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한 건 포털이 아니라 새누리당이다

[데스크칼럼]비판 기사 앞에 자숙하는 게 먼저

방송/통신입력 :2015/09/08 15:26    수정: 2016/01/25 14:40

새누리당이 뉴스 편파 편집을 이유로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불러내겠다고 한다. 이해하기 어렵다. 행정부를 견제하라고 국민이 준 권력을 엉뚱한 데 쓰는 건 배임이고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힘으로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이다. 총선을 대비해 포털을 길들이겠다는 의도로 짐작되는데 눈에 뻔히 보이는 수작이 졸렬하다.

새누리당이 이들을 압박하는 근거는 다분히 의도된 보고서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서강대 최형우 교수한테 의뢰해 작성한 ‘포털 모바일뉴스 메인화면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 보고서의 골자는 6개월간 네이버와 다음의 모바일에 올라온 기사 5만여 건을 분석해보니 정부와 여당을 비판한 기사는 2천여 건이고 야당을 비판한 기사는 200여 건에 불과하니 편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는 내용이다.

이 수치를 완벽한 팩트로 인정한다 해도 새누리당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언론의 속성과 포털의 환경을 무시한 것이다. 이 수치는 해석하기에 따라 언론과 포털이 정부 눈치를 보며 제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인용될 수도 있다. 언론은 기본적으로 권력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일을 소명으로 한다. 포털은 언론이 생산한 뉴스를 표출하니 당연히 ‘언론의 거울’이랄 수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

5만 건의 전체 기사 가운데 정부 여당 비판 기사가 2천 건이라면 고작 4%에 불과하다. 이 정도 가지고 정부와 여당에 대한 언론과 포털의 비판과 견제가 지나치다고 말할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 오히려 언론은 과연 권력을 제대로 견제하고 있는가를 물으며 반대로 생각하는 국민이 더 많지 않을까. 세월호 사건 때 이미 극명하게 드러나고 지적된 게 아닌가. 정부가 발표한 자료만 읊어대는 언론이 왜 문제인지.

야당보다 여당과 정부를 비판한 기사가 훨씬 많다고 주장하는 대목에선 실소가 나온다. 국민의 삶에 직결되는 모든 정책의 1차 책임은 집권당과 정부에 있다. 비판과 견제의 1차적인 대상이 집권당과 현 정부라는 이야기다. 지금의 야당이 집권당이었을 때 똑같은 조사를 했다면 결과는 더 했으면 더 했지 못하지 않았을 것이다. 두 정부가 언론과 얼마나 적대적 관계였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알지 않나.

게다가 지금 야당이 비판과 견제를 받은 자격이 있기는 하나. 자중지란으로 지리멸렬한 야당에 어떤 국민과 언론이 관심을 보이겠는가. 비판 기사가 적은 게 아니라 관심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그 사실을 김무성 대표와 새누리당은 과연 모른다는 이야긴가. 골키퍼가 없어도 공을 밖으로 차내고 말 형편없는 정치 집단한테 국민과 언론이 지나친 관심을 가진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것이다.

백보 양보해 이 수치를 기반으로 국민 절대다수가 포털의 편집이 편파적이라고 생각한도 해도 새누리당의 태도는 불공정하다. 포털은 좌우 색깔 있는 언론의 뉴스를 모두 받아들여 용광로처럼 녹이는 속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개별 언론보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더 무색무취 수밖에 없다. 포털에는 조선일보도 한겨레도 뭐도 다 있다. 그러니 포털이 어떻게 조선이나 한겨레보다 더 편향적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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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사가 아무리 객관적이고 정성을 들였다 해도 근본적으로 부족한 게 그 지점이다. 포털의 편향성을 꾸짖고 혼내기 위해서는 각 개별 언론의 그것과 비교해야 한다. 또 포털에 기사를 제공한 언론 전체의 그것과도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만 모든 개별 언론은 중립을 지키며 공정성을 유지하고 있는데 포털만 의도적으로 편향되게 편집한 것이 논리적으로 성립되기 때문이다. 이 자료에는 그 결정적인 것이 없다.

그 조사를 보강한 뒤 개별 언론 뉴스 편집 성향이 포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포털의 두 의장 뿐 아니라 모든 개별 언론의 사주도 다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 그래야 공정한 거 아닌가. 불량 상품을 만드는 업체는 문책하지 않고 유통한 업체만 문책하는 게 합당한가. 그래서 공정하지 못한 것은 포털이 아니라 새누리당임이 명약관화하다. 포털이 불공정하다고 호들갑 떨게 아니라 정부와 여당을 비판한 기사들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결과 앞에 자숙하는 게 새누리당이 먼저 할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