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왜 지주회사 '알파벳' 만들까

투자 상황 명확하게 공개…구글은 검색 등 주력

홈&모바일입력 :2015/08/11 09:07    수정: 2015/08/12 09:5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구글은 왜 ‘숫자’에서 '문자'로 변신하려할까? 왜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구글’이란 기업명을 놔두고 알파벳(alphabet)이란 지주 회사를 만들려할까?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10일(현지 시각) 구글의 조직 개편 소식을 숨가쁘게 전해줬다. 핵심 골자는 구글이 ‘알파벳’이란 모회사를 하나 더 만든다는 것. 내용은 간단하다.

구글은 올 연말쯤 알파벳이란 지주회사를 설립한 뒤 구글 주식을 전부 흡수할 계획이다. 이렇게 기술적으로 합병하고 난 뒤 구글을 자회사로 다시 분리하게 된다.

구글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페이지가 신설된 알파벳 CEO로 자리를 옮긴다.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사장을, 에릭 슈미츠가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된다. 자회사로 한 단계 내려 앉게 될 구글에선 선다 피차이 부사장이 CEO로 승진한다.

구글이 올 연말쯤 알파벳이란 지주회사를 통해 새롭게 변신한다. (사진=씨넷)

■ 사업 영역 확대 반영…"투자 현황 좀 더 명확하게 보여줄 필요"

당연히 궁금증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구글은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브랜드다. 이런 브랜드를 놔두고 왜 굳이 ‘알파벳’이란 흔하디 흔한 기업명을 선택했을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선 일단 구글의 현주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잘 아는 것처럼 구글은 ‘천문학적 숫자’란 의미를 갖고 있는 구골(googol)에서 유래했다. 창업자들이 구골을 고의로 비틀어서 ‘구글’을 만들어냈다는 게 정설이다. 구골은 10100이란 뜻도 담고 있다.

구글 무인차 프로토타입 (사진=씨넷)

구글이란 기업명 속엔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처음 창업할 때 가졌던 원대한 포부를 그대로 담고 있다. 바로 엄청난 규모의 검색 엔진을 만들겠다는 원대한 목표다.구글은 불과 몇 년 만에 이 목표를 달성했다. 페이지랭크란 독특한 알고리즘을 앞세워 알타비스타를 비롯한 초기 경쟁자들을 물리쳤다. 이젠 ‘구글링’이란 단어조차 생길 정도로 검색시장에선 일반 명사가 됐다.

최근 10년 사이에 구글은 엄청나게 성장했다. 2006년 인수한 유튜브는 이제 동영상 사업의 표준이 됐다. 그 뿐 아니다. 무인자동차, 무선 인터넷에 우주 사업까지 계속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젠 초기 창업자들의 비전을 담아냈던 구글이란 단어론 더 이상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실제로 구글이 가끔 우주 프로젝트나 무선 인터넷, 혹은 글래스 같은 신사업을 발표하면 생소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구글 입장에선 이런 혼란을 없애면서 기업 구조를 좀 더 명확하게 해야겠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많다.

알파벳 CEO를 맡게될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도 지배 구조 개편 사실을 공지하면서 이런 사실을 분명히 했다. 페이지는 “우리 회사는 지금 잘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좀 더 명확하고 잘 설명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알파벳 8개 사업부로…구글은 검색-유튜브 등 초기 핵심사업 관장

구글은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8-K 문건을 통해 새롭게 출범할 지주회사의 구조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이 부분은 검색 전문 사이트인 서치엔진랜드가 잘 정리했다.

일단 알파벳은 크게 8개 사업 부문으로 구성된다.

헬스케어 전문 기업인 칼리코를 비롯해 고속 인터넷 사업 부문인 피버, 벤처캐피털 사업인 구글 벤처스, 투자 펀드인 구글 캐피털이 포함됐다.

여기에 자동운전 차량과 구글 글래스, 풍선을 이용한 인터넷 사업 등을 총괄하고 있는 구글X도 사업 부문의 하나가 됐다. 포도당 감지 콘텍트 렌즈 사업인 라이프 사이언스와 자동온도조절장치 전문 기업 네스트도 한 자리를 차지한다.

물론 현재의 구글 역시 알파벳의 지주회사 중 하나다.

자회사로 강등될 구글은 검색, 광고, 지도, 앱, 유튜브, 안드로이드 등의 사업을 관장하게 된다. 한 마디로 구글하면 쉽게 연상되는 사업은 자회사 구글에 계속 남게둔다는 얘기다.

물론 명확하기 않은 부분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조립폰 등의 사업을 관장하는 프로젝트 파이다. 서치엔진랜드에 따르면 구글은 프로젝트 파이를 어떻게 처리할 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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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는 새롭게 탄생할 지주회사 구글은 무인차, 고속 인터넷, 헬스 관련 기술 등 새로운 분야에 어떻게 투자하는 지를 좀 더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BGC 파이낸셜의 콜린 질리스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구글이 새로운 영역에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하는 지를 놓고 다양한 추측들이 있었다”면서 “이젠 이런 추측에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