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길들이기 나선 여의도연구원 “허점 투성”

‘마케팅 전문가’가 보고서 작성…조사 기준, 방식도 문제

인터넷입력 :2015/09/10 14:04

“이 보고서를 진행했던 분들이 대한민국 언론학계에서는 최고의 권위를 갖고 계신 분들인데…의뢰서가 만들어지는 과정 속에서 기준이라든지 범위, 이런 것을 저희가 절대로 회의 한 번 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그 공정성에 대해서는 믿어주셔도 되겠습니다…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우리는 객관적인 보고서,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말씀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

외부 용역 보고서를 토대로 네이버·다음 포털사가 정부 여당에 부정적인 기사를 더 많이 쏟아낸다고 주장한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과, 보고서를 발표한 여의도연구원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이란 자료라는 주장과 달리, 보고서에 적지 않은 허점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를 맡아 진행한 서강대학교 최형우 교수팀이 ‘언론학계 최고의 권위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최형우 교수, 언론학 아닌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재영 의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보고서를 의뢰한 서강대학교 최형우 교수 연구팀을 가리켜 언론학계 최고 권위자라고 전제한 뒤 “보고서를 보면 포털 사이트에 정부 여당에 대한 부정적 기사가 야당보다 약 10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최형우 전 판도라TV 대표

해당 보고서가 과연 객관적이라는 질문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언론학계 학자들이 한 것”이라면서 “이 학자들이 본인들의 명예, 이름이 다 걸려있는데 과연 편파적으로 했을까”란 반문을 던졌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번 보고서를 주도적으로 작성한 최형우 교수는 저널리즘, 빅데이터 전문가가 아닌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2011년부터 작년 6월까지 판도라TV 대표로 활동한 최 교수에 대한 업계 평가는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 정도다. 과거 다음커뮤니케이션(현 다음카카오)에서 이마케팅 사업 본부장을 지냈던 최 교수에 대한 평가 역시 ‘영업맨’이다.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을 졸업했으나 언론 관련 분야 연구 경험은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분야는 디지털 콘텐츠 기획/유통/R&D다.

“언론학계 최고의 권위자”라는 이재영 의원의 말과는 상반된다.

■보고서 조사 방식부터 기준까지 허점

이렇다 보니 보고서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발견된다.

보고서는 6개월 간 네이버와 다음의 모바일 페이지의 기사 제목(네이버 3만482건, 다음1만9천754건)을 분석해 작성됐다.

부정적인 기사를 부정적 사건을 다룬 기사와 부정적 표현을 사용한 기사로 나눠 조사한 결과 정부여당의 부정적 사건을 다룬 기사는 네이버 449건, 다음 508건인데 비해 야당의 부정적 사건을 다룬 기사는 네이버 61건, 다음 55건이었다.

포털사들이 정부 여당에 부정적인 기사를 더 많이 노출시킨다고 지적한 여의도 청년정책연구센터장 이재영 의원.(사진=여의도연구원)

또 정부여당에 부정적 표현을 사용한 기사는 네이버 671건, 다음 505건 인데 반해 야당에 부정적 표현을 사용한 기사는 네이버 55건, 다음 51건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보고서에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르 언급한 기사는 153건인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언급한 기사는 101건이라는 결과도 포함돼 있다.

문제는 정부여당에는 새누리당과 청와대뿐만 아니라 정부부처, 산하기관이 모두 포함되는 반면, 야당은 새정치민주연합 한 곳이어서 동등한 비교가 될 수 없다는 것.

또 기사를 ‘긍정’, ‘중립’, ‘부정’으로만 구분하는데 이 기준 또한 모호하고 오차범위 또한 커 조사의 신뢰성에 큰 문제가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나아가 기사 제목만으로 성향을 파악하는데 무리가 있고, 사람이 수작업으로 파악해 ‘빅데이터’ 조사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정적으로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은 보고서 작성자인 최 교수의 결론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데 큰 맹점이 있다.

최형우 교수는 “네이버와 다음 모두 편향성을 갖고 있지만 이는 정부가 집행기관이기 때문에 비판 보도가 많고 클릭 유도를 위해 제목을 자극적으로 쓰기 때문이지 의도성은 없어 보인다”면서 “자율규제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지만 여의도연구원 이사장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포털사에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을 키웠다.

■“여의도연구원 논란, 어제 오늘 일 아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여의도연구원의 홈페이지.

여의도연구원에 대한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다. 여의도연구원은 지난해 페이스북 글을 무단 수집, 활용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여의도연구원은 ‘담벼락에 쓰인 대한민국: 2014 상반기 페이스북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조사 과정에서 개인 페이스북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해당 보고서 담당자는 나경태 연구원이다.

지난 2006년에도 여의도연구원은 포털뉴스의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고 포털이 새로운 언론권력으로 부상하고 있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법적, 제도적 보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에도 뉴스의 임의적 수정 및 편집 문제를 거론했다.

이를 두고 언론과 업계에서는 당시 한나라당이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포털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해석을 내놨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여의도연구원 의뢰를 받아 보고서를 작성한 최형우 교수가 재직 중인 서강대학교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며 “언론학계 최고 권위자들이 내놓은 보고서라는 주장과 달리 조사 방법이나 근거가 매우 빈약하다는 지적이 오히려 학계 전문가들로부터 나오는 상황”이라고 역설했다.

■네이버 다음카카오 “뉴스 공정성 자신”

네이버 뉴스자문위원회 회의.

한편 네이버 뉴스편집자문위원회는 여의도연구원이 제시한 보고서에 대해 “객관적, 과학적 방법에 의해 작성됐는지 현재로써 확인이 어렵다”면서도 “전문기관에 포털 뉴스에 대한 실증적 연구가 객관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여의도연구원의 보고서가 객관적, 과학적 방법에 의해 작성됐는지 의심스럽다는 뜻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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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카오 측은 “뉴스 제목을 임의로 수정하지 않는다”며 “다음카카오는 지난 6월 이용자가 좋아하는 콘텐츠에 대한 반응을 시스템이 기계 학습해 다양한 맞춤형 콘텐츠들을 자동 추천하는 시스템 '루빅스'를 도입해 메인 뉴스를 선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포털에 노출되는 뉴스가 편집자 성향에 따라 임의로 조작될 가능성이 ‘제로’가 됐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