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간편결제..."소비자는 혼란스럽다"

“확실한 시장 지배자 없어 확산 더뎌”

인터넷입력 :2015/08/11 15:01    수정: 2015/08/11 17:47

핀테크 열풍의 진원지 ‘간편결제’서비스가 최근 들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유사한 서비스들이 이름만 달리해서 난립하고, 저마다 제휴 가맹점이 한정돼 있어 대표적인 간편결제 서비스를 찾기가 어렵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서비스 되고 있는 카카오페이를 비롯해 케이페이, 시럽페이, 네이버페이, 스마일페이, 페이나우, 페이코 등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유사한 해외 서비스로는 아마존의 페이먼트와 페이팔 등이 있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간편결제 바람이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모바일 결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이다. 가트너 등에 따르면 2012년 1천631억 달러 규모의 모바일 결제 시장은 2017년 7천214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이베이에서 분사한 페이팔의 경우 전세계 1억5천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200조 이상의 결제가 페이팔을 통해 창출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애플페이가 출시되고, 이에 맞서는 삼성페이 등이 출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간편결제 시장은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전세계 온라인 커머스 시장을 주도하는 아마존과 알리바바는 각각 아마존 페이먼트과 알리페이 등의 결제 수단을 자사의 쇼핑몰과 연계해 제공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경우는 카드 결제 사용이 거의 이뤄지지 않던 중국 시장에서 편의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C2C 마켓인 타오바오의 성장을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이같은 세계적인 흐름 속에 다음카카오가 LG CNS와 선보인 카카오페이는 3천800만 카카오톡 가입자를 기반으로 작년 9월 출시해 3개월 만에 2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지난 6월 기준으로는 400만 가입자를 넘겼다.

하지만 카카오페이는 가맹점 확보 속도가 더딘 편이다. 사용자 풀이 많은 인터파크, CGV,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대형 사용처를 중심으로 가맹점을 늘리고는 있으나 8월 초 기준 200여곳에서만 카카오페이를 지원한다.

그나마 기존 결제대행사(PG)인 케이페이와, 오픈마켓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이 선보인 시럽페이 정도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케이페이는 서비스 반년 만에 10만 가맹점을 무기로 거래금 1천억을 돌파했으며, 시럽페이는 11번가 등 자사 마켓 인프라로 4개월 만에 600억원 거래금을 돌파했다.

그럼에도 아직 전체 모바일 결제 중 간편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실정이다. KG이니시스의 지난해 모바일 결제 거래 금액은 2조4천700억원인데, 케이페이가 기존 추세로 1년에 2천억 거래금을 달성한다고 예상하면 8% 정도의 이용자만이 간편결제를 사용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SK플래닛의 따르면 11번가 전체 일 거래액 기준 13% 정도에 해당되는 이용자들이 시럽페이를 사용해 결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회사는 당초 기대를 뛰어넘는 수치라고 밝혔지만 최근 불고 있는 간편결제 붐에 비해서는 아직 미미한 수준으로 판단된다.

네이버페이는 네이버 계정으로 5만3천여개에 달하는 가맹점에서 네이버페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 전신인 네이버 체크아웃 때부터 쌓인 1천500만 사용자 경험도 강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맹점이 네이버에 상품 DB를 제공하는 중소규모 판매자라는 제약이 있다. 사용자의 쇼핑 패턴에 따라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이달 1일 20만 온오프라인 가맹점 수를 앞세워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를 출시했다. 페이코의 최대 강점은 티머니를 통한 오프라인 결제다. 편의점 등 전국에 10만여개나 깔려있는 티머니를 통해 페이코 결제가 가능하도록 구현한 것.

NHN엔터테인먼트 김동욱 페이코사업 본부장

그러나 터치 방식의 티머니 결제는 사용자들에게 교통카드란 인식이 강하고, 지갑을 꺼내 카드를 건네는 것보다 편하다는 인식이 약한 실정이다. 또한 페이코 온라인 결제의 경우, 기존에 출시된 간편결제와 큰 차이점이나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 간편결제 서비스가 시장의 분위기 만큼 확산되지 못하는 이유는 이미 국내는 신용카드나 인터넷뱅킹 등 금융기관의 결제수단을 통해 결제나 송금이 간편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이나 중국의 경우 사업자들이 시장 장악력이 높은 오픈마켓을 보유하고 있던 반면, 우리나라는 시장 지배적인 마켓이 없어 가맹점을 일일이 확보해 거래 규모를 늘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관련기사

업계 전문가는 “좋은 결제서비스라도 온라인 마켓 등 가맹점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용자 저변을 넓히기가 상당히 어렵다”면서 “페이팔이나 알리페이의 경우 이베이나 타오바오와 같은 시장 지배적인 온라인 마켓이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반면, 국내에는 시장 지배적인 마켓이 없고 비슷한 규모의 다수 마켓이 경쟁하고 있어 간편결제 서비스만 우후죽순 늘어난 상태”라고 말했다.

또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사용자들이 간편결제에 익숙해지도록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시기”라며 “아직 간편결제 서비스가 활성화 되고 있지 않는 것은 맞지만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대부분의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한 범용성을 지닌 간편결제 서비스가 등장해 시장이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