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전문은행, 금융혁신의 진원지 될까?

컴퓨팅입력 :2015/07/28 14:01    수정: 2015/07/28 14:19

황치규 기자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허가키로 하면서 과거 고객 중심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아온 금융 업종의 서비스 혁신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 은행과 확실하게 차별화 인터넷전문은행이 나올지, 또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 혁신의 진원지가 될지에 대해선 현재로선 긍정론과 회의론이 공존한다. 뻔한 결론이지만 현재로선 인터넷전문은행이 하기 나름일것 같다.

28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인터넷전문은행, 과연 금융혁신을 가져올 것인가?'를 주제로 진행한 굿인터넷클럽 6차 행사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김국현 에디토이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윤호영 다음카카오 부사장,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문용준 SK C&C 부장이 참석해, 인터넷전문은행을 주제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굿인터넷클럽 행사 현장.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통해 금융 서비스 혁신을 이끌어내려는 입장이다. 가급적 비금융권 업체, 특히 IT기업들의 진입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 또 인가 시 혁신성을 중요하게 고려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바람대로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 서비스 혁신을 가속화시킬지는 미지수다. 이날 행사에선 인터넷전문은행보다는 다양한 핀테크 스타트트업을 통해 금융 혁신에 나서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임정욱 센터장은 "소비자 입장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이 생기는게 편리한지에 대해서는 회의가 있다. 몇천억원짜리 은행을 만드는 것 보다는 작은 혁신을 하는 스타트업들을 많이 키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인터넷은행인 모벤이나 심플도 은행 면허를 받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은행과 제휴를 통해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미국과 영국에 가보면 몇년전과 달리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수천개씩 있다"면서 스타트업 중심의 혁신을 거듭 강조했다.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성장하려면 기존 금융 업체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심플이나 모벤도 기존 은행과의 협업을 발판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국내 은행들이 핀테크 스타트업들과 협력해 생태계를 구축하기는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아 보인다. 협력에 대한 필요도 많이 느끼지 못할 뿐더러 시스템 차원에서도 협력을 지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윤호영 부사장은 "국내 은행 시스템은 코어 뱅킹인 계정계에 정보계와 채널 시스템이 붙어 있는데, 유연성이 떨어지다보니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서비스를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카카오가 인터넷전문은행에 직접 뛰어들려고 하는 것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용준 부장도 핀테크 스타트업들과의 협력하려면 은행은 기존 시스템을 고쳐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엄청나다"면서 출발부터 외부 서비스와의 연계에 초점을 맞춘 인터넷전문은행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부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은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하지 않는다. 이같은 규정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비즈니스를 제약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수진 연구원은 "금융 상품이 어렵고 복잡한 만큼, 인터넷전문은행도 영업점 없이는 영업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올해안에 인터넷전문은행인가를 받는 회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인터파크는 이미 출사표를 던졌다. 인터파크는 지난 6월18일 금융위원회의 인터넷은행 도입방안 발표 직후, 이상규 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TF를 구성하고 인터넷은행 사업을 준비해왔다. 초기 설립자본금은 2천억~3천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타이틀이 금융 혁신의 보증수표가 될 수는 없다. 기존 은행과의 확실한 차별화가 필수다.

문용준 부장은 "유럽의 경우 SW전문회사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고 있다"면서 "SW역량을 갖고 다양한 외부 서비스들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관련기사링크] 윤호영 부사장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통해 규제산업의 일원으로 규제를 받아들이면서 변화를 이끌어내야 점진적인 금융혁신이 이루어 질 것이다"면서 "IT,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리딩하고 핀테크 스타트업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면 혁신은 더 빨리 진행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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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대한 최근 정부정책으로 봐서는 24년만에 신규은행 허가가 이루어 질 것으로 생각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의 필요성에 대한 진진한 고민 없이 너무 급하게 진행되는 거 같아 조금은 아쉬운 점이 있다"면서도"IT의 발전 등으로 영업점 중심의 은행이 살아남기 힘든 현재, 금융도 혁신이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기존 은행과 다르게 인터넷전문은행이 유연성을 갖고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혁신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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