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H.265 대안 무료 코덱도 만든다

오픈소스 '토르' 프로젝트 선봬

컴퓨팅입력 :2015/08/13 17:11

시스코시스템즈가 산업표준 고화질 영상규격 H.264에 이어 그 차세대 규격인 H.265를 위한 코덱도 인터넷에서 무료로 쓸 수 있도록 만들 모양이다. 2년전 구글과 불꽃을 튀겼던 온라인 고화질 비디오 포맷과 그 처리 소프트웨어(SW)의 주도권 다툼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시스코가 H.264 코덱의 '로열티 프리' 바이너리 버전인 오픈H264(OpenH264)를 공개한데 이어, 이번엔 H.265 코덱의 로열티 프리 버전을 만들기 위한 오픈소스 프로젝트 '토르(Thor)'를 소개한 것이다.

시스코는 지난 11일 공식블로그를 통해 H.265 코덱의 라이선스 조항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오픈소스 또는 무료 배포되는 소프트웨어(SW) 애플리케이션에서 쓰기가 불가능했음을 지적하며, 이런 제약 없이 쓸 수 있는 고화질 비디오 코덱을 만드는 토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링크)

H.265라는 포맷은 현재 통용되는 영상규격 H.264 포맷의 차세대 규격이다. 더 높은 화질, 뛰어난 압축률, 향상된 전송 효율의 영상 처리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H.265 포맷 영상을 다루는 코덱의 라이선스 조항은 무료 및 오픈소스SW에서의 활용을 가로막고 있다는 게 시스코의 진단이다.

블로그에서 조나단 로젠버그 시스코 협업비즈니스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H.264 특허 라이선스 풀은 하나인 반면 H.265의 경우 둘이고, H.265 특허권자와의 건당(per unit) 라이선스 계약 비용은 H.264 대비 최대 16배 수준이며, H.265엔 H.264에 있던 연간 라이선스 비용 상한선도 없다"고 지적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토르 프로젝트 목표는 인터넷 업계에서 로열티 부담 없이 H.265 코덱을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로젠버그 CTO가 지적했듯 H.265 코덱의 특허 라이선스 체계는 오픈소스SW나 무료 배포형 SW기반 업체가 활용하기에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시작된 토르 프로젝트는 시스코의 코덱 전문가들인 노르웨이 엔지니어 기슬레 비온테가르드(Gisle Bjøntegaard)와 아릴드 풀드세트(Arild Fuldseth)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시스코는 새로운 코덱을 개발하기 위해 프로젝트에서 우회해야 할 여러 코덱 특허 목록의 관리 프로세스까지 만들었다.

로젠버그 CTO는 "우리는 2주 전 커뮤니티에 토르 프로젝트를 공개했고, 우리가 오픈소스로 공개한 코드를 해당 사이트(☞링크)에서 찾을 수 있다"며 "우리는 토르를 차세대 로열티 프리 비디오 코덱 개발을 위한 표준화 활동을 시작한 국제인터넷표준화기구(IETF)에도 기증했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IETF는 인터넷비디오코덱 워킹그룹(NetVC WG)을 꾸려서 차세대 로열티 프리 비디오 코덱 개발에 적용할 표준화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오픈소스 브라우저 파이어폭스를 만드는 모질라 재단도 참여 중이다. 모질라는 토르 프로젝트와 같은 목표로 달라(Daala) 코덱을 만들어 왔다.

이 소식의 핵심 개념인 비디오 코덱은 디지털 영상을 기록하고 재생하고 만들고 편집하는 과정에 필요한 SW를 가리킨다. 디지털카메라, 캠코더, 모바일기기 내장 카메라, 웹캠, 전문 감시장비, 방송용 촬영 및 편집장비 등 각종 디지털 영상을 다루는 하드웨어(HW)와 편집 및 재생 SW에 포함될 수 있다.

시스코의 깃허브 오픈소스 프로젝트 목록. 최근 시작한 토르 프로젝트뿐아니라 몇년 전 시작한 오픈H264 프로젝트 역시 지금도 업데이트되고 있다.

이가운데 H.264 비디오 코덱은 'H.264'라는 산업표준 규격으로 압축된 영상을 다루기 위해 만들어졌다. H.264 표준은 'MPEG-4 파트10 고급영상부호화(AVC)'라는 명칭으로도 불린다. 이게 현재 산업계에 가장 널리 쓰이는 영상 압축 규격이라, H.264 비디오 코덱도 많이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SW 및 HW 제품에 H.264 코덱을 넣으려면 MPEG LA라는 특허관리 컨소시엄과 코덱 사용에 따른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로열티를 내야 한다. 모질라같은 비영리재단은 파이어폭스같은 오픈소스 제품에 H.264코덱과 같은 독점 기술을 쓰거나 로열티를 낼 수 없는 입장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재작년 시스코는 H.264 코덱을 온라인에서 쓰는 경우에 한해 사람들이 무료로 쓸 수 있는 로열티 프리 버전으로 만들어 공개했다. '오픈H264(OpenH264)'라는 프로젝트의 결과물이었다. 시스코는 오픈H264 코덱을 쓰는 이들을 대신해 거기 포함된 H.264 관련 특허 로열티를 내 줬다. (☞관련기사)

시스코는 자사 통합커뮤니케이션(UC) 제품과 협업 플랫폼의 확산에도, 인터넷 생태계에서 일반 사용자나 서비스 업체에 전가되는 H.264 비디오 코덱같은 특허 로열티의 부담이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같은 이유에서 구글은 자사 UC 제품 '행아웃'에 H.264 규격 대신 자체 개발한 포맷 영상을 위한 'VP8' 코덱을 쓰는 등, 대체 기술 확산에 나선 바 있다. (☞관련기사) 시스코의 움직임은 사실 몇년 앞서 시작된 구글의 오픈소스 비디오 코덱과 자체 포맷 보급 전략의 맞대응이라 볼 수 있다.

유튜브 영상 서비스. 구글은 유튜브를 단순 무료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가 아니라 광범위한 실시간 양방향 비디오 콘텐츠 및 비디오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구글은 VP8 코덱을 H.264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몇년간의 확산 노력에도 결과가 그리 신통치는 않았다. (☞관련기사) 그럼에도 올초엔 유튜브에서 어도비 플래시 기반 재생기술을 완전히 버리고 HTML5 표준 서비스를 시작하며 VP8의 후속판 'VP9' 코덱 기술을 채택하는 등 공세를 강화했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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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P9 코덱 역시 오픈소스 기반으로, VP8과 마찬가지로 구글이 자체 개발한 비디오 포맷 '웹M(WebM)'의 고화질 영상을 지원한다. 유튜브에선 구글 VP9 코덱으로 720p, 1080p, 2160p(4K) 등 화질의 영상을 서비스 중이고 올초 샤프, 소니, LG 등이 VP9 지원을 포함한 4K TV를 선보이기도 했다.

H.265 포맷도 4K 콘텐츠를 위한 규격이다. 방송업계선 기존 H.264를 4K UHD 방송표준 영상규격으로 쓰기엔 그 실시간 전송에 필요한 대역폭 부담이 컸던 만큼 H.265를 표준으로 채택하고자 했다. 같은 영상을 H.265 포맷으로 만들면 H.264 포맷 대비 압축률이 2배쯤 돼 전송 효율이 커진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