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둥근 모서리 특허 무효 판결…왜?

LG 등 선행기술 인정…애플 계속출원 무산

홈&모바일입력 :2015/08/18 15:02    수정: 2015/08/18 15:05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애플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둥근 모서리 특허’(D677)가 미국 특허청에서 무효 판결을 받았다. 선행 기술과 차이점이 없다는 것이 무효 판결 이유였다.

D677은 애플이 지난 2012년부터 공방을 시작한 삼성과 특허 소송에서 핵심 무기로 활용했던 특허권. 이에 따라 앞으로 두 회사간 특허 소송 향방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사는 2013년 익명으로 D677 특허권에 대한 재심 청구가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그러자 애플은 특허법 120조에 규정된 계속 출원으로 맞불을 놨다.

이에 대해 특허청 재심사부(Central Reexamination Division)는 애플의 계속 출원 주장을 기각하면서 선행 기술 존재를 이유로 D677 특허권에 대해 무효 판결을 했다.

아이폰의 둥근 모서리를 규정한 애플 특허권이 무효 판결을 받았다. (사진=씨넷)

이번 판결에 대해 애플은 항소나 재심 등을 통해 권리 구제 신청을 할 수는 있다. 따라서 최종 판결이라고 보긴 힘들다. 하지만 특허권의 안정성이 훼손되면서 앞으로 있는 삼성과의 특허 소송에서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D677 특허는 삼성과 애플간 1차 소송 때 이미 한 차례 논란이 됐다. 애플이 2012년 11월 이 특허에 대해 존속포기각서(Terminal Disclaimer)를 제출한 것. 둥근 모서리를 규정한 또 다른 특허권인 D087과 중복된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 애플, 계속 출원 주장도 기각

애플은 2009년 5월26일 D'087 특허권을 취득했으며, 그로부터 13개월 뒤인 2010년 6월 29일에 D'677 특허권을 받았다. 당시 애플은 존속포기각서를 제출하면서 16개월 가량의 특허 유효 기간을 포기했다. 대신 중복 출원에 따른 불이익을 제거했다.

하지만 여전히 D677은 선행 기술 때문에 논란의 대상이 됐다. 그러자 애플은 D677가 관련 출원인 2282834(현재 D922 특허)와 270888(현재 D758 특허)의 계속 출원이라는 주장을 했다.

계속 출원은 선출원된 발명 요소가 개량되거나 구성 요소가 새롭게 추가된 경우에 할 수 있다. 이 때는 새롭게 추가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선출원된 날로 소급 적용받는다.

애플이 2007년에 출원된 두 특허권의 계속 출원을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사진 왼쪽 두 개는 2007년 출원된 특허, 오른쪽은 D677 특허권. (사진=미국 특허청)

특허청이 애플의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엔 D677 특허의 출원일을 2007년으로 앞당길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논란이 된 선행 기술 문제를 피해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특허청 재심사국은 애플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D677 특허권이 앞선 두 출원에 제대로 묘사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재심사국은 이런 판단을 근거로 “디자인이 달라지면 결과는 새롭게 다른 디자인이 된다”면서 “따라서 원래 디자인은 그대로 남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판결에 따라 D677 특허권은 이전 두 출원일까지 소급 적용되지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특허청은 선행 기술 4개가 존재한다는 점을 들어 D677 특허권에 대해 무효 판결을 하게 됐다.

■ 선행기술 1- LG의 휴대폰 장식 디자인 특허

가장 먼저 꼽은 선행 기술은 LG가 보유한 D313 특허였다. ‘휴대폰의 장식 디자인’으로 명명된 이 특허권은 LG가 지난 2006년 3월 출원해서 2007년 7월 10일 취득했다.

D313 특허권은 평평한 전면에 곡면으로 계속 휘어진 모서리 모양을 규정하고 있다. 미국 특허청은 이 특허권이 애플 D677과 다섯 가지 측면에서 동일한 특성을 규정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1. 바깥쪽 사격형 모양을 한 평면 패널

2. 똑 같은 반지름으로 된 네 개의 둥근 모서리

3. 평평한 전면 표면 내부에 사각형 배치

4. 디스플레이 상단 부분에 동전 투입구처럼 생긴 구멍

5. 디스플레이 아랫 부분에 둥근 버튼 배치

LG가 2007년 출원한 D313 특허권(왼쪽)이 애플 둥근 모서리 특허권의 선행 기술로 인정됐다. (사진=미국 특허청)

특허청은 D313과 D677의 내부 요소 크기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보통 정도 기술을 가진 디자이너라면 충분히 변형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LG의 D313 특허권이 애플 D677의 선행 기술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 선행기술 2- 샤프의 모바일 정보 터미널 특허

두 번째는 샤프가 2005년 9월 출원해서 2006년 4월 취득한 ‘모바일 정보 터미널’ 특허(JPD1204221)다. 이 특허권 역시 LG의 휴대폰 장식 디자인 특허와 마찬가지로 다섯 가지 측면에서 애플 D677 특허와 비슷한 규정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 특허권은 디스플레이 하단 부분에 원 대신 동전 투입구 모양으로 돼 있다. 또 화면 디스플레이가 애플 특허권에 비해 큰 편이다.

샤프의 특허권(왼쪽) 역시 크게 다섯 가지 점에서 애플 D677 특허권의 선행 기술로 인정됐다. (사진=미국 특허청)

하지만 미국 특허청은 “보통 정도 기술을 가진 디자이너라면 JPD1204221의 내부 사각형을 변형하거나, 디스플레이 아랫 부분을 원형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선행기술 3, 4- 애플의 두 특허권

애플이 앞서 출원한 특허권 두 개도 D677의 선행 기술로 인정됐다.

그 중 하나인 D014는 전자기기의 장식 디자인 관련 특허권으로 애플이 2007년 8월 출원해서 2009년 10월 13일 취득한 것이다. 특허청은 D204 특허권이 사각형 모양과 네 개의 둥근 모서리, 평평한 전면 사각형 모양, 디스플레이 아랫 부분에 있는 둥근 원 모양 등이 사실상 같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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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2007년 출원한 D204 특허(왼쪽)도 선행 기술로 인정됐다. (사진=미국 특허청)

애플이 2007년 6월 출원해서 2010년 6월 취득한 D204 특허 역시 D677의 선행 기술로 인정됐다.

이런 점을 감안해 미국 특허청은 선행 기술에 대해 규정한 특허법 103조(a), 102조(e) 등에 의거해 D677 특허권에 대해 무효 판결을 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