(AS)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리우 파이가 샤오미가 불과 5년 만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로 소개한 것은 소비자를 샤오미의 열성팬, 즉 미펀(米粉)으로 만드는 팬덤 문화다. 이를 위한 마케팅의 핵심 도구는 ‘입소문’이다. 샤오미는 일반적인 기업들이 하는 것처럼 광고나 홍보를 하지 않는다. 대신 ‘입소문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커뮤니케이션 매체를 통해 소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제품 개발에 활용한다.

샤오미의 경영철학과 성장과정을 소개하는 MIUI 개발 담당자 리우 파이 (사진=지디넷코리아)

샤오미는 제품 포장 상사가 튼튼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상자를 디자인 한 두 직원이 상자 위에 올라가있는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 사진이 화제가 되면서 인터넷에는 이를 패러디 한 사진들이 등장해 입소문 효과를 만들어냈다. 이것이 바로 스스로 미디어가 되는 콘텐츠 전략의 핵심이다. 레이쥔이 말하는 “태풍의 길목에 서면 돼지도 날 수 있다(颱風來的時候, 猪都會飛)”는 말의 의미는 충성도 높은 고객들의 참여와 입소문이 시장에 거대한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다.

소프트웨어 회사로 출발한 샤오미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MIUI는 샤오미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독자 개발한 모바일 운영체제다. MIUI의 개발 프로세스 또한 독특하다. MIUI는 매주 1회 업데이트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월~수요일 동안 코딩을 하고 목요일에 테스트를 거쳐 금요일에 출시를 하고 주말 동안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다시 개발에 돌입하는 패턴이다.

결국 MIUI 핵심 개발팀이 있지만 MIUI를 사용하는 전체 사용자를 개발팀으로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 MIUI는 지난 2010년 8월 출시된 이후 현재 전 세계 156개 국가에 1억5천만명의 사용자 층을 확보하고 있다. MIUI에 포함된 샤오미 앱스토어는 현재 총 다운로드수 200억회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개발자들에게 5억8천만위안의 수익이 배분됐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임정욱 센터장은 “린스타트업 이론을 실천하는 회사” 평가했다. 린스타트업이란 최소한의 요건만을 갖춘 제품을 짧은 시간 동안 개발해 시장에 내놓고 고객의 피드백을 다음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것을 반복해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적응해나가는 경영 기법이다.

자체 쇼핑몰을 구축한 후 온라인 판매를 통해 기존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던 비용을 확 줄여서 고품질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것도 인기 요인이다. 최근 많은 중국 기업들이 샤오미를 따라 유통 채널을 e커머스화 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리우 파이는 “품질이 좋으면서 저렴한 제품은 이미 많다”면서 “샤오미는 사람들의 상상과 기대를 뛰어넘는 브랜드와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탄 것이 성공의 진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독특한 경영철학과 함께 수평적인 조직문화도 성공에 한몫을 했다. 복잡한 단계로 이뤄진 회사에서는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관료화되는 단점이 있는데다 창의성이 발휘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조직이 특히 그렇다. 또 샤오미는 핵심 인재에 집중하면서 관리자가 아닌 사용자들이 엔지니어를 관리하게 하라는 철학으로 직원들을 관리한다. 핵심성과지표(KPI) 평가 조차 없다. 이 같은 조직 문화가 중국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임정욱 센터장은 “실리콘밸리 회사보다 더 실리콘밸리 회사 같은 느낌을 받는다”면서 “한국에도 샤오미 같은 회사들이 나와서 기업과 정부를 포함한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샤오미는 한국 스타트업들이 샤오미 생태계에 참여해줄 것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국 개발사들과도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이미 교육 애플리케이션 ‘핑크퐁’과 패션 콘텐츠 플랫폼 ‘스타일쉐어’ 등이 샤오미 앱스토어에 진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버전 앱스토어 외에도 TV 버전 앱스토어에도 한국 개발자들의 관심을 요청했다.

리우 파이는 “샤오미는 아직 발전 중인 회사”라면서 “끊임없는 제품 개발과 품질 개선을 통해 ‘메이드 인 차이나=저비용·저품질’이라는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