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오라클, 자바전쟁 누가 승리할까?

"안드로이드에 무단도영" vs "고의침해 논외로"

컴퓨팅입력 :2015/08/09 10:28    수정: 2015/08/10 09:3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이번엔 누구 전략이 통할까?

오라클과 구글이 지난 6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 추가 요구 사항을 담은 문건을 제출했다.

이번 문건에서 오라클은 1심 소송 이후 달라진 구글 상황에 대한 추가 요구 사항을 담았다. 특히 구글이 저작권을 무단 도용하면서 자바가 모바일 플랫폼으로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기회 자체를 말살해버렸다고 주장했다.

반면 구글은 양보다는 질에 초점을 맞췄다. 내년 시작될 파기 환송심에선 구글의 저작권 침해 고의성 여부를 논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 파기환송심의 쟁점이 구글의 자바 API 활용이 공정 이용이냔 부분이기 때문에 고의성 여부는 논쟁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데 그 이유였다.

이번 문건 제출은 이르면 내년 3월 시작될 파기 환송심을 담당할 윌리엄 앨섭 판사의 명령에 따른 것이다. 앨섭 판사는 지난 달 30일 소송일정명령(CASE MANAGEMENT ORDER)을 통해 양측에 8월6일까지 추가 문건을 제출하도록 했다.

구글과 오라클 간의 자바 소송 파기 환송심이 열리게 될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 (사진=씨넷)

■ 오라클 "구글 저작권 침해로 자바 플랫폼 가능성 말살"

예상대로 오라클은 1심 당시 수정 문건을 제출한 2010년 10월 27일 이후 달라진 상황을 담은 추가 소장을 제출했다. 이 소장에서 오라클은 2010년 12월 출시된 진저브래드부터 지난 해 11월 나온 롤리팝까지 모든 안드로이드 버전이 자바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오라클은 또 안드로이드 6개 버전이 자바 API 37개를 도용했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오라클 측은 아예 추가 소장에 “자바 API 패키지가 없으면 안드로이드는 제대로 구동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라클은 1차 소송 이후 안드로이드가 지배적인 모바일 플랫폼으로 진화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안드로이드TV를 비롯해 안드로이드 웨어, 안드로이드 오토 등으로 확대되면서 구글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2012년 5월 구글이 안드로이드 마켓을 구글 플레이로 확대 개편하면서 앱, 영화, 음악 등 여러 콘텐츠를 판매하는 단일 플랫폼으로 정착시켰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이런 전략 변화 덕분에 모바일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점유율이 80%까지 치솟았다고 오라클 측이 주장했다. 이에 따라 2010년 290억 달러였던 구글 매출이 2014년에는 660억 달러까지 늘어난 부분도 포함시켰다.

오라클은 “구글이 안드로이드로 모바일 플랫폼 시장을 지배하면서 자바와의 연동을 거절했다”면서 “이런 방식으로 통해 구글은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 자바의 잠재 가치를 파괴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라클은 “구글의 직간접적인 고의 저작권 침해로 인해 고통받았으며, 또 앞으로도 고통받게 될 것”이라면서 “따라서 구글의 침해에 따른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 구글 "이번 재판에서 고의성은 쟁점 될 수 없어"

구글은 저작권 침해 고의성 관련 공방을 방어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오라클이 추가 소장을 제출하는 데 어느 정도 동의하는 대가로 구글이 얻어내려는 게 ‘고의성 여부 공방 금지’였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의 유일한 쟁점은 구글의 자바 API 이용이 저작권법상의 공정 이용에 해당되는 지 여부다. 그렇기 때문에 고의 침해 여부로 공방을 벌일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이 구글의 주장이다.

구글은 “저작권법에선 침해 행위에 대해선 저작권자의 실해 손해액, 혹은 법정손해액(statutory damages)으로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고의성 여부는 법정손해액 관련 이슈에서만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강조했다. 법정손해액이란 피해자의 피해액 대신 법에서 정한 액수를 배상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소송은 ‘법정손해액’과 관련이 없기 때문에 고의성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일 이유는 없다는 것이 구글의 논리다.

구글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핵심 중 하나인 안드로이드 페이.

오라클은 ‘저작권 침해의 고의성’은 구글의 이익과 직접 관계가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주장에서 오라클이 중요한 근거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미국 저작권법 504조다.

미국 저작권법 504조에서는 “법정손해액은 저작권자가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언제라도 실손해액과 일실이익액 대신 선택할 수 있고, 범위는 750달러 이상 혹은 3만 달러 이하이며, 악의(고의)로 인한 침해의 경우 15만 달러의 증액, 선의의 침해자에 대해서는 200달러까지 감액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구글은 “504조의 근본 취지는 저작권 침해의 고의성 여부를 가르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구글은 이미 오라클이 연루됐던 다른 소송에서도 504조에서 고의성 여부에 대해 부정적인 판결을 한 전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5년째 공방 벌이는 구글과 오라클, 최후 승자는

2010년 오라클의 제소로 시작된 이번 소송은 엎치락 뒤치락 승부를 거듭하고 있다. 1심에선 구글이 승리했지만, 2심에서 승부가 완전히 뒤집힌 것. 오라클은 2심에서 승리한 여세를 몰아 대법원 상고 허가 공방에서도 구글에 승리했다.

결국 2심의 파기환송심 형태가 된 이번 소송은 내년 3월부터 9월 사이에 적당한 시점을 정해서 폁치게 된다. 파기 환송심에선 구글의 저작권 침해는 상수로 놓은 채 “침해 행위가 저작권법에서 보장하는 공정이용에 해당되는 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만약 자바 API 이용이 공정 이용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올 경우에는 구글이 오라클에 지불해야 할 배상금도 함께 정하게 된다.

미국 대법원 (사진+씨넷)

오라클이 2010년 이후 변화된 시장 상황을 강조한 것은 ‘배상금’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이용에 대해선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구글이 변화된 상황에 대한 추가 소장을 양보한 대신 ‘침해 행위의 고의성’에 대해선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공정 이용 판결을 받아내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볼 수 있다. 공정 이용 평결이 나올 경우엔 배상금 공방 자체는 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구글, 복잡하게 만들면 유리…오라클, 고의 침해 강조 필수

이와 관련해서는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의 평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포스페이턴츠는 “구글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법적으로 공정이용과 관계 없는 형평법상의 항변을 앞세워 일반인들로 구성된 배심원을 교란시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구글이 2012년 1심 소송 당시 그 전략으로 성공했다는 게 포스페이턴츠의 평가다.

이를 위해선 오라클이 법정에서 “구글이 고의로 자바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은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구글이 오라클의 추가 소장 제출에 동의한 속내엔 ‘고의 침해 공방’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반면 오라클은 구글이 고의로 자바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2010년 이후 변화된 시장 상황은 고의적인 저작권 침해 대가가 얼마나 달콤했는지 강조하는 데 중요한 자료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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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번 소송은 아직 시작되려면 최소 7개월 이상 더 기다려야 한다. 그 사이에 두 회사는 계속 물밑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많다. 윌리엄 앨섭 판사의 중재 명령이 법정 밖 타협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봐야 한다.

과연 오라클과 구글의 승부수는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내년까지 계속될 세기의 자바 전쟁에서 주목할 대목 중 하나인 것 같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