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야심작 '3D 터치' 왜 만들었나?

"스마트폰 이용단계 줄일 필요"…외신들, 대체로 호평

홈&모바일입력 :2015/09/10 11:13    수정: 2015/09/10 11:19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시작화면으로 갈 지름길이 필요했다.”

‘애플 디자인의 심장’ 조너선 아이브는 “이게 핵심”이라고 자신 있게 강조했다. 그는 또 몇 년 동안 공을 들여서 개발한 기술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필 쉴러 부사장은 “이 기능을 구현할 하드웨어를 만드는 건 어마어마하게 힘든 작업이었다”고 털어놨다. 무대에 오른 크레이그 페데리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앱으로 직접 시연했다.

이들이 남다른 공을 들여 강조한 것은 ‘3D 터치’ 기능이다. 3D터치는 애플답지 않게 수 많은 제품을 공개한 9일(현지 시각) 행사에서 가장 많은 눈길을 끌었다.

애플이 새롭게 공개한 3D 터치 기능을 이용할 경우 좀 더 정교한 인터페이스를 구현할 수 있게 된다. (사진=씨넷)

■ 조니 아이브 "시작화면 돌아가는 데 너무 오래 걸린다"

3D 터치는 이번에 처음 나온 기능은 아니다. 애플 워치와 맥북 트랙패드에 적용됐던 ‘포스터치’를 살짝 개선한 것이다. 포스터치는 ‘살짝 두드리는 것’과 ‘누르는 것’ 간의 차이만 감지한다. 하지만 3D 터치는 여기에 ‘누르는 감도 차이’까지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

살짝 건드리기, 살짝 누르기, 길게 누르기의 3단계 동작을 인식하는 셈이다. 애플이 3D란 명칭을 사용한 것도 이런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애플은 왜 ‘포스터치’를 ‘3D터치’로 개선하는 데 공을 들였을까? 조너선 아이브를 비롯한 애플 핵심 임원들이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에 그 해답이 들어 있다.

조너선 아이브 (사진=씨넷)

조너선 아이브에 따르면 그 동안 애플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은 스마트폰 기능이 많아지면서 시작화면으로 돌아가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했다. 앱이나 수 많은 사진들을 일일이 열어봐야만 하는 상황도 성가시다고 판단했다. 이런 과정을 좀 더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그 결정판이 바로 3D 터치다. 애플이 수 년 동안 공을 들에 완성한 3D 터치에 대해 조너선 아이브는 “멀티 터치의 다음 세대”라고 강조했다.

■ 외신들 "앱 실행 훨씬 유연해질 것"

애플은 3D터치 기능을 최적화하기 위해 애플은 iOS9에 ‘픽 앤 팝(peek and pop)’ 기능을 넣었다. 이 기능은 ‘살짝 들여다보는(peek)’ 행동과 ‘열어서 띄우는(pop)’ 기능을 구분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테면 사진 아이콘을 살짝 두드릴 경우 실제로 열지 않은 채 안에 있는 내용을 ‘들여다 볼 수(peek)’ 있다. 반면 길게 누르면 앱이 ‘열리게(pop)’ 된다.

아이폰6S 탑재된 탭틱엔진(Taptic-Engine)은 3D 터치를 최적화하기 위한 기능이다. 누르는 힘에 따라 실행되는 기능이 다르다.

외신들도 애플의 3D 터치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매셔블은 “3D 터치를 활용할 경우 여러 기능들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이 아이폰6s에 3D터치라는 새로운 인터페이스 방식을 도입했다.

테크크런치 역시 “훨씬 더 유연하게 이런 저런 앱들을 실행할 수 있게 된 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테크크런치는 3D 터치 기능을 활용할 경우 앱 내부에서도 실행 단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를테면 어떤 메시지를 길게 누르고 있으면 대화 내용을 미리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좀 더 오랜 시간 누를 경우엔 대화로 직접 들어갈 수 있다고 테크크런치가 전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 역시 “3D터치가 애플 사용자들이 홈스크린에서 앱과 그 안에 있는 콘텐츠들을 사용하는 방식에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 더버지 "애플 정책에 역행"…이름 둘러싼 공방도

물론 부정적인 평가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것이 복스 계열 IT 전문 언론사인 더버지다.

더버지는 3D터치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강조했던 애플이 그 동안의 행보에서 역행하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이 매체는 “도대체 얼마나 강하게 눌러야 하는가? 애플 뮤직에 있는 노래를 강하게 누를 경우 어떤 차이가 나타나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시작 화면에 있는 아이폰을 강하게 누를 때와, 좀 더 길게 누르고 있을 때 어떤 차이가 나타나는지도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그건 마치 좀 더 뛰어난 하드웨어가 있기 때문에 덩달아 만들어낸 소프트웨어 기능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 이 같은 정책은 그 동안 애플이 보여온 행보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라고 더버지가 고집었다.

또 다른 IT 매체인 벤처비트는 ‘3D 터치’ 역시 이름을 둘러싼 공방을 비켜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포스터치’를 처음 소개할 때 이름 때문에 구설수를 겪었다. ‘포스(force)’란 단어에서 성적인 공격을 연상케 된다는 게 비판의 골자였다. ‘강제 성관계(forced sex)’란 뉘앙스를 풍길 수도 있다는 게 벤처비트의 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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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터치란 명칭 자체에선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3D 터치 최적화를 위해 iOS9에 추가된 ‘픽 앤 팝’이 문제라고 벤처비트가 꼬집었다. 살짝 누르면 엿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야릇한 분위기를 연상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트집은 과민 반응일 수도 있다. 애플이 처음 아이패드를 공개할 당시에도 ‘패드’란 명칭 때문에 여성 위생용품을 연상케된다는 비판이 제기된 적 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