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유료 독자 100만'의 어두운 그림자

종이광고 추락 막기엔 부족…외부 제휴로 활로 모색

홈&모바일입력 :2015/08/10 15:56    수정: 2015/08/10 18:3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뉴욕타임스가 드디어 디지털 유료 가입자 ‘100만 고지’를 넘어섰다. 지난 2011년 ‘미터제 사이트 유료 정책’을 도입한 지 4년 반 만이다. 뉴스 매체가 유료 가입자 100만 명을 확보한 것은 뉴욕타임스가 처음이다.

‘유료 가입자 100만명’이 얼마나 대단한 지는 다른 매체와 비교해봐도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 분야 대표주자인 월스트리트저널의 유료 가입자는 90만 명이다. 최근 니케이에 매각된 파이낸셜타임스의 유료 가입자는 50만4천명이다.

뉴욕타임스의 유료 정책이 어느 정도로 성공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최근 뉴욕타임스의 행보를 보면 한 가지 의문스러운 점이 눈에 띈다. 유료 공급했던 NYT 나우 앱을 무료 전환했다. 페이스북과 애플의 뉴스 서비스에 연이어 동참하면서 콘텐츠 제휴를 강화했다. 둘 모두 공짜로 뉴스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당연히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유료 정책을 좀 더 강화하기 위해선 장벽(paywall)을 좀 더 높이 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뉴욕타임스 빌딩. (사진=위키피디아)

■ 디지털 사업 약진, 종이신문 쇠락 막기엔 역부족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선 뉴욕타임스의 최근 실적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2015년 2분기에 매출 3억8천290만 달러에 순익 1천6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같은 실적을 발표하면서 “디지털 분야 성장세와 비용 절감에 힘입어 신문업계 전반의 인쇄 광고 매출 감소세를 상쇄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2분기 매출이 지난 해에 비해 1.5% 감소했지만 비용 절감 덕분에 간신히 흑자를 낼 수 있었다.

2분기 매출 감소의 주범은 바로 광고였다. 2분기 광고 매출이 지난 해에 비해 5.5%나 줄어들면서 나머지 사업 부문의 실적 호조를 다 갉아먹었다.

좀 더 꼼꼼하게 한번 살펴보자. 뉴욕타임스의 2분기 광고 매출은 1억4천800만 달러로 전체 매출의 38.8% 정도를 기여했다. 여기서 5% 이상 실적이 줄어든 것이 전체 매출이 감소하는 데 결정타로 작용했다.

문제는 디지털 쪽 사업은 계속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2분기 전체 광고 매출에서 디지털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32.5%였다. 매출 규모로 따지면 4천830만 달러로 전년에 비해 14.2% 상승했다.

하지만 이런 증가세도 종이신문 광고 매출 하락세는 막지는 못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분기 종이신문 광고 매출이 12.8%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천하제일’ 뉴욕타임스의 고민이 자리잡고 있다. 디지털 사업 쪽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종이신문의 추락을 막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디지털 광고 매출이 두 자릿 수로 성장해도 전체 광고 매출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 디지털 구독자 100만 명, 전체 구독료 수입의 5분의 1

구독료 쪽은 어떨까? 올 2분기 뉴욕타임스의 구독료 수입은 2억1천100만 달러로 지난 해에 비해 0.9% 가량 증가했다. 물론 구독료 수입엔 디지털 구독료도 포함돼 있다. 구독료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5%를 조금 넘는다.

이 정도면 상당히 안정적인 매출 구조다. ‘천하제일’ 뉴욕타임스이기에 가능한 매출 포트폴리오라고 해도 그다지 틀린 표현은 아니다. 문제는 구독료 수입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사정은 미국 전체 신문 구독률 증가 추이를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다. 더 이상 종이신문 구독자 수가 늘어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얘기다.

‘천하 제일’ 뉴욕타임스 역시 디지털 유료화 쪽에서 추가 수입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부분 역시 단기간 내엔 큰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디지털 구독료 수입이 어느 정도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데 니먼랩이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구독 매출을 1억8천500만 달러 정도로 추산했다. 지난 분기 디지털 가입자가 3만3천명 늘어난 것을 기준으로 해서 계산한 수치다.

이 수치를 가지고 한번 계산을 해보자. 일단 니먼랩이 추산한 디지털 구독 매출을 4개로 나누면 분기당 평균 매출이 나온다. 대략 4천600만 달러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 매출을 이번 분기 전체 구독료 매출 2억1천100만 달러로 나누면 디지털 구독료 매출의 비중이 나온다. 21.8% 정도 된다. 역시 전체 구독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인 수준은 못된다.

■ NYT다운 성과, NYT도 못 푼 고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뉴욕타임스가 사상 처음으로 디지털 구독자 100만 명을 돌파한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미디어업계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쾌거라고 해도 크게 잘못된 평가는 아니다. “뉴욕타임스이기에 가능한 수치”다.

하지만 이 수치로는 여전히 ‘지속가능한 생존’을 보장해 줄 안정적인 매출이 나오지 않는다. 비용 절감 외에는 딱히 흑자를 낼 방법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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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의 매튜 잉그램 기자는 “뉴욕타임스가 위험 부담을 떠안으면서도 애플과 페이스북의 새로운 뉴스 실험에 동참하는 것은 이런 상황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료화 정책’은 미디어 업계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쾌거 임에는 틀림 없다. 하지만 여전히 뉴욕타임스의 장기 생존을 보장해주는 해법은 되지 못한다고 잉그램 기자가 꼬집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