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가 35살 CEO에 승부 건 이유

비즈니스 통찰력에 베팅…관록 문제 불거질 듯

인터넷입력 :2015/08/10 15:38    수정: 2015/08/10 15:39

다음카카오의 신임 대표로 선임된 임지훈 내정자는 나이로만 보면 그야말로 '신예'다. 1980년생으로 만 35세. 삼성 같은 대기업이라면 이제 갓 과장이 됐을 나이다. 다음카카오는 그런 신예에게 시가 총액 8조 기업의 운명을 걸었다.

승부수(勝負手). 이 말이 그야말로 딱 어울리는 인사임에 틀림없다.

이번 인사의 최고결정권자는 당연히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이다.

김 의장은 왜 임 대표에게 승부를 걸었을까.

누구도 그 속을 다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김 의장의 창업 스토리와 임 대표의 삻의 궤적, 그리고 다음카카오의 공식적인 답변을 종합하면 몇 가지 키워드를 꼽을 수 있다. 미래 사업에 대한 통찰력, 속도감 있는 추진력이 그것이다.

임지훈 다음카카오 신임 대표 내정자.

김 의장은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함께 국내를 대표하는 성공한 벤처기업인이다. 미래에 통할 독창적 아이디어를 발굴해 뚝심 있게 밀고 나가 성공시키는 DNA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사업 스타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임 대표는 김 의장의 DNA를 갖고 있다.

임 대표는 카이스트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NHN 기획실, 보스턴 컨설팅 그룹 컨설턴트를 거쳐 소프트뱅크벤처스 수석심사역을 지낸 뒤 2012년부터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를 맡아 왔다. 케이큐브벤처스는 김범수의장이 지분 100%를 가졌던 회사였으며, 지난 3월 다음카카오가 김 의장 지분 100%를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임 대표는 특히 사업성에 대한 안목이 탁월하고 일을 추진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 대표는 소프트뱅크벤처스 수석심사역으로 일했을 때나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로 일하면서 다수의 스타트업을 발굴해 적절한 투자로 기업을 키워냈다. 애니팡으로 유명한 선데이토즈를 발굴하고 투자한 게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지금 다음카카오에 필요한 게 서비스의 가능성을 빠르게 판단하는 통찰력과 이를 제대로 밀어부치는 추진력이라고 봤고, 그 적임자가 바로 임 대표인 셈이다.

다음카카오 측도 “임지훈 대표는 시장에서 뛰어난 통찰력을 인정받는 인물”이라며 “기존 공동대표의 능력도 크지만 모바일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 젊은 세대 교체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

일각에서는 일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초창기 스타트업과 달리 다음카카오 정도 되면 통찰력과 추진력 못지 않게 각종 안티 이슈를 적절하게 관리할 관록 또한 요구되는데 아직 젊은 임대표가 이런 사내외적 이슈와 온갖 갈등을 적절히 대처할 수 있겠느냐는 게 대표적인 우려다.

실제로 다음카카오는 각종 사회적 이슈에 휘말려왔고 앞으로도 그럴 사안이 많다.

감청 문제를 놓고 수사기관과 맞선 뒤 불편해진 대정부 관계가 대표적이고 카카오택시나 대리운전 사업의 경우 기득권 기업들과의 엄중한 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조직내에서는 합병 후 화학적 결합을 완성해야 하는 것도 숙제다.

이 모두 일방통행보다는 배려와 협상이 필요한 과제들이다.

인터넷 업계 한 전문가는 "네이버한테 가장 힘든 일은 신규 서비스로 돈 버는 일 자체가 아니라, 성장할수록 커지는 외부 견제세력을 설득하는 문제였다"며 "다음카카오 또한 합병 이후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인터넷 전문가도 "사회와 갈등하는 문제를 풀려면 관록 있는 다양한 외부 전문가의 영입이 필요한데, 35세의 젊은 CEO가 사업 그 자체 외에 각종 사회적 이슈까지 고려하고 대처할 수 있는 지 시험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임지훈 대표 내정자는 다음 달 23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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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훈, 이석우 공동대표의 향후 거취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다음카카오 측은 "두 대표 모두 임지훈 내정자를 신임 대표로 적극 추천했고, 취임 이후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