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국산車, 해외 시장서 활로 찾는다

원화약세 등 우호적 환율여건 지속...각사 주력차종 앞세워 총공세

카테크입력 :2015/08/02 10:50    수정: 2015/08/02 14:00

정기수 기자

올 상반기 국산차업계는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의 이중고를 겪었다. 안방에서는 수입차 인기에 밀려 판매가 주춤했고 해외시장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상반기 수출 실적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경기침체와 러시아 등 신흥국 성장 둔화에 유로화·엔화 등 주요 통화 및 이종통화 약세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줄었다. 르노삼성자동차를 제외한 모든 업체들의 수출은 물론 해외판매 물량이 감소했다.

국산차업계는 하반기 해외 거점별 맞춤형 주력 신차 투입을 통해 실적 반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달러화 대비 원화약세 등 환율 여건이 우호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실적 회복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경우 한국자동차산업(완성차 5사 기준) 매출은 약 4천200억원 증가한다. 환율이 100원만 올라도 국산 완성차 5개사의 전체 매출액이 4조원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올 뉴 투싼(사진=지디넷코리아)

■현대·기아차 글로벌시장에 신차 조기 투입 '승부수'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각각 3조3천389억원, 1조1천62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7.1%, 22.8% 감소했다. 내수시장에서는 수입차 공세에도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지만 수출 악화와 해외판매 감소가 수익성 감소로 직결됐다.

현대.기아차의 올 상반기 수출은 122만 5천51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줄었다. 해외판매 역시 214만1천82대로 2.4% 감소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중국에서 브랜드간 경쟁 심화로 판매량이 급감한 것이 주요 요인이다.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 중국 승용차시장에서 81만3천400대를 판매, 전년동기 대비 5.8% 감소했다.

여기에 주요 거점인 유럽(유로화)과 전략 지역인 러시아(루블화), 브라질(헤알화) 등 신흥시장 통화 약세로 환율 직격탄을 맞았다. 유럽 시장에서는 더 많은 차량을 판매하고도 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판매량이 쪼그라든 러시아와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서는 수익성이 더 악화됐다.

다만 현대.기아차가 실적 기준으로 삼는 원·달러 환율이 하반기에도 상승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청신호가 감지된다.

2분기 원·달러 환율은 1천97.8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약 70원 뛰어올랐다. 이달에는 연중 최고치인 1천168.4원(30일 기준)까지 상승했다. 이 추세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을 경우 이종통화 약세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외환시장에서도 달러당 원화 환율이 연내 1천200원 수준까지 오르면서 이종통화 환율 리스크도 해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사장)은 최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최근에 우호적인 원·달러 환율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신흥국들에서는 상반기 손익 측면과 환율 영향이 좋지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현지 시장점유율을 늘려서 환율이 안정되고 경기가 회복될 경우 이익 개선이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천수 기아차 재경본부장(부사장) 역시 "환율 상승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수익성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X3(사진=기아차)

현대·기아차는 특히 중국시장에서의 실적 만회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을 중심으로 신차 투입을 확대한다.

현대차는 우선 신형 투싼의 중국 투입을 9월로 앞당겼다. 이와 함께 미스트라·ix25 등 인기가 많은 현지전략 모델의 생산비중도 늘려 증가하는 시장 수요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또 저가 공세로 판매량을 늘리고 있는 중국 로컬 업체와의 가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인센티브와 광고·마케팅 비용도 증액한다.

기아차는 기존 K4 및 KX3와 함께 출시 예정인 K5와 스포티지의 판매에 역량을 집중, 신차효과를 극대화 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가격 경쟁을 위해 소매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금융지원 판촉을 차별화 한다. 또 서부 내륙 지역 시장 확대를 위해 신규 딜러를 영입하고 기존 딜러의 역량도 강화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 성장에 맞춰 중국시장에서 현 2개의 라인업을 오는 2017년까지 쏘렌토급의 중형과 대형 SUV 신차를 투입, 최대 4개로 확대해 경쟁력을 향상시켜 나갈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신차를 내놓는다. 현대차는 이달과 내달 각각 미국과 유럽에 신형 투싼을 투입하고, 인도에서도 소형 SUV 크레타를 이달 중 조기 투입한다. 9월께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글로벌 판매에 나서는 신형 아반떼도 기대주다. 아반떼는 지난해 한국 단일 차종 중 최초로 1천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전 세계 판매 모델 중 3위를 기록했다.

기아차 역시 K5를 미국에 4분기 중 출시하며, 10월께 국내에 선보이는 신형 스포티지도 3분기에 유럽에 선보인다.

이원희 사장은 "중국 시장은 현지 업체와의 경쟁 등으로 판매 목표 달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면서도 "다른 지역에서 하반기 신차를 출시하며 신차효과를 극대화 하고, 판매 지원을 통해 애초 세웠던 연초 판매목표(505만대)를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펠 칼' 호조에 한국GM 수출 반전 예고

유럽에서 GM(제너럴모터스)이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면서 침체됐던 한국GM의 수출실적도 반전이 예고되고 있다.

스파크의 쌍둥이 모델 오펠 '칼'은 지난달 중순 독일을 시작으로 이달 유럽 전역으로 판매가 본격화 되면서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오펠은 GM 산하 유럽 자동차 브랜드다. 칼은 이달 국내에 선보인 경차 신형 스파크와 함께 파워트레인과 차체를 공유하는 쌍둥이 모델이다. 칼은 한국GM 주도로 개발됐으며 국내 창원공장에서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한다.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와 한국GM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본격 판매를 시작한 칼은 한 달여간 약 6천대가 팔려나갔다.전신 모델인 아길라의 지난해 월 평균 판매량이 1천200대 정도고 올 들어서도 500대 정도 수준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큰 폭의 상승세다.

오펠은 지난 1월부터 칼의 사전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달까지 사전계약 대수가 3만여대로 집계됐다. 한국GM은 3월부터 칼을 수출하기 시작해 6월까지 총 1만6천여대를 선적했다. 한국GM은 향후 월 평균 8천대 이상 선적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펠 칼은 이달 현지 유력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와 아우토 모토 운트 스포트(AMS) 등 평가에서 폭스바겐 업, 현대 i10, 르노 트윙고, 시트로엥 C1 등 경쟁 차종을 체지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오펠 '칼'(사진=오펠 웹사이트)

오펠 칼의 유럽 판매개시에 힘입어 쉐보레 스파크를 포함한 한국GM의 경차 수출물량도 지난달 1만5천431대로 전년보다 24.3% 증가했다. 전월 대비로도 7.3% 늘었다. 전체 수출물량 역시 9.3% 싲낭했다. 한국GM의 수출은 올 4월까지만 해도 전년보다 10% 이상 감소세를 보였으나 올 5월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다.

경차 수출의 증가세가 전체 실적을 견인한 셈이다. 한국GM의 5월과 6월 경차 수출은 각각 38.4% 24.3%씩 증가하면서 전체 수출도 5.2%, 9.3% 늘었다.

한국GM은 칼의 유럽 판매 호조가 내수시장에서의 신형 스파크 판매 돌풍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형 스파크는 지난 1일 출시된 뒤 하루 평균 300대가량이 사전 계약되며 순항 중이다. 현재 사전계약 물량이 7천여대에 달한다. 기아차 모닝의 월 평균 판매량(7천100대)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GM은 당초 내달 3일로 예정됐던 출고 시기를 앞당겨 이달 말부터 전시장에 배치, 본격적인 판매 준비에 들어갔다.

한국GM 관계자는 "유럽에서 오펠 칼이 상품성을 인정받고 판매 호조를 이어가고 있어 국내시장에서의 신형 스파크의 경쟁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쌍용차, 유럽·중국 등 티볼리 디젤 투입

쌍용차도 티볼리 수출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 상반기 쌍용차의 수출은 러시아 등 신흥시장 부진과 유로화 약세 등 수출여건 악화로 전년동기 대비 40.5% 감소했다.

다만 수출 시장을 다변화 하고 지난달부터 유럽·중국 등 글로벌 전략지역에 티볼리 디젤 모델을 투입하는 등 판매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실적은 점차 나아질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최종식 쌍용차 대표는 "하반기에는 티볼리 디젤과 4WD(사륜구동) 모델이 투입되는 등 라인업 강화로 해외시장에서 수익성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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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볼리 디젤(사진=쌍용차)

르노삼성은 하반기에도 북미시장 수출 모델 닛산 로그의 생산으로 호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부산공장에서 생산 중인 닛산 로그는 상반기 동안 총 5만5천952대가 선적됐다. 이에 힘입어 르노삼성은 상반기 수출이 7만5천732대로 전년동기 대비 193.9% 급증하며 국산 완성차업체 중 유일하게 수출 실적이 늘어났다.

닛산 로그의 올해 수출물량이 기존 8만대에서 올해 11만대로 38%가량 증산되면서 하반기 수출규모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