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뜨니 매니지드 서비스도 확산

컴퓨팅입력 :2015/08/25 14:26

황치규 기자

한국 IT서비스 시장은 시스템통합(SI) 스타일이 들었나 놨다 하는 곳이다. 특정 회사가 프로젝트를 얼마에 일괄 수주하고, 구축 후에는 정기적으로 유지보수료를 받는 방식이 대세다.

그러나 클라우드와 모바일 환경 확산으로 SI 중심의 IT인프라 활용 방식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월정액을 내고 쓰는 일종의 서브스크립션 방식의 IT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는 것. 매니지드 IT서비스가 그것이다.

매니지드 서비스는 IT인프라 도입부터 관리에 이르는 것을 서비스 방식으로 쓰는 패러다임이다. 월정액을 내고 서비스 수준 협정(SLA)에 기반해 쓰는 만큼, 각종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가 SI 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다. 고객 입장에선 인프라 운영보다는 비즈니스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해외의 경우 이미 매니지드 서비스가 IT인프라 활용의 주류로 부상했다. SI가 들었다 놨다하는 한국과는 다른 판세다.

그러나 한국도 최근들어 SI중심구조가 흔들리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수준 만큼은 아니지만 매니지드 서비스의 존재감이 서서히 커지는 분위기다.

판세 변화의 진원지는 클라우드와 모바일로 대표되는 새로운 IT패러다임의 확산이다. SI보다는 매니지드 서비스와 궁합이 잘 맞는 클라우드와 모바일 환경이 기업 깊숙히 파고들면서 SI에서 매니지드 서비스로의 전환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보여주 듯, 매니지드 서비스를 향한 관련 업계의 행보도 빨라졌다. 한국IBM이 대표적이다. 한국IBM은 올해를 기점으로 매니지드 리질리언시 서비스’(Managed Resiliency Services: MRS) 사업에 쏟아붓는 실탄을 대폭 늘렸다. MRS를 앞세워 클라우드와 모바일 그리고 기존 IT인프라가 모두 공존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IT 환경을 적극 파고드는 모습이다.

한국IBM의 웨인 리 리질리언시 서비스 사업 부장은 "최근 CIO들을 만나보면 IT를 비즈니스를 가능케 하는, 이른바 비즈니스 인에이블러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면서 "예전과 같이 IT 인프라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기 보다는 필요한 인프라를 고객의 서비스 수준에 맞게 제공받고,클라우드나 모빌리티(Mobility)와 같은 전략적인 분야에 투자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비즈니스와 IT를 함께 고려하는 CIO들에게는 SI보다는 매니지드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호소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IBM MRS는 인프라 아웃소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웨인 리 사업부장은 "인프라는 더 이상 고객 관점에서 중요한 이슈가 아니다"면서 매니지드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클라우드로 인해 매니지드 서비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는 것도 강조했다.

한국IBM에 따르면 고객 입장에서 매니지드 서비스를 도입하게 되면 IT인프라는 카펙스(Capital Expenditure: 자본적 지출)에서 오펙스(Operational Expenditure: 운영 비용)로 전환된다. 이를 통해 ROA(Return On Asset)를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매월 얼마 내고 IT를 쓰는 것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인식은 외국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 이에 대해 웨인 리 부장은 “인식은 바뀌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금융권의 경우 IT인프라 리프레시 사이클이 빨라지고 있다.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대안으로 월정액 방식의 IT활용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특히 증권이나 보험쪽이 그렇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다른 분야에서도 매니지드 서비스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문화관광 업체 파라다이스그룹도 그 중 하나다. 파라다이스그룹은 지난 3월 IBM과 MRS 공급 계약을 맺었다. 계약으로 IBM은 향후 5년 동안 파라다이스그룹 애플리케이션 및 인프라 전반에 대한 운영권을 부여 받았다.

IBM은 파라다이스그룹이 분산 운영 중인 인프라를 통합 운영해 안정적인 IT 지원 체계를 마련하게 된다. 셀프서비스(Self-service) 도구도 지원, IT 운영의 효율성도 높인다. 민병천 파다이스그룹 CIO는 "IBM을 통해 그룹의 IT 운영 효율화는 물론 미래 지향적인 IT 기획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첨단 IT 시스템을 통한 무중단 비즈니스 실현으로 비즈니스 경쟁력 및 대고객 서비스 수준이 대폭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IBM은 MRS에 대해 인프라를 다루지만 비즈니스 전체를 바라보고 인프라에 접근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애플리케이션 그리고 비즈니스 전략까지 아우르면서 인프라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웨인 리 부장은 "기술을 위한 기술은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고객 IT환경은 다양한 기술의 혼합물일 수 밖에 없다. 구형 시스템인 레거시도 언제나 존재하게 마련이다. 최신 클라우드와 오래된 유닉스 시스템의 공존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경쟁력 있는 매니지드 서비스는 이런 IT환경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웨인 리 부장은 "하나의 관리 플랫폼으로 하이브리드 IT 환경을 관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한국IBM은 인프라에 대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IBM MRS 전략은 크게 2가지로 나눠진다. 하나는 규모가 있는 고객 요구사항에 맞춰 매니지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들에게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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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나는 한국 기업들이 IBM 소프트웨어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방식으로 제공하고, 거기에 필요한 인프라는 고객들이 신경쓸 필요가 없도록 하는 것이다.

기존 SaaS는 고객이 서비스 제공 업체의 서비스에 맞춰야 했다. 이것은 한국에서 SaaS 확산 속도가 느려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반면 IBM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고객사 환경에 최적화된 SW서비스다. 사용자는 SW를 돌리는데 따른 인프라 이슈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한국IBM은 오는 11월 이같은 서비스를 국내에 공식 선보일 계획이다. SAP ERP, 큐레이다(QRadar) 보안 플랫폼이 IBM이 서비스 방식으로 제공할 대표적인 SW가 될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