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오라클 막판…"공정이용" vs "무단도용"

내일 법원서 회동…자바전쟁 파기환송심 시동

컴퓨팅입력 :2015/07/30 11:44    수정: 2015/07/30 13:48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특허권과 저작권 침해 이슈를 다 털어낸 ‘자바 전쟁’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항소법원과 대법원에서 연이어 쓴 잔을 마신 구글은 이제 ‘공정 이용’이란 최후의 무기를 들고 오라클의 공세에 맞서게 된다.

구글과 오라클이 오는 30일(현지 시각) 오전 11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 출석한다. 이에 따라 5년 여에 걸친 자바 전쟁 ‘마지막 승부’의 휘슬이 본격적으로 울리게 된다.

두 회사 회동은 대법원의 상고 거부로 파기 환송심을 맡게 된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 윌리엄 앨섭 판사의 명령에 따른 것. 이날 회동에서 향후 일정을 비롯한 핵심 쟁점에 대한 논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중반 경 시작될 이번 소송에선 ‘저작권 침해’를 기정 사실로 한 채 시작한다. 대신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개발하면서 오라클의 자바 API 저작권을 활용한 것이 저작권법상의 ‘공정 이용’에 해당되느냐는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게 된다.

캘리포니아북부지역법원.(사진= 씨넷)

■ 특허-저작권 침해 이슈는 모두 정리

그 배경을 알려면 소송이 처음 시작되던 때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오라클은 지난 2010년 처음 구글을 제소할 당시 자바 특허권 및 저작권 침해를 이슈로 내걸었다.

1심 배심원 평결 때까지만 해도 오라클이 다소 유리해 보였다. 배심원들이 37개 자바 API 패키지와 레인지체크(rangeCheck) 코드 9개 라인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평결한 것. 하지만 배심원들은 “자바 API를 이용한 것은 저작권법 상의 공정이용에 해당한다”는 구글 주장에 대해서는 평결을 유보했다.

하지만 2012년 1심 최종 판결 과정에서 상황이 확 달라졌다. 윌리엄 앨섭 판사가 “쟁점이 된 37개 자바 API 패키지의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하면서 분위기가 구글 쪽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그러자 오라클이 곧바로 항소했다. 오라클은 항소심에선 전략을 바꿔 저작권 침해 쪽에 집중했다. 자바 API도 저작권으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 이런 전제 하에 구글 자바 API 활용한 것은 저작권 침해일 뿐 아니라 공정이용으로 인정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열띤 공방 끝에 나온 항소심 판결에선 승부가 완전히 뒤집어졌다. 항소법원은 지난 해 5월 오라클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놨다. 자바API의 저작권을 인정했을 뿐 아니라 구글이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내놨다. 이와 함께 자바 API를 적용한 것이 저작권법상의 공정 이용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해선 1심 법원이 좀 더 면밀히 검토해보라고 명령했다.

당시 항소법원은 “지역법원이 저작권법 102조의 저작권 성립 요소를 잘못 이해했다”면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항소법원은 1심 법원이 자바 저작권 부인 근거로 내세운 ‘합체 원칙(merger doctrine)’과 필수 장면(Scenes a Faire) 이론을 잘못 적용했다고 평가했다.

또 API 코드가 지나치게 짧은 문구로 돼 있어 저작권으로 인정하기 힘들다는 1심 판결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항소법원은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는 짧은 문장으로 구성돼 있지만 누구도 저작권으로 보호해줄 가치가 없다고 하지 않는다”는 비유를 하기도 했다.

■ 저작권법 107조 놓고 공방 벌일듯

이르면 내년 4월 시작될 파기환송심은 일반적인 저작권 소송과는 조금 다르다. 우선 자바 API의 저작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더 이상 논란 대상이 아니다. 구글이 자바 API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것 역시 기본 전제로 깔고 시작한다.

이런 전제를 바탕으로 구글이 자바 API를 쓴 것이 저작권법 제107조의 ‘공정 이용’ 면책 조항에 해당되느냐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이게 된다.

이 부분 역시 1심 최종 판결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 1심을 담당했던 윌리엄 앨섭 판사는 “자바 API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공정 이용’을 다룰 별도 재판은 필요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법원이 이 부분을 뒤집으면서 “배심원이나 지역법원 모두 구글의 공정 이용 여부 관련 판결을 하기엔 사실 관계가 충분하지 않으니 또 다시 배심원을 구성해서 재판을 하라”고 명령했다.

결국 파기 환송심에선 미국 저작권법 제107조에 있는 공정 이용 조항을 놓고 집중 공방을 벌이게 된다. 따라서 파기환송심을 예상해보려면 그 부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07조에선 공정 이용 판단 기준으로 크게 네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1. 이용의 목적과 성격 (비영리 목적이나 보도, 학술 인용)

2. 저작물의 특성

3. 이용 분량과 함께 전체 저작물에서 어느 정도로 핵심적인 부분이었냐는 점

4. 저작물 이용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이용의 목적과 성격

이 조건엔 크게 두 가지를 살펴보게 된다. 저작권 침해로 탄생한 제품이 얼마나 얼마나 ‘변형적(transformative)’인지, 또 저작물이 상업적 목적에 이용됐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따라서 판기 환송심에선 오라클의 자바 API를 이용해서 만든 안드로이드나 얼마나 ‘변형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추가했느냐는 부분을 놓고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항소법원은 판결문에서 ‘변형적’이란 “새로운 표현, 의미, 혹은 메시지로 처음 저작물에 새로운 무언가를 추가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결국 구글 입장에선 자바 API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대거 창출했을 뿐 아니라, 상업적인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해야만 한다.

저작물의 특성

이 부분에선 컴퓨터 프로그램의 특성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많다.

항소법원은 지난 해 판결문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은 기능적 요소와 표현적 요소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기능적 요소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컴퓨터 프로그램은 전통적인 문학 작품에 비해 저작권 보호 정도가 다소 낮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재판에선 구글이 자바 API의 기능적 요소와 함께 표현적인 부분을 어느 정도 도용했는지가 공방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구글의 최신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롤리팝. (사진 = 씨넷)

저작물 도용 정도

제 아무리 학술적 인용을 하더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작품의 핵심적인 부분을 전부 인용해서 독자들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게 할 경우엔 공정 이용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따라서 파기환송심에서도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바 API를 얼마나 도용했으며, 그것이 전체 저작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놓고 공방을 벌이게 된다.

이 때는 저작권을 도용한 안드로이드가 아니라 침해 당한 자바 API가 기준이 된다. 항소법원은 이미 지난 해 판결 때 이 부분을 분명히 했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

저작권을 도용한 제품이 저작물의 판매에 직접 피해를 입힐 경우 어떻게 될까? 미국 저작권법 107조는 이런 상황에는 ‘공정 이용’으로 인정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라클과 구글 모두 이 부분에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구글은 오라클의 시장 지배력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구글은 오라클이 자바 API를 이용해 스마트폰을 만들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는 점을 은근히 강조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선 1심 법원도 비슷한 판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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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은 구글이 자바 API를 도용해 안드로이드를 내놓은 것이 시장에서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입장이다.

모바일 사업자들에게 자바 API를 라이선스해 왔는데 구글이 안드로이드로 시장을 장악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 궁극적으로는 ‘자바 스마트폰 기기’를 만들 가능성의 싹마저 잘라버렸다는 것이 오라클의 주장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