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서버 공공우대' 정책 보는 외산업체들 표정은?

컴퓨팅입력 :2015/08/07 14:04    수정: 2015/08/07 17:06

미래창조과학부가 '국산ICT장비산업육성'을 명분으로 국내 업체의 서버, 스토리지에 대한 공공시장 우대 정책을 지지하고 있는데, 외산 서버 및 스토리지 업체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서버 업계선 외산 장비업체, 국내 유통 및 솔루션 파트너 업체, 자체 소프트웨어(SW) 개발업체 등의 반대가 뚜렷하다. 스토리지 업계선 장비업체나 그 유통 파트너들의 거부 반응이 표면화되진 않는 상태다.

한국HP가 국산서버 공공우대 정책의 반대 진영 대표 주자다. 대정부업무 담당자인 이화령 한국HP 상무는 지난 6일 오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서 열린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이하 '경쟁제품') 지정 품목별 의견 수렴 공청회에 참석해 회사의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상무는 "경쟁제품 지정 방식처럼 공공조달입찰에 외국 업체 제품을 원천 차단하는 제도는 전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며 "중소기업들은 이미 다양한 지원 정책으로 보호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반대했다.

한국HP가 경쟁제품 의견수렴 공청회에 참석한 건 두번째다. 지난해 공청회에서도 한국HP는 서버품목에 대한 경쟁제품 지정을 반대했다. 당시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WTO 제소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관련기사)

지난해 공청회는 지정 시 올연말까지만 유효한 경쟁제품 지정에 대해 논하는 자리였다. 유효기간이 1년에 불과한데도 당시 국내 법인을 둔 국외서버 업체들은 각사 실무자들이 직접 만나는 등 빠르게 대응했다. 올해 공청회는 내년부터 2018년말까지 유효한 경쟁제품에 대해 논하는 자리였다. 지정 유효기간이 3년이라 기존보다 사안의 중대성은 한층 커졌는데, 한국HP를 제외한 서버 업체 움직임은 표면상 되려 소극적이다.

(사진은 시스코 x86서버 UCS시스템 기반 올플래시스토리지시스템 UCS인빅타 소개용 이미지. 본 기사와 무관함.)

한 외산서버업체 지사장은 "지난해엔 경쟁제품 이슈 발생시 다른 벤더들과 만나 (대응방향을) 논의한 적이 있다"면서 "해당 사안은 여전히 관심사지만 타 업체와 새로 모인 자리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경쟁제품 지정 이슈는 x86서버 사업을 한다면 규모가 크든 작든 관심을 기울일 사안이지만, 여타 외산서버 업체들은 이번에도 총대를 멘 한국HP 움직임에 어느정도 의지하는 분위기다.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지만 국내 서버 시장 점유율 2위 델코리아, 이를 따라잡겠다고 공언한 한국레노버, 서버업계 다크호스로 꼽히는 한국화웨이 등은 심정적으로 한국HP를 응원할 것으로 짐작된다.

이와 별개로 외국계 스토리지 업체들은 드러내놓고 경쟁제품 지정 반대 움직임을 보이진 않고 있다. 지난 6일 공청회에서 국산 스토리지를 공공시장서 우대해선 안 된다고 나선 외산업체나 파트너는 없었다. (☞관련기사)

물론 외산스토리지 제조사나 파트너업체가 공청회에 직접 참석해 발언한 내용이 없다고 해서, 이들이 경쟁제품 지정 여부에 별 관심이 없다거나 반대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중기중앙회는 7일 오늘까지 서면으로 반대 의견을 접수한다.

7일 중기중앙회 경쟁제품 지정관련 업무 담당자는 "스토리지 품목에 대한 지정 반대 의견도 많았다"며 "조정회의 일정을 공지하면서 반대 의견을 낸 곳과 내용도 대략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 밝혔다. 분위기상 중기중앙회에 스토리지 품목의 경쟁제품 지정 반대 의견을 접수한 이들은 외산 스토리지 업체가 아닌 그 제품 유통 파트너나 스토리지와 관련성이 높은 솔루션 개발, 구축업체일 것으로 보인다.

공청회에서도 서버와 스토리지 장비 지정을 모두 반대한 곳은 '드림인텍'이었다. 이 회사는 서버 유통 및 사후지원 외에도 '시스템 운영 및 구축'까지 수행한다. 두 품목 모두 경쟁제품 지정여부에 따라 사업에 영향을 받을만한 처지다.

취재 결과 국내 스토리지 시장 점유율이 큰 한국EMC나, 하이엔드부문 강자 히타치데이터시스템즈(HDS)와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 등은 경쟁제품 지정 이슈에 적극 대응하진 않는 상황이다. 한 스토리지 업체에 대응방향이나 공식입장이 있느냐 묻자 "지난해 사안이 불거진 이래 예의주시하고 있긴 하지만, 지정 여부가 확정되기 전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진 않을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는 중기청에서 다른 정부부처들과의 상의를 마친 뒤 스토리지 품목에 대한 경쟁제품 지정 여부를 확정 공고할 때까지 일단 관망하겠다는 뉘앙스다.

중기청이 지정결과를 확정 공고할 시점은 오는 12월이다. 일단 중기중앙회에서 오늘까지 사업자들로부터 반대 의견을 접수한다. 접수된 의견을 검토 후 9월중 지정심사를 받을만한 품목을 중기청에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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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추천된 경쟁제품 지정 후보 품목은 오는 10월까지 중기청에서 미래부나 행정자치부 등 다른 정부부처와 협의된다. 이후 11월 '경쟁제품 지정제도 운영위원회'가 열려 심의와 의결이 이뤄진다. 민간 사업자가 지정여부에 개입할 기회는 많지 않다. 의견을 낼만한 자리는 중기중앙회에서 중기청에 지정제품 추천을 하기 전까지 이달중 진행될 '이해당사자간 조정회의' 정도다.

조정회의는 중기중앙회에 경쟁제품 지정을 신청한 쪽과 반대 의견을 접수한 쪽이 함께 만나서 지정 여부, 지정 신청 내용 등을 토론하는 자리다. 서버와 스토리지 품목의 경우 반대 의견을 낸 쪽이 꽤 많아 모두가 참석하진 못하고, 한국HP 등 대표적인 업체만 참석할 것이라는 게 중기중앙회 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