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경영' 성차별 논란…여비서는 기쁨조?

게임입력 :2015/08/26 10:13    수정: 2015/08/26 10:33

박소연 기자

지난 6일 출시된 모바일 게임 '모두의 경영'이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여성 비서 캐릭터 묘사에 있어 지나치게 성적인 특성만 강조한 것이 문제가 됐다. 성적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표현도 다수 등장했다.

이에 한국비서협회가 항의 공문을 발송했으며 페이스북 등 SNS를 중심으로 이용자 항의가 줄을 잇고 있다. 모두의 경영의 국내 서비스를 맡고 있는 이펀컴퍼니는 게임을 수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모두의 경영은 이펀컴퍼니(대표 이명)가 서비스하고 중국 야오완(YAOWAN)이 개발한 모바일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지난 6일 출시 이후 구글 플레이 게임 매출 순위 10위권 내에 진입하며 선전하고 있다.

모두의 경영

이펀컴퍼니가 여태까지 출시한 게임 중 가장 높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모두의 경영을 향한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캐릭터 묘사 방식이 문제다.

모두의 경영은 기업을 경영할 때 필요한 요소들을 게임으로 풀어낸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이용자가 대표가 되어 가상 회사를 경영하게 되며 점포개설, 인재채용, 주식투자 등 현실적인 경영을 경험할 수 있다.

논란이 된 비서 캐릭터는 이용자의 게임 진행 전반을 돕는 역할이다. 여성 비서 캐릭터 3종, 남성 비서 캐릭터 1종이 등장하며 이용자는 이들 중 원하는 캐릭터를 골라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모두의 경영 여성 비서 캐릭터

이 때 각 비서 캐릭터 표현을 살펴보면 남성 비서 캐릭터는 차분하고 냉정한 성격이 명시돼 있는 반면 여성 비서 캐릭터는 신체 사이즈가 표시되어 있다. 복장 역시 남성 캐릭터는 제대로 된 정장을 입고 있는 데 비해 여성 캐릭터는 란제리를 연상시키는 옷차림을 하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캐릭터들의 대화 내용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회장님 혹시 화끈한 것을 좋아하시나요’, ‘회장님 저랑 함께하시면 즐거우실거에요’, ‘사장님 사랑해요!’ 등 여성 캐릭터들의 대화 내용 전반은 자극적인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주인공 캐릭터 소개에서도 마찬가지다. 남성 주인공 캐릭터가 ‘나는 100억 원의 사나이가 될 남자다!’라고 말할 때 여성 주인공 캐릭터는 ‘나의 매력으로 모든 계약을 성사시키겠어!’라고 말하는 식이다.

이에 한 이용자는 “여성 비서 캐릭터의 대사는 전문 비서가 아닌 성매매 여성을 선발하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며 “여성 캐릭터는 남성 캐릭터와 달리 업무 능력이 아닌 성적 매력을 사용해 계약을 성사시키며 승진 등의 보상을 받을 경우 상사에게 유사 연애적인 언행을 보이는 설정을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해당 이용자는 덧붙여 “모두의 경영은 특정 성별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멸시와 편견을 착실히 재현, 보강한다”며 “사회 생활에서 느끼는 성차별과 성폭력이 모두에게 게임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비서협회(회장 이민경) 역시 지난 25일 “모두의 경영에서 여성비서 캐릭터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등 비서의 명예를 실추하는 사례가 빈발하여 26만 비서직 종사자들의 분노가 이어지고 있다”며 “명예훼손에 따른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고 항의 했다.

이에 이펀컴퍼니 측은 “게임을 기획할 때 재미로 넣은 것”이라며 “절대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누군가를 비하할 목적으로 작업한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이달 중으로 진행 예정인 1차 업데이트를 통해 문제가 되고 있는 콘텐츠를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이펀컴퍼니가 공지한 수정 사항은 각 여성 캐릭터들의 소개 및 대사 부분으로 여성 주인공 캐릭터의 ‘나의 매력으로 모든 계약을 성사시키겠어!’라는 대사가 ‘여자라고 무시하면 큰코 다칠걸? 내가 성공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해봐!’로 변경되는 등이다. 여성 비서 캐릭터 소개 부분에 신체 사이즈는 성격으로 대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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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펀컴퍼니의 약속대로 콘텐츠 수정이 이뤄지면 모두의 경영을 둘러싼 논란도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게임의 재미를 위해 성차별 콘텐츠를 넣었다는 이펀컴퍼니의 해명은 게임업계가 얼마나 해당 이슈에 무감각한지를 보여준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 내에서 여성 캐릭터에 대한 성차별은 비단 이번에 논란이 된 모두의 경영만의 일이 아니다”라며 “게임업계가 이번 사태를 통해 경각심을 가지고 콘텐츠 제작에 주의를 기울이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