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왜 이제야 머신러닝에 투자하나?

구글의 공격 행보에 자극 받은 듯

컴퓨팅입력 :2015/09/09 18:08    수정: 2015/09/09 19:10

애플이 머신러닝 기술에 공격적으로 투자한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적어도 86명의 머신러닝 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한 채용공고를 냈다. 차기 모바일 운영체제 iOS9에 지능형 기능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으로 읽힌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드인 등 내로라하는 기술회사들은 수년 전부터 머신러닝 전문가들을 끌어들이고 실제 서비스에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시동을 걸기 시작한 애플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뒤늦게 이 분야에 투자를 시작하긴 했지만 넘어서야할 장벽이 있다. 사용자 개인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엄격하게 제안하고 있는 내부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머신러닝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컴퓨터가 특정 패턴을 학습해 앞으로도 이런 패턴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인공지능(AI)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기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인식해 사용자가 필요해 할 것 같은 정보를 미리 제공할 수 있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사용자 데이터를 들여다봐야 한다.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가지고 있는 애플에겐 딜레마다. 그럼에도 애플 역시 머신러닝을 도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개인정보 보호와 머신러닝 기술 사이에서 애플이 어떤 줄타기를 보여줄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애플도 피해가기 어려운 머신러닝 바람

애플은 다른 기술 기업보다 확실히 머신러닝 기술에 관심이 적었다. 지금은 구글에 인수된 머신러닝 전문 기업 딥마인드의 리서치 엔지니어 잭 레이(Jack Rae)는 더체리크리크뉴스(☞링크)에서 애플이 머신러닝에 관심이 없는 이유에 대해 “핵심 비즈니스가 머신러닝에 의존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애플은 지금까진 수준 높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것으로 비즈니스를 이어왔고, 이 분야는 애플이 전통적으로 잘 해오던 비즈니스 모델이다. 애플은 아주 디테일한 사용자 경험, 제품 미학적인 요소에 집착적으로 파고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애플 비즈니스의 핵심이 머신러닝 기술을 필요로할 이유가 적었기 때문이라는게 그의 생각이다.

애플의 핵심 비즈니스는 아이폰을 처음 내놨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 애플의 전체 수익 중 3분의2 가량이 아이폰에서 발생하고 있다. 중요한 건 경쟁자들이 빠르게 머신러닝에 투자하고 지능형 서비스를 고도화해 선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2011년 음성기반 개인비서 서비스인 ‘시리’를 선보인 애플은 이 분야에 있어서 선두주자였다. 하지만 뒤이어 개인비서 서비스를 선보인 구글과 MS는 단순히 음성을 인식하고 질문에 대한 답을 검색해 주는 것을 넘어 지능형 서비스를 추가하며 시리를 앞질러 가고 있다. 구글의 구글나우와 MS 코타나는 사용자에 대해 학습하고, 개인 맞춤형으로 일상 생활을 돕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특히 모바일 시장의 맞수 구글의 행보는 애플에게 자극이 됐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 애플이 머신러닝 전문가를 대거 채용하고 있다고 보도한 로이터 역시 구글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을 내놨다.

애플의 전체 수익 중 3분의2 가량이 아이폰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글 안드로이드 보다 뒤쳐진 기능이 있다는 점은 애플에게 위협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애플이 9일 행사에서 발표할 iOS9업데이트에는 시리의 성능 향상이 핵심일 것이라는 예측이 높다. 구글이 올해 가을 공개할 예정인 나우 온 탭(Now on Tap)과 유사한 기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우 온 탭은 사용자가 스마트폰 홈버튼을 누르면 서비스가 사용자의 화면을 인식해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제안하는 기능이 핵심이다.

개인정보 보호 딜레마 어떻게 풀까?

애플은 사용자의 개인적인 정보와 데이터 보호에 대해 굉장히 엄격한 기준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팀쿡 애플 CEO가 지난해 공개한 프라이버시 정책에 관한 공개 서한에서 그는 애플이 사용자 데이터 접근 제한에 대한 매우 완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그는 “애플은 사용자 이메일 콘텐츠나, 웹 브라우징 활동에 기반해 사용자 프로파일을 만들지 않는다. 우리는 사용자가 아이폰이나 아이클라우드에 저장한 정보를 기반으로 수익화하지 않는다. 우리는 사용자에 대한 시장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사용자의 이메일이나 메시지를 들여다 보지 않는다. 우리의 SW와 서비스는 우리의 디바이스를 더 좋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강조하고 있다.

애플의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 정책이 빠르게 진화하는 머신러닝 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머신러닝에서 사용자 데이터는 필수적인 연료와도 같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애플이 어떤 해답을 가지고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애플의 소프트엔지니어링 부문 수석 부사장 크레이그 페데리기(Craig Federighi)는 지난 6월 열린 WWDC에서 “사용자 개인 정보를 침해하지 않고서, 사용자가 기기를 사용하는 방법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전반적인 사용자 경험에 지능을 추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지금처럼 보호하면서 머신러닝에 기반한 지능형 서비스를 어떻게 개발할지는 지켜볼 일이다.하지만 만약 애플이 성공해 낸다면, 구글이나 MS 등 다른 테크 기업들 역시 사용자들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요구에 맞닥뜨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