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라, 태블릿도 정조준...'노키아의 후예'로 성장?

사회안전망 타고 탄생하는 유망 핀란드 스타트업들 주목

컴퓨팅입력 :2015/08/25 18:05    수정: 2015/08/25 18:07

핀란드 스타트업 욜라가 세일피시OS 기반 태블릿의 사전예약판매를 시작했다. 노키아 미고의 DNA를 담은 세일피시OS가 ‘iOS’와 ‘안드로이드’로 양분된 모바일 OS 시장의 판세를 흔들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0일 미국 지디넷에 따르면, 욜라는 두번째 태블릿의 인터넷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지난해 크라우드펀딩사이트 ‘인디고고(Indiegogo)’를 통해 목표모금액의 5배인 250만달러를 모았던 욜라 태블릿은 웹사이트를 통해 판매된다. 32GB 모델이 267유로(약 36만원), 64GB모델이 299유로(약 41만원)다.

욜라 태블릿

욜라 태블릿은 노르웨이, 스위스, 유럽연합(EU)과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홍콩, 러시아 등에서 구매 가능하다. 배송은 9월과 10월 중 시작된다.

인텔 베이트레일 프로세서 1.8GHz, 2GB RAM, 7.85인치 IPS 디스플레이(2048X1536), 200메가픽셀 전면카메라와 500메가픽셀 후면카메라를 갖는다. 운영체제는 세일피시(Sailfish) 2.0이다. 세일피시는 노키아에서 개발중단된 미고(Meego)에 기반해 만들어졌고, 2013년 첫 욜라 스마트폰과 함께 등장했다.

세일피시 기반 욜라 스마트폰은 핀란드에서 아이폰보다 많이 판매되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 세일피시2.0 기기는 안드로이드 앱을 구동할 수 있다. 앱 장터로 세일피시 마켓과 사설 안드로이드 앱마켓을 사용할 수 있다. OS는 제스처와 단일뷰 중심의 사용자경험(UX)을 특징으로 한다. 이에 따라 iOS, 안드로이드와 가장 큰 차이점으로 멀티태스킹이 꼽힌다. 욜라는 세일피시2.0를 내놓기까지 9차례의 업데이트를 통해 350개의 새 기능을 추가했으며, 1만3천개 이상의 버그를 수정했다.

욜라는 지난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업을 분사한다고 발표했다. 자체 하드웨어를 제작하는 별도 회사를 설립하고, 욜라는 세일피시OS 개발과 라이선스에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분사되는 하드웨어 전담회사는 이달중 설립될 예정이다.

욜라의 첫번째 라이선스 체결소식도 전했다. 인도 스마트폰 제조사 인텍스(Intex)가 세일피시 기반 기기를 제작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정부가 나서 세일피시에 러시아 현지 서비스를 통합하기로 했다. 모바일 OS 시장은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가 양분한 상황. 시장이 굳어져 가고, MS의 윈도10모바일 무료화에 맞서 욜라 OS 라이선스 사업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하드웨어 사업은 소규모 스타트업에게 더 힘겨운 싸움이다. 많은 자본을 투입해야 하고, 품질관리를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유지해야 한다.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애플, 구글, MS 같은 회사와 하드웨어로 정면대결을 펼치기 힘들다. 제조는 외부에 맡기고, 개발에 집중하고 대안 OS란 점을 앞세워 OEM 파트너 생태계를 확보해 나가는 게 현실적인 전략일 수 있다.

욜라는 제조회사, 통신사업자 파트너 확보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업계 전반이 안드로이드나 iOS를 벗어난 새로운 무언가를 제공하고 싶어하는 분위기란 것이다. 구글과 달리 하드웨어 제조사의 전략을 통제하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이다.

타이젠, 우분투, 파이어폭스 등 대안 모바일 OS 후보자는 2011년부터 쏟아졌다. 타이젠은 이제야 시작된 단계고, 우분투폰도 막 첫발을 내디뎠다. 파이어폭스는 저개발국가 시장에 초점을 맞춘 저가 스마트폰에 치중하고 있다. 현재로선 중견급 이상의 사양을 가진 스마트폰으로 시장에 진입한 건 욜라뿐이다.

욜라 성공의 변수는 마이크로소프트다. MS는 휴대폰용인 윈도10모바일을 사실상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4년차 스타트업이 초거물 IT기업과 OEM 파트너 쟁탈전을 벌여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MS는 또, 윈도10에서 안드로이드앱을 구동하도록 개발플랫폼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세일피시의 안드로이드 앱 호환이란 특징도 경쟁우위를 잃을 수 있다.

■욜라와 핀란드 스타트업 열풍, 비결은 '사회안전망'

욜라는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침몰하던 시점에 설립됐다. 노키아가 자체 OS로 개발하던 미고를 폐기하고 안드로이드로 급선회하면서, 미고 관련 인력들이 2011년 노키아를 뛰쳐나와 욜라를 창업했다.

2013년 나온 첫 욜라 스마트폰은 의외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욜라가 자세한 판매대수를 밝히지 않지만 현지언론은 1% 정도의 시장점유율로 평가한다. 아직 미미하지만 출시 2년 사이 유럽과 아시아 등지 34개 시장으로 판매처를 확대했다.

욜라 태블릿은 이 회사가 미국 시장에 처음으로 내놓는 제품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판매는 인디고고 모금자의 규모로 결정됐다. 욜라 태블릿이 미국에서 소정의 성과를 거두면, 유럽산 IT기기가 오랜 만에 미국에서 거둔 성공이다.

흥미롭게도 욜라 같은 핀란드 신생 스타트업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앵그리버드의 로비오는 너무 유명해 스타트업으로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성장했다. 클래시오브클랜의 슈퍼셀은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순식간에 컸다. 페이스북은 지난 6월 모바일 데이터 관련 기업 프라이트(Pryte)를 인수했다.

핀란드 스타트업 바람은 노키아의 몰락에서 비롯됐다. 핀란드 국가경제의 큰 축이었던 노키아가 몰락한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었다는 평가다.

노키아가 휴대폰사업부를 MS에 팔아치우고, MS가 수만명의 노키아 직원을 해고할 때만 해도 핀란드 경제가 붕괴될 듯 했다. 당장 실업률이 치솟을 것으로 전망됐다. 노키아 매출 감소는 핀란드 GDP 감소를 이끌었다.

하지만, 핀란드 정부의 선택이 고용시장 붕괴를 막았다. 핀란드 정부는 노키아를 압박해 실직자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그렇게 나온 게 노키아 브릿지 프로그램이다. 노키아 출신 인력의 스타트업 창업을 지원하는 투자펀드가 핵심이다. 스타트업 당 1만5천유로(약 2천만원) 혹은 직원당 2만5천 유로(약 3천400만원)를 창업지원금으로 지급한다.

기업가정신 교육, 창업 메토링 등 일련의 스타트업 육성 정책이 나왔다. 또한 노키아를 압박해 수많은 특허를 노키아 해고자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노키아 출신 직원의 창업붐이 일어났고, 욜라도 그 혜택으로 만들어졌다. 욜라의 본사는 노키아의 전 R&D 건물에 있다.

노키아 전 R&D 빌딩

BBC는 핀란드의 현재 창업붐과 관련해 “노키아의 재에서 스타트업이 성장한다”며 “핀란드의 피닉스”라 표현했다.

창업유도 정책과 별개로 해외 벤처캐피털(VC) 유치는 잘 이뤄지지 않았다. 핀란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가 거의 없자, 핀란드 정부는 직접 스타트업 투자펀드를 조성했다. 핀란드 정부의 펀드는 영국과 프랑스에 이어 세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펀드 운영주체인 핀란드기술혁신지원청(Tekes)는 연평균 5억5천만유로(7천500억원)의 자금을 운용한다.

이코노믹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노키아 대량 해고 사태 이후에도 IT시장 실업률은 10% 미만으로 유지되고 있다. 현 핀란드 전체 실업률보다 낮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유력 경제지들은 핀란드 정부의 규제개혁 성과로 분석한다. 하지만, 내면을 더 들여다보면 규제개혁이 아니라 핀란드의 촘촘한 사회안전망의 덕이다. 노키아 관련 지원정책은 기존의 고용복지 정책 기조를 유지한데 따른 결과다.

핀란드 정부는 소득이 전혀 없는 국민에게 최저식비, 의복비, 교통비, 문화생활비를 감안한 범위 내에서 월 최대 461유로까지 생계 보조비를 지원(배우자는 85%)한다. 현재 전체 인구의 약 11%가 혜택을 받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노동자는 노동조합에 가입돼 조합에서 운영하는 실업기금(Unemployment benefit Fund)에서 수당을 받는다. 실업후 500일까지 월 평균 990유로의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다. 실업기금에 가입돼 있지 않은 노동자는 국가로부터 실업후 500일까지 월 500유로의 기본실업수당(Unemployment benefit allowance)을 지급받는다.

만약 최소 3년 이상 취업을 유지했다 실업 후 재취업이나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해 최대 185일간 취업프로그램 보조금이 과거 소득에 비례해 100~170유로를 추가 지급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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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재취업을 위한 수많은 재교육 프로그램이 탄탄하게 운영되고 있다. 실업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는 기간 내에 취업하지 못한다해도 추가수당을 무기한으로 받을 수 있다. 각종 수당을 받기도 쉽다.

이같은 복지정책을 통해 핀란드 국민은 직장을 잃더라도 당장 일상경제생활에 심각한 타격을 입지 않게 된다. 창업이든 재취업이든 안정된 상태에서 재도약을 노릴 수 있는 것이다. 노키아 출신 창업자나 스타트업에 취업한 노키아 해직자 중 50대 나이의 인력이 다수 존재한다. 한국이 50대 실직자를 고용시장에서 도태시켜버리는 것과 극명히 대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