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페이로 지갑 없이 일주일 살아보니…

일상생활 큰 무리 없어…교통카드 기능 아쉬워

홈&모바일입력 :2015/09/02 16:07    수정: 2016/04/08 16:43

정현정 기자

모바일 지갑은 진짜 지갑을 완전 대체할 수 있을까?

스마트 월렛, 앱카드, 간편결제, 각종 페이까지…. 다양한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가 지갑을 대체하겠다는 목표로 우후죽순 시장에 진입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NFC 단말기 보급률은 1% 수준으로 알려져있으며 실제 결제가 가능한 오프라인 매장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이런 상황은 다른 나라도 그리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최초로 상용화 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는 마그네틱보안전송(MST)이라는 신기술로 이같은 문제를 단번에 해결했다. 기존 마그네틱 방식의 신용카드 단말기를 갖춘 매장에서는 별도의 추가 설비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상반기 출시된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 그리고 신제품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 엣지 플러스' 등 4종의 스마트폰을 통해 삼성페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지디넷코리아는 지난달 26일부터 약 일주일 간 신제품 ‘갤럭시S6 엣지 플러스’로 삼성페이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봤다. 모바일 결제 서비스들이 궁극적으로 내세우는 '두꺼운 지갑이 필요없는 모바일 라이프'의 실현 가능성을 검증해보기 위해서다.

기자는 평소 두 개의 지갑을 가지고 다닌다. 하나는 지폐와 동전, 각종 신용카드, 신분증, 적립쿠폰 등을 넣을 수 있는 여성용 장지갑이고, 이와 별도로 작은 명함 지갑에 명함과 교통카드 겸용으로 쓰는 주사용 카드를 따로 넣어가지고 다닌다.

지갑 대신 삼성페이를 사용해보기로 결심은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갑을 완전히 없애버리지는 못했다. 대신 두 개의 지갑 중 명함지갑에만 비상용 현금과 비상용 신용카드 하나, 신분증, 명함을 넣고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삼성페이로 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일주일을 살았다.

첫 관문은 삼성페이 가입이었다. 스마트폰에 삼성페이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후 삼성 계정을 이용해서 서비스를 가입할 수 있다. 다음 단계는 신용카드 등록이다. 주사용 카드인 신한카드를 등록하기로 했다. 카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비추면 자동으로 카드정보가 입력되고 SMS 인증 절차를 거치면 카드 등록이 완료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삼성카드, 신한카드, KB국민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 BC카드, 하나카드, 우리카드, 씨티은행 등 국내 10개 카드사와 제휴하고 있다.

카드 등록을 성공적으로 마치자마자 삼성페이 결제를 시도하러 나갔다. 단말기에 카드를 한 번만 등록하면 이후에는 스마트폰 화면을 켤 필요도 없이 홈버튼쪽에서 화면 상단으로 밀어올리는 동작을 취하면 바로 삼성페이 애플리케이션으로 진입해 카드가 뜬다. 그 다음 홈버튼에 지문을 인식시키면 가볍게 진동이 오면서 결제가 가능한 상태가 됐다는 알림을 준다.

회사 근처 편의점에서 에너지드링크와 비타민C를 골라서 “스마트폰으로 결제할께요”라고 말하고 “카드 긁는 곳에 휴대폰 대주시고 카드 결제랑 똑같이 해주세요”라고 부가 설명을 덧붙였다. 처음에는 당황하던 점원이 포스기 위에 스마트폰을 올려두자 곧 이어 결제 성공 메시지가 떴다. 이어 노트북을 고치기 위해 방문한 LG전자 서비스센터에서도 삼성페이 결제를 시도해봤다. 아까와는 다른 형태의 카드 단말기였지만 역시 결제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그리고 드럭스토어, 카페, 분식집, 식당, 화장품 가게 등에서 모두 결제에 성공했다.

며칠 뒤에는 자신감을 얻어 동네 정육점에서도 결제를 시도해봤다. 시내에서 결제를 시도할 때와는 달리 조심스럽게 “스마트폰으로 계산하려고 하는데…”라며 말을 꺼내자 “이건 오래된 단말기라 되지 않을 걸”이라고 확신하는 주인 아저씨를 설득해 결제를 시도했다. “될 때까지 편하게 해보시라”는 격려 속에 카드 긁는 부분에 스마트폰을 몇 차례 옮기자 곧 금액을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뜨고 결제에 성공했다. “허허 이런건 또 처음 보네”라는 주인 아저씨의 반응이 돌아왔다.

결제는 수월하게 이뤄졌지만 ‘지갑 완전 대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큰 걸림돌이 있었다. 바로 교통카드 기능이다. 삼성페이는 아직 교통카드 결제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지갑 없애기라는 목표를 위해서 티머니에서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모바일 티머니’ 서비스를 사용해보기로 했다. 티머니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지만 ‘유심 채널 오류’라는 메시지가 뜨면서 서비스 진입이 되지 않았다. 현재 사용 중인 유심이 NFC 결제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KT 대리점을 찾아 8,800원을 내고 티머니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NFC 유심으로 교체를 했다. 버스와 지하철, 택시 등 대중교통은 모두 티머니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대부분의 일상 생활이 가능해졌다.

마지막 단계로 모바일 ATM 출금을 시도했다. 삼성전자는 우리은행과의 협력을 통해 삼성 페이'로 우리은행 ATM에서 현금을 출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난달 20일부터 제공 중이다. 삼성페이 애플리케이션에서 계좌등록 메뉴를 누르고 계좌번호, 계좌비밀번호, SMS인증, 지문인증, 보안카드일련번호 인증 과정을 거치면 계좌가 등록된다.

등록된 계좌를 가지고 ATM 기계로 향했다. 등록해놓은 통장에서 출금 메뉴를 누르고 계좌비밀번호를 입력하면 통장 잔액이 뜬다. 인출 금액을 입력하고 지문을 인증한 후 ATM 기기에서 삼성페이 출금을 누른 후 기기 뒷면을 갖다대면 ATM 화면에 '삼성페이 출금 금액 확인' 화면이 뜨고 확인 버튼을 누르면 출금이 이뤄진다. 방문한 두 군데 우리은행 지점에서는 한 대 이상씩 삼성페이 출금이 가능한 ATM을 갖춰놓고 있었다. 현재는 우리은행 밖에 사용할 수 없지만 서비스가 확산되면 비상용 현금이 없더라도 초조할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일주일 간 시도했던 삼성페이 결제 성공률은 100%였다. 물론 신세계 계열 등 일부 매장에서는 결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전 정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아직 신세계백화점이나 스타벅스, 이마트 등에서는 삼성페이 결제가 불가능하다. 또 20초 이내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 때문에 디파짓(Deposit·보증금) 방식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호텔 객실이나 셀프 주유소에도 사용 할 수 없다. 주유소와 충전소 업종에서도 되지 않는다. 코레일 철도 승차권 발매는 되지 않는다. 또 오케이포스, 포스뱅크, NEC 등 일부 POS 모델의 경우에서도 작동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ATM 출금이 가능하다는 점은 기존 모바일 결제 서비스와 비교해서 압도적인 장점이다.

물론 궁극적인 '지갑 없애기'라는 목표를 위해 필요한 현실적인 보완점들도 다수 발견됐다. 가장 큰 걸림돌은 교통카드 기능이다. 기자는 모바일 티머니라는 보완책을 이용했지만 유심 등이 지원되지 않을 경우 절차가 번거롭기 때문에 삼성페이 내부에 교통카드 결제 기능까지 갖춰진다면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ATM 출금 기능도 현재는 우리은행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해당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용자들에게는 큰 메리트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마일리지 카드나 쿠폰 적립 등의 기능도 아직 없다. 물론 SK플래닛 '시럽'이나 KT의 '클립' 등을 통해 통합 마일리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고 각 업체별로 애플리케이션 형태의 마일리지 카드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다소 번거롭기는 하지만 보완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페이를 출시하면서 "향후 다양한 멤버십 카드와 대중 교통 카드 서비스를 지원해 결제에서부터 포인트 적립, 대중 교통 이용까지 지갑 없이도 자유로운 모바일 라이프를 만들어갈 예정”이라고 약속한 만큼 향후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보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페이 결제를 위해서 점원들에게 설명을 거쳐야하는 번거로움은 서비스 인지도가 확대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다. 실제 결제를 시도한 매장 중 강남역이나 홍대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매장에서는 이미 삼성페이 결제 경험을 통해 알아서 결제를 해주는 경우도 두세곳이 됐다.

이와 함께 리뷰를 하면서 깨달은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는 스마트폰 배터리가 없으면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ATM에서 출금을 시도했는데 배터리가 5% 이하로 남자 배터리 부족으로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떴다. 삼성전자는 탐앤탐스, 아티제, 롯데백화점 등 매장에 무선충전 패드 설비를 설치하고 있다. 무선충전 서비스가 좀 더 보급된다면 긴급한 경우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관련기사

보안에 대한 우려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서비스 가입과 카드 등록, 사용 과정에서 이중, 삼중의 보안 장치가 되어있고, 결제 과정에서도 일회용 카드정보를 토큰화 시켜 결제를 시도하기 때문에 실제 카드 정보가 단말기에 저장되지 않고 영수증에도 실제 카드 번호가 아닌 일회용 카드 번호가 찍혀서 나온다.

신용카드는 모두 없애더라도 현재로썬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은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도 현실적인 문제점 중 하나다. 신분증을 끼울 수 있는 형태의 플립커버나 수납 기능이 있는 커버를 가지고 다닌다면 지갑 대체도 가능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